화장실 두루마리 마지막에 붙은 휴지 두 칸을 떼어내며, 닦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한 칸이 아닌 두 칸이라 접어 쓸 수도 있었다. 알뜰히 쓰니 그리 부족하지 않았다.
그동안 함부로 썼다. 세 겹 네 겹 접어 닦고 당겨 풀어 또 닦았다. 밑만 잘 닦을 줄 알았지 그런 정성으로 다른 것 닦을 줄은 잘 몰랐다.
쌓인 먼지 닦을 줄도, 묻은 얼룩 닦을 줄도 몰랐다. 게으름과 걱정을 닦아낼지도, 땀과 눈물 닦아줄지도 몰랐다. 오로지 접고 접어가며 내 밑만 열심히 닦기 바빴다.
삶은 두루마리 휴지와 같다. 잘 풀린다고 마구 당겨 헤프게 쓰면 금방 끝이 보인다. 무리하지 않고 점선에 맞추어 차분히 잘 끊어 가면 삶이 길어진다. 가끔 두 칸 정도 끊어내어 잘 접어 무엇을 닦을지 살펴본다면 더 좋다.
훗날 내 삶의 두루마리 훌훌 다 풀려나고 마지막 두 칸쯤 남았을 때, 사랑하는 이의 눈물 한번 닦아주고 한 마디 던지고 가고 싶다. 삶은 두 칸의 휴지로도 충분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