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P2E 게임 STEPN의 사례를 중심으로
문제점 I: 토큰 경제
- 개방성의 문제
문제점 II: 콘텐츠 설계
Case Study & Learn
Stepn 시스템 개괄
- Energy System / Sneaker Attributes / 미스터리 박스(Mystery box) 및 젬(Gem)
게임 경제 디자인
Stepn 토큰 경제 분석
- GST 토큰 플로우와 머드플레이션(MUDflation)
- 분석과 진단
토큰 경제 개선 노력 이후 양상
- 업데이트와 새로운 전략의 부상
- 미스터리 박스 채굴 전략 예시
- 전략 변화가 가지는 의의
- GMT 채굴 업데이트
- 생태계 순환 개요 및 진단
소결: 게이밍 토크노믹스에 대한 인사이트
콘텐츠 다양성의 부재와 Earn의 함정
유저의 몰입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이론
무엇이 보상으로 주어져야 하는가
현재 웹3 게임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은 토큰 경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웹3 게임 프로젝트들이 자체 토큰을 인게임 통화로 취급하는 형태를 구현하고 있어 토큰 가치에 따라 사용자(혹은 게이머) 경험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웹2 게임은 인게임 화폐 구매 시 출금이 불가능하거나, 출금을 위해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인게임 화폐가 폐쇄된 경제 시스템, 즉 화폐의 유출 혹은 현금화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다뤄졌던 것과 달리, 토큰은 현실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현실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토큰 가치의 변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인게임 화폐의 개방성이 웹3 게임 생태계 안정화를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될 수 있으며, 인게임 경제의 가치 유출을 막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웹2 게임에서 이미 인게임 경제와 사용자의 단방향 상호작용(유입 O / 유출 X)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웹3 게임이 블록체인 기반 에셋(FT 및 NFT)을 도입함으로써 얻는 가장 큰 차별점은 인게임 경제와 사용자의 양방향 상호작용(유입 O / 유출 O)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웹3 게임 경제를 논함에 있어서, 혹은 블록체인 게임 에셋을 다루면서 인게임 경제의 개방성은 포기할 수 없는 요소이며, 개방 경제의 특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생태계의 안정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한편, 웹3 게임들의 조악한 콘텐츠 질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웹3 게임 상의 많은 유저들이 P2E(Play-to-Earn) 시스템 상에서 수익을 목적으로 게임에 참여하였고, 수익 획득 외에 유저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웹3 게임에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토큰 경제에 대해 서술한 이후 게이밍 콘텐츠 설계에 관한 이론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비교 사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서술하려 한다.
이 글에서는 M2E(Move-to-Earn) 프로젝트로 유명한 Stepn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Stepn을 분석 대상으로 설정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인게임 화폐의 급등과 급락으로 인한 P2E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이며, 둘째로 인게임 화폐의 급락 이후에도 지속적인 토크노믹스 개선 노력을 보여주어 웹3 게임 토크노믹스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Stepn은 기본적으로 스니커즈(Sneakers) NFT를 구입한 후 매일 일정 시간을 걸으면 그 시간에 비례하여 인게임 기본 재화인 GST를 보상으로 지급한다. NFT 보유 개수가 많을수록, 사용하는 스니커즈의 능력치가 높을수록 GST를 비롯한 인게임 재화 획득량이 증가한다. Stepn 생태계는 인게임 재화를 활용한 다양한 경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논의를 위해 알아야 할 핵심 시스템은 다음의 것들로 축약할 수 있다.
Energy System
스니커즈 NFT 보유 개수, 사용 NFT의 등급이 높을수록 Stepn 유저에게 매일 주어지는 에너지가 증가하며 1에너지 당 하루에 5분의 GST 파밍 시간이 주어진다. NFT 보유 개수에 따른 에너지 부여량은 다음의 표와 같다.
Sneaker Attributes
스니커즈 NFT는 각각 4가지의 고유한 능력치(Attribute)를 가지고 있으며, 레벨, NFT 타입, Quality에 따라 변동한다. 각각의 능력치는 다음과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Efficiency: Efficiency 수치가 높을수록 1 에너지 당 GST 획득량이 증가
Luck: Luck 수치는 미스터리 박스 드롭률과 관련이 있으며, 수치가 높을수록 일정 에너지 이상 소요 시 높은 레벨의 미스터리 박스가 드롭될 확률이 높음
Comfort: Comfort 수치가 높을수록 스니커즈 NFT의 HP 삭감률이 낮아지며, GMT 하루 채굴량이 증가
Resilience: Resilience 수치가 높을수록 스니커즈 NFT의 내구도 삭감률이 낮아짐
미스터리 박스(Mystery box) 및 젬(Gem)
미스터리 박스는 일정 수치 이상의 Luck 특성을 가진 스니커즈 NFT로 일정 수치 이상의 에너지를 소요하였을 때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일정량 이상의 GST를 소모하여 미스터리 박스를 열고 젬(gem) NFT를 획득할 수 있다.
젬 NFT는 스니커즈 NFT의 각 능력치에 대응하여 4가지 종류가 존재하며, 장착 시 해당 능력치를 증가시킨다. 각 스니커즈 NFT는 젬을 장착할 수 있는 4개의 소켓(Socket)이 존재하고 각 소켓에 어떤 종류의 젬을 장착할 수 있는지는 무작위로 정해진다.
1. 노랑: Efficiency
2. 파랑: Luck
3. 빨강: Comfort
4. 보라: Resilience
크립토 뉴스 채널인 ‘Page One’의 기고자로, 행동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Boffin은 ‘Designing Better Game Economies’라는 글을 통해서 게임 경제를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게임 경제 디자인은 구체적으로 게임 머니와 경험치 등을 지칭하는 게임 자원(resources)의 발생과 순환을 말한다. Boffin에 따르면 게임 경제 디자인은 5가지 큰 축으로 구성되는데, 그것은 각각 Faucet, Inventory, Converter, Sink, Trader이다.
Faucet: 인게임 경제에서 새로운 자원의 발생
Inventory: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아이템을 비축하거나 소유하는 방안
Converter: 특정 자원을 다른 성격의 자원으로 변환, 즉 다른 자원의 발생(faucet)을 통해 특정 자원을 소각(sink)
Sink: Faucet과 정반대의 개념으로 인게임 경제에 존재하는 자원을 제거
Trader: 사용자 간, 혹은 사용자와 NPC 간의 자원 거래
이하의 논의 전개 과정에서 Boffin의 다섯 가지 요소를 차용하겠다.
작년 12월 출시한 Stepn은 사용자 수와 토큰 가격 측면에서 올해 5월까지 급격한 성장을 보여주었다. 인게임 기본 플레이인 걷거나 뛰는 것만으로도 획득할 수 있는 GST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유저들의 주요 행동은 GST 파밍을 위한 최적의 NFT 세팅을 맞춘 후 매일 GST를 파밍하고 시장에 매도하는 것으로 집중되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Stepn 생태계는 GST 파밍과 관련된 에셋(Asset)에 수요가 편중되었는데, 생태계 내에서 GST 가격과 관련이 깊은 에셋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스니커즈 NFT: 스니커즈의 개수가 많을수록 GST 채굴에 필요한 에너지가 증가
2. 스크롤(Scroll) 아이템: 스니커즈 NFT 민팅 시 필요한 아이템
3. Efficiency 젬: GST 채굴량을 증가시키는 Efficiency 능력치를 증대
위 에셋에 대한 수요의 편중은 능력치 특성별로 다른 종류의 NFT가 존재하는 젬 아이템 가격 추이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Stepn Chartz에서 제공하는 젬 가격 추이 차트에 의하면, GST 가격 하락이 심했던 6월 초에도 Efficiency 젬 가격이 다른 젬 가격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 초기에는 사용자들의 GST 파밍량, 즉 공급량이 크지 않고 스니커즈 NFT 셋업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에 GST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NFT 셋업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안정적으로 GST 파밍을 할 수 있는 유저들이 늘어나면서 GST 공급은 수요를 추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인게임 화폐인 GST 가격은 하락하며 시장에 풀리는 공급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게임, 특히 MMORPG 장르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황으로 이른바 머드플레이션(MUDflation)으로 불린다. 머드플레이션이란 MUD(Multi-user Dungeon/Dimesion)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게임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가상 통화가 생성되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게임 내부 가상 경제에 축적될 경우 시장에서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가상 경제 내부에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김형중, 온라인게임에서의 가상경제 : 현황과 전망, 2010’에서 발췌).
토큰 가치 하락과 함께 웹3 게임 생태계의 개방 경제 특성은, 추가적인 수익 발생이 힘들어졌을 때 많은 사용자로 하여금 NFT 등의 자신이 가진 게임 에셋을 매도하도록 만들었고 GST를 비롯한 NFT 가격 폭락을 불러오게 되었다. 앞서 소개한 Boffin의 게임 경제 디자인 5요소를 가지고 Stepn 상승기와 침체기의 토큰 플로우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Trader -> Inventory: NFT 셋업을 위해 유저는 GST 구입하여 인앱으로 진입
2. Inventory -> Sink: 인앱 활동에 쓰이는 GST가 소각
3. Sink -> Faucet: GST 소각을 통해 행해진 인앱 활동 대부분은 유저 플레이 보상 증가로 이어짐
4. Faucet -> Inventory: 유저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매일 GST 보상을 수령
5. Inventory -> Trader: 보상으로 수령한 GST를 시장에 매도
성장기: NFT 셋업을 위한 GST 수요가 GST 공급을 압도, 토큰 가격 상승
쇠퇴기: NFT 셋업 수요는 줄고 GST 보상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매도하는 유저가 증가, 토큰 가격 하락
인게임 화폐로 쓰이는 GST 가격은 게이머 경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다. GST 가격이 너무 높으면 게임 플레이를 위한 셋업 비용이 너무 높아지기 때문에 게임으로의 진입이 쉽지 않고, GST 가격이 너무 낮으면 유저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제공해주지 못할 수 있다.
GST 가격의 급등과 급락의 원인은 결국 Stepn 생태계의 GST 토큰 플로우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인게임 화폐의 공급량은 기본적으로 발생(Faucet)과 소각(Sink)의 균형을 통해서 조절되어야 하나, GST를 매도하여 수익을 획득하는 메커니즘 상에서 GST는 소각되지 않고 시장(Trader)에 누적된다. 실제로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GST 유통량은 빠르게 증가하였고, 유통량의 증가는 그대로 GST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GST의 가격은 유통량 급증과 전체적인 시장 침체를 이유로 5월부터 급락하였고 7월 이후 $0.1 부근의 가격을 형성하였다. 프로젝트 측은 6월에 프로젝트 설계와 운영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자체 미디엄을 통해 문제 분석과 진단을 내용으로 하는 아티클을 게재하였다(링크). 총 4가지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 중 주목할만한 항목은 4번째 항목이다.
문제 4
스니커즈 NFT와 젬 아이템의 자체 조정 메커니즘의 부족, 그리고 그로 인한 자산 인플레이션
Stepn 측은 GST를 비롯한 게임 내 자산 전체에 디플레이션 메커니즘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인앱 자산에 대한 수요가 넘치는 상황(호황)에는 이러한 문제가 부각되지 않지만, 추가 수요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유통량이 누적되는 순간이 오면 자산 가격 폭락을 초래하여 정상적인 경제 순환을 막고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게 된다.
7월 들어 Stepn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수행하였는데 토큰 플로우 개선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HP 시스템의 도입
내구도와 비슷하지만 스니커즈 NFT의 수명에 가까운 개념으로 에너지를 소요하는 만큼 HP가 삭감된다. HP 20% 이하일 때 더 이상 에너지를 획득할 수 없고 HP가 0%일 때 플레이 불가
HP 회복을 위해서는 Comfort 젬, GMT, GST를 소비해야 함
NFT를 마켓플레이스에 리스팅하기 위해서는 HP를 100%로 회복해야 함
2. Mystery box 시스템 개선
1~10 레벨의 미스터리 박스가 등장
미스터리 박스의 레벨이 높을수록 더 좋은 리워드를 지급하는 반면, 미스터리 박스 개봉에 소요되는 GST 양 또한 증가
미스터리 박스 획득을 위해서는 일정 에너지 이상을 한 번에 소요해야 하는 등 특정 플레이 조건을 만족해야 함
위와 같은 업데이트와 GST 가격의 하락은 Stepn 유저들의 미스터리 박스 채굴 전략으로의 변화를 초래했다. 단순히 GST를 채굴하고 매도하는 전략은 유저들에게 유효한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한 반면 미스터리 박스 채굴은 수익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박스 전략 수행 방법과 예상 수익에 대한 예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전략 개요
- 5 레벨 미스터리 박스 채굴
- 10월 6일 자산 가격 기준 NFT 셋업(출처: stepnfp.com)
- 15족, Uncommon Walker 스니커즈 셋업
- 매일 65분씩 쉬지 않고 걷기
10월 6일 자 자산 가격
- Common 스니커즈 FP(Floor Price): 1.17 SOL
- 셋업용 Uncommon 스니커즈 가격: 5.5 SOL
- Efficiency lv.2 젬 FP: 0.11 SOL
- Luck lv.2 젬 FP: 0.284 SOL
- 스니커즈 레벨업 소요 비용(lv.1 -> lv.24): 365 GST + 100 GMT
- SOL 가격: 약 $34
- GST 가격: 약 $0.024
- GMT 가격: 약 $0.62
총 셋업 비용
- Common 스니커즈 14족 구매: 1.17 * 14 = 16.38 SOL
- Uncommon 스니커즈 1족 구매: 5.5 SOL
- Efficiency, Luck lv.2 젬 1개씩 구매: 0.11 + 0.284 = 0.394 SOL
- 레벨업 비용: $8.76(GST) + $62(GMT) = $70.76
- 총합: 약 $828
Krit_STEPNstats에서 제공하는 정보(위 도표)를 참고하여, 10월 6일 자 자산 가격 기준 예상 수익과 자본 회수 기간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예상 수익과 자본 회수 기간
- 월 예상 GST 파밍 수익: 매일 약 100 GST * 30 = 3,000 GST = $72
- 월 예상 미스터리 박스 파밍 수익: $151
- 총 월 예상 수익: $223
- 예상 자본 회수 기간: 약 3.7달, 약 111일
단순 GST 파밍에서 미스터리 박스 파밍으로 유저들이 취하는 주요 전략이 변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1. 게임 내 자산에 대한 수요 다변화
전략 변화는 GST 관련 자산에 집중되어 있던 수요를 다양한 자산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앞선 젬 아이템 가격 추이에서 6월까지 GST 파밍량 증대와 관련 있는 자산인 Efficiency 가격이 다른 젬 아이템 가격을 훨씬 웃도는 수준을 보였던 반면, GST 가격 폭락(Efficiency 젬 수요 하락), 미스터리 박스 전략으로의 변화(Luck 젬 수요 상승), HP 시스템 및 GMT 파밍 기대감(Comfort 젬 수요 상승)의 이유로 인해서 7월 이후에 젬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다변화되어 젬 가격 순위가 재편되는 경향을 보였다.
2. 게임 내 경제의 선순환 발생
게임 전략의 변화는 GST 발생에 관여하는 능력치인 Efficiency 대신 미스터리 박스와 관련된 Luck 능력치에 투자하게 만듦으로써 게임 경제의 전체적인 GST 공급량을 줄이게 만드는 동시에, 미스터리 박스 개봉에 GST를 소요시켜 GST 소각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편 유저에게 주어지는 젬 아이템 보상은 시장에서 SOL로 거래되기 때문에, 유저들이 GST 매도 전략을 사용할 때보다 인게임 통화인 GST 가격에 가해지는 외부 압력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도 작용하였다. 이는 GST 하락 과정에서 GST에 대한 레버리지 거래가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3. NFT 거래를 통한 수익 획득
유저가 NFT 거래를 통해 보상을 수령하는 점은, 인게임 통화(GST)가 수익 획득을 목적으로 매도되지 않기 때문에 인게임 통화 가격 안정화를 통해 사용자 경험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시가 총액이 큰 메인넷 코인이 표시 통화로 사용됨으로써 표시 통화 가격 변동으로 인한 거래 비효율성의 발생을 최소화시킨다.
Stepn은 10월 들어 GMT 채굴 업데이트를 실시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링크).
GMT 파밍 방법
- Stepn 유저들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GST가 아닌 GMT 파밍이 가능
- Generation 0: 일반 스니커즈 NFT 30 레벨에 도달하면 GMT 파밍이 가능, Comfort 수치가 높을수록 GMT 파밍량이 증가
- Generation 1~3: 레인보우 스니커즈 NFT를 통해 GMT 파밍이 가능
레인보우 스니커즈
- 5개의 스니커즈 NFT를 소각하여 양질의 새로운 NFT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인 ‘Enhancement’를 통해 레인보우 스니커즈 NFT를 얻을 수 있음
- 레인보우 스니커즈는 랜덤한 확률로 얻을 수 있으며, 공식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커뮤니티에서 레인보우 스니커즈 드롭 확률은 0.4% 이하인 것으로 추정 중
- 레인보우 스니커즈는 능력치 구분이 없으며 GMT 파밍량에 따라 HP가 감소, HP 회복 수단이 부재
레인보우 젬
- Enhancement 기능을 사용해 3개의 젬 NFT를 소각하고 랜덤한 확률로 레인보우 젬 획득 가능
- 레인보우 스니커즈에 장착하여 GMT 파밍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음
이러한 업데이트는 크게 두 가지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첫째로 GMT 파밍 수요 발생으로 인해 GST 공급량이 감소하고, 둘째로 레인보우 스니커즈 수요 발생으로 인해 게임 생태계 내에 누적된 스니커즈 NFT 수량을 감소시킨다. 실제로 10월 1일 GMT 파밍 업데이트 이후로 GST 유통량은 출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고, 10월 12일 레인보우 스니커즈 출시 이후 Common 스니커즈 NFT FP가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서 유도하고 있는 Stepn 생태계의 경제 순환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은 경제 순환 구조를 완성함으로써 게임 생태계 내에서 발생하는 GST를 다양한 전략을 수행하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모두 소비하도록 만들고, 각 전략이 다른 종류의 게임 자산을 수요하게 하여 자산 간 균형 잡힌 수요층을 형성하려 유도하였다.
또한 전략 계층을 다분화하여 비용이나 난이도 수준에 따라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구성하려는 시도는 Stepn에 참여하는 각자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상 살펴본 Stepn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게이밍 토크노믹스에 대한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다만 이하에서 서술한 인사이트는 Stepn과 유사한 게임 생태계(무한 발행 토큰, 무한 발행 NFT, 각 NFT가 고유한 유틸리티를 보유 등)에서 한정되어 적용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1. 인게임 기본 화폐가 낮은 가격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인게임 기본 화폐는 새로운 사용자의 게임 진입과 관련이 깊은 요소이다. 토큰이 기본 화폐로 쓰인다면 신규 사용자의 게임 경험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낮은 가격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2. 유저 보상은 NFT 거래로 이루어져야 하며, 표시 통화는 프로젝트 관련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변동률을 보이는 메인넷 코인이어야 한다.
인게임 기본 화폐는 인게임 활동으로 대부분이 소각되도록 메커니즘을 설계해야 하며, 유저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메인넷 코인이 표시 통화로 사용되는 NFT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하여 낮은 가격 변동률의 혜택을 가져가도록 해야 한다.
3. 게이밍 전략을 다분화하고 각 전략 계층이 수요하는 자산을 각기 다른 계층에서 제공해줄 수 있는 생태계 순환 메커니즘을 구현해야 한다.
유저 활동에 의해 충분한 자산 소각이 지속으로 이루어지며 인플레이션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생태계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인게임 기본 화폐인 GST의 폭락 이후에도 프로젝트 측이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서 GST 소각처를 늘리고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Stepn의 최종 콘텐츠가 여전히 GMT 채굴이라는 ‘Earn’ 기능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인게임 자산에 대해 가장 큰 수요자로 활동하는 유저 집단이 여전히 수익을 목적으로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저의 수익 발생은 GMT 공급량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프로젝트 가치를 반영하는 GMT 토큰 가격에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GMT 채굴이 시작된 10월 1일부터 GMT 가격은 $0.64에서 $0.46까지 하락하는 등 GMT 유통량 증가로 인한 가격 불안정성을 노출하였고, 이와 함께 GMT 펀딩 레이트가 음의 영역으로 더욱 확장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Stepn은 어떻게 더 개선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웹3 게임은 어떤 방향으로 콘텐츠를 설계해야, 더 이상 유저들이 ‘Earn’을 쫓지 않고도 게임 생태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1970년대에 몰입 이론(Flow theory)을 전개하였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몰입'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도전감과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그 일을 진행하는 경험을 가장 긍정적으로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칙센트미하이는 개인의 능력과 주어진 과제의 난이도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경험 주체에게 몰입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Stepn은 사용자의 각기 다른 능력에 대응하는 다양한 난이도를 가진 과제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Stepn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과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미스터리 박스를 획득하려 하거나, GST 혹은 GMT 보상을 늘리기 위해 쉬는 시간 없이 더 많은 시간과 거리를 걷거나 뛰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게임에 참여하면서 숙련도가 높아지는 사용자에게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를 부여하기에는 충분히 분별적이라고 할 수 없다. 위의 그래프 상에서 생각해보면 Stepn 상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대부분 낮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으며 많은 유저들을 지루함(Boredom)의 영역에서 머물게 하여 몰입으로의 이행을 방해한다.
같은 관점에서 ‘포켓몬 고(Pokémon Go)’를 비교 사례로 상정하여 생각해보자. 2016년 7월 출시한 포켓몬 고는 유저들이 실제로 움직이면서 게임 플레이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Stepn과 유사점을 가지며, 2017년부터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어 Move-to-Play 장르의 모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매해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는 포켓몬 고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포켓몬 고 콘텐츠 설명(출처)
포켓몬 도감 완성: 포켓몬 고의 기본 플레이로 포켓몬의 모든 종을 포획하여 수집하고 도감을 완성하는 콘텐츠
체육관 배틀: 점유한 시간이 많을수록 많은 보상을 선사하는 장소인 체육관을 쟁탈하는 콘텐츠로 유저들이 수집한 강력한 포켓몬을 가지고 경쟁
레이드 배틀: 랜덤한 시간에 출현하는 강력한 포켓몬을 포획할 수 있는 콘텐츠로 타 유저와 함께 협동하여 진행하는 콘텐츠
Go 로켓단: 로켓단 NPC들을 물리치고, 그들이 데리고 있던 그림자 포켓몬을 포획, 포획이 쉽지 않고 강화에도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고난이도 콘텐츠
Go 배틀리그: 유저 간 배틀 콘텐츠로 배틀을 통해 랭크업을 하고, 랭크에 따라 다양한 보상 수령이 가능, 난이도와 비용 측면에서 가장 상위의 콘텐츠
위 이미지와 같이 포켓몬 고는 유저의 능력에 맞게 상이한 난이도의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으며, 유저의 몰입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상기한 몰입 이론의 그래프에 포켓몬 고와 Stepn 콘텐츠의 영역을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포켓몬 고에 비해 Stepn은 콘텐츠의 난이도가 분별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몰입하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Stepn은 새로운 플레이 난이도를 가진 콘텐츠를 출시할 필요가 있다. 마침 Stepn은 12월에 마라톤 모드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데, 해당 모드는 주간/월간으로 진행되며 최소 2.5km에서 최대 15km까지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고난이도의 콘텐츠가 될 예정이다(아래 트윗 참고). 이러한 업데이트는 Stepn에 새로운 난이도의 콘텐츠를 추가하여 유저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데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전 글에서 언급한 존 라도프(Jon Radoff)의 게임 플레이 동기(몰입, 성취, 경쟁, 협동) 관점을 적용해본다면, 타 유저와의 경쟁이나 협동을 요하는 콘텐츠가 없어 게임 난이도가 비교적 단순화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포켓몬 고가 레이드(협동), 배틀리그(경쟁)의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맹점을 극복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같은 관점은 추후 Stepn의 업데이트 방향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 참여하는 유저들에게 어떠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가. 웹3 게임은 현금화 자산을 유저에게 부여하지 않고도 어떻게 유저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얻을 수 있을까.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인 Jesse Schell이 저술한 The Art of Game Design에서는 유저들이 다량의 가상 통화를 소각하여 보상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보상의 종류는 ‘힘', ‘장관', ‘표현', ‘칭찬’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더 나아가 ‘안기진, MMORPG의 가상 통화 시스템에 대한 연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2012’에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힘: 플레이어가 앞으로의 난관을 극복하는 데에 캐릭터의 “힘”을 증가시켜, 그러한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하는 길을 제공하는 것
장관: 플레이어들에게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
표현: 게임 내에서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플레이어의 욕구 충족
칭찬: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잘했다고 말해주는 것
하지만 힘은 가장 작게 제공되어야 하는 보상이다. 만약 한명의 플레이어에게 너무 많은 힘을 준다면, 이는 게임의 밸런스를 위협하게 되며, 다른 플레이어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게 된다.
(중략)
이러한 보상들은 다른 플레이어와의 관계에서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대신 다른 플레이어에게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을 포함한 플레이어들에게 “장관”을 연출하며, 지속적인 “칭찬”을 듣게 된다. 이러한 보상 요소들을 통해 플레이어는 큰 만족을 얻게 된다.
— ‘안기진, MMORPG의 가상 통화 시스템에 대한 연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2012’에서 발췌
Stepn이 제공하는 토큰(FT 및 NFT) 보상은 모두 더 나은 보상을 위한 매개체가 된다는 점에서 ‘힘'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저들에게 ‘힘'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플레이 보상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실에서 Stepn 운동화를 발매한 후 NFT를 보유한 유저들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성격의 보상을 선사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상기한 글에서 웹3 게임의 토큰 경제와 콘텐츠 설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을 서술하였으나, 랜드 NFT나 C2E(Create-to-Earn) 등 블록체인 에셋을 활용하여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 경제 형태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의 솔루션들이 필요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해볼 만한 사례로, 최근 게임 업계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배틀 패스'라는 수익 창출 방식이 있다. 특정 기간 동안 유저들이 게임 플레이를 통해 레벨 업 혹은 과제를 수행하여 진척도를 올리면, 그것을 기준으로 각종 보상을 부여하는 것이다. 유저에게 과금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유저가 게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상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의 웹3 게임이 자본 요소 외에 플레이어의 기여도를 평가할 방식이 부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배틀 패스' 방식은 많은 웹3 게임들이 차용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클레이튼 체인 기반 M2E 프로젝트인 슈퍼워크(SuperWalk)가 오프체인 인게임 재화인 ‘SWEAT’을 통해 유저의 플레이 시간에 따라 보상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대중화에 있어서 게이밍 분야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블록체인 호황기에 엑시 인피니티는 최대 DAU(Daily Active Users; 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약 270만 명에 달했고 Stepn은 최대 약 10만 명의 DAU를 기록하였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에 이와 같은 대규모의 사용자를 온보딩 할 수 있는 점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기도 한데, 실제로 메사리(Messari)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에 발생한 크립토 산업 총 펀딩 규모인 $36.2B 중에서 약 14.6%인 $5.3B가 게이밍 섹터 투자로 진행되었다.
다만, 웹3 게임은 짧은 역사와 함께, 인게임 경제 혹은 콘텐츠 설계에 대한 미진한 고려는 많은 이들의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웹3 게임 프로젝트들이 특별한 콘텐츠 없이 단순히 토큰이나 NFT를 출시하고 유저들에게 기나긴 개발 기간을 감내하도록 하는 많은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웹3 게임은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불안정한 과도기 속에서 ‘웹3 게임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모호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치겠다.
Boffin, ‘Designing Better Game Economies’
김형중, 온라인게임에서의 가상경제 : 현황과 전망, 2010
Stepn, Reflections on our game ecosystem
포켓몬 고 인벤, 포린이 분들이 궁금해하시던 내용 10가지
Jesse Schell, The Art of Game Design, 에이콘, 2010
안기진, MMORPG의 가상 통화 시스템에 대한 연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2012
Written by Do Dive, DeSpread Research Analy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