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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스프레드 Dec 05. 2022

금융의 민주화와 금융의 커뮤니티화

커뮤니티는 권력이고 돈이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가진 자는 더 가지고, 못 가진 자는 더 못 가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빠진 ‘영끌족’ 혹은 ‘빚투족’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 때 집을 샀더라면’, ‘그 때 주식을 샀더라면’, ‘그 때 비트코인을 샀더라면’서 누군가는 벼락부자가, 누군가는 벼락거지가 되는 것이 오늘날의 모습입니다.


출처: 신한은행


금융의 민주화


최근 발표된 서울 평균 집값만 11억에 달합니다. 이제는 월급만으로 집을 살 수 없다며 모두들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요즘엔 유튜브, 팟캐스트, 블로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금융 정보를 접하고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습니다.


로빈후드, 미니스탁, 토스 등과 같은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투자 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습니다. 투자은행(IB), 벤처캐피탈(VC), 헷지펀드 등 기존 월스트리트의 소유물이었던 금융 시장에 개인 투자자,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주식을 단순히 세컨더리 마켓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비상장 기업의 비전과 방향성에 동의하는 조합원을 구성해 초기 지분을 구매하는 플랫폼도 등장했습니다.



엔젤리그는 스타트업의 주식을 공동구매 형태로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소액으로도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엔젤리그의 평균 수익률은 107%에 달했으며 특히 야놀자, 컬리, 크래프톤, 토스 등 유니콘 기업은 그 이상의 엄청난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 플랫폼은 트위그는 로빈후드, 스페이스엑스, 크라켄 등에 유망한 해외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 전통 금융 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자산 관리에 대한 권한이 더 많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금리보다 높은 금리의 이자를 지급하는 플랫폼이 등장했으며 저담보 대출을 통해 암호화폐를 공매도할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습니다. 또한 누구나 자신만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인덱스 펀드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도 생겨났습니다.


앞으로 암호화폐의 개방형 금융 플랫폼과 같이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전통 금융권만이 지녔던 권한과 기회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점차 주어질 것입니다. 기관 투자자와 대형 은행권들에게만 유리했던 기존 금융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때가 되었습니다.


금융의 커뮤니티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간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는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투자자들은 커뮤니티를 이루었고 전통 자산이 아닌 롱테일의 새로운 자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한창 뜨거웠던 게임스탑 사태가 그 예시입니다. 월스트리트벳(WSB)의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들의 공매도에 분노하고 전략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면서 공매도 세력들을 숏 스퀴즈(Short Squeeze)시켜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건의 진원지는 월스트리트벳이라는 레딧의 한 커뮤니티입니다. 레딧 커뮤니티는 트위터와 함께 월스트리트벳의 밈(Meme) 문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을 이를 포워딩하고 공유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도지코인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의 수장 엘론 머스크를 필두로 월스트리트벳, 트위터 커뮤니티에서 도지코인을 외치며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밈 문화와 힘입어 도지코인은 SNS를 통해 커뮤니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이 밈 문화를 주도한 것은 월스트리트벳과 트위터의 주요 사용자층인 MZ세대입니다. 이들은 밈을 잘 만들고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는 밈을 활용해 일종의 문화를 만들어냈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 내에서 특정 자산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이를 주도하는 문화가 생긴다면 새로운 부가 가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는 그들만의 합의 구조를 만들게 되고 이에 속한 사람들은 유대감,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미국 연방 은행이 찍어내는 달러와도 비슷합니다. 달러라는 화폐의 가치도 특정 커뮤니티의 합의(달러의 경우 모든 국가의 합의)와 믿음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달러의 패권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약 80년간 유지해왔지만 점차 그 힘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2020년 세계적으로 퍼진 코로나로 인해 무제한적으로 달러를 유통시켰습니다.


달러의 가치가 약해지면서 달러와 화폐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졌고 새로운 자산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명품 브랜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도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트코인 지지자들의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비트코인에 대한 가치가 형성됩니다.


명품 브랜드는 이들만의 철학이 있고 명품을 좋아하는 팬덤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명품은 일반적인 상품이 줄 수 없는 명품 브랜드만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명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고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 있습니다.


명품처럼 NFT를 좋아하는 팬덤과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비싸고 희소성있는 NFT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모이면 NFT에 대한 가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는 특정 자산이 아닌 ‘특정 사람’에 대한 가치도 만들 수 있습니다. 연예인, 유튜버, 크리에이터처럼 커뮤니티가 응원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토큰(퍼스널 토큰)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면서 커뮤니티와 교류할 수 있게 됩니다.


커뮤니티의 가치와 돈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3조원의 가치평가를 받고 투자를 마무리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기업가치 3조는 국내 대형 유통기업 신세계그룹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당근마켓이 단순하게 중고거래만을 중점으로 두었다면 이런 가치를 평가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근마켓의 강점은 중고거래가 아닌 ‘지역 커뮤니티’에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특정 지역의 사용자들을 위해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동네 맛집, 카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가치와 힘은 강력합니다. 커뮤니티로부터 형성된 ‘Bottom-Up’ 방식의 가치 창출이 다양한 실험를 통해 사회적인 변화를 조금씩 일으키는 중입니다.


앞으로 특정 자산 혹은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루어질때 커뮤니티의 요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디지털 세상과 디지털 자산의 시대가 도래해더라도 사람들이 형성하는 커뮤니티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커뮤니티는 결국 권력이고 돈이 될 수 있습니다.


Written by Jason Ye, DeSpread Co-founder & Partner


*본 아티클은 2021년 8월 13일 작성된 글로, 브런치 플랫폼을 통해 재배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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