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대치동, 오후 10시
학원들 일제히 입을 벌리면
누군지 구별 안 가는 검정 롱패딩
가오나시 같은 아이들
우르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도로에 줄 선 붉은 불빛
신호와 법규와 상식보다
먼저 양보하는 품위보다
스마트폰 보며 기다리는 아이
어서 태워가는 게 더 소중한
들이밀고 좁히며 꼬리 무는 행렬
클래식한 차들의 움직임은
래퍼처럼 거칠다.
아이를 태우러 가거나
아이를 태우고 가거나
결국 둘 중 하나인 많은 차들
아이들 만큼 날 선 경쟁
비상등 깜빡이며 서있다.
오후 10시, 대치동
비상이 곧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