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이 '김 여사 인생에 포스트잇을 붙이다'

by 그래도

책을 가까이하는 이들을 모임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나의 편견일지 모르지만, 경험에 따르면 손에 책을 잡고 사는 이들은 남에게 책잡힐 일 없이 잘 산다(물론 그 책이 그 책은 아니지만). 게다가 글도 가끔 쓰는 사람이라면 그건 거의 확실하다. 대부분 마음이 단정하고 생각의 폭이 넓으며 무엇이든 나누려는 다정한 이들이라,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주며 산다.


나에게는 이 책의 주인공 김 여사, 즉 김윤이 작가가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작가와는 2년 전에 독서 모임 진행 과정을 배우면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글 쓰는 모임에서 다시 만나 글을 쓰고 봐주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그녀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소리소문 없이 그동안 바쁜 와중에 뚝딱뚝딱 자신의 책을 만들어서 ‘짜라란~’하고 우리 앞에 펼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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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를 보면, 제목 주위에 6장의 작은 사진을 담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산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맨 윗부분 사진이다. 나는 그 사진이 이 책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자유로운 문체로 우아하게 한껏 날아올라 세상을 넓게 조망하는 글 세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책에는 밥심으로 시작해서 글심으로 마무리되는 다섯 개의 ‘심’을 통해 기발한 비유와 경험, 그리고 상상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형식의 글이 담겨있다. 물론 우산을 타고 하늘을 나는데 바람이 잔잔하게만 불지는 않겠지. 가끔 좌충우돌하지만 절대 주저하지 않는 그녀의 글을 따라 포스트잇 같이 붙여가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책은 책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읽고 난 책은 내 말투와 선택, 태도에 스며든다. 바로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가기로’ 결심한 근거가 되는 것도, 오래전에 읽은 한 권의 책 속 문장일 수 있다. 그러니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풍경을 다시 그리고, 삶을 조금 더 정성스럽게 굽는 일이다.”(책을 먹는 기쁨, p115)


책이 내 안에 스며들어 삶의 태도를 결정하기에, 독서란 삶의 풍경을 정성스레 굽는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다. 책을 보다 보면 그녀의 책에 대한 사랑이 여러 문장에서 진하게 묻어난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통해서 배운, 작은 것에 대한 사랑, 자연의 보드러운 온기, 함께 마음을 닦는 관계, 다른 이에게 내어주는 일의 아름다움을 함께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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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깨달았다. 마음을 써야 글도 쓰인다는 것. 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 오래 머무는 시간, 말 줄임표 하나도 고민하며 붙잡는 시간이 쌓일수록 글은 내 마음을 닮아갔다.”(쓰는 마음, p146~7)

글은 마음을 닮고 곧 그 사람을 닮기에 글을 보면 점점 글쓴이가 몽글몽글 떠오른다. 작가는 읽은 책마다 알록달록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생각을 정돈해왔다. 나는 글 제목처럼 김 여사 인생 곳곳에 붙는 포스트잇이 그녀의 삶을 아름답고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김 여사 인생 책장마다 그녀 마음을 담은 색색 포스트잇이 단아하게 붙어가길, 그래서 지금처럼 좋은 글로 '짜라란'하며 펼쳐지는 일이 앞으로 쭉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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