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여러분.
독자 여러분.
청주 국제공항에서 방콕 돈므앙 공항으로 가는 저희 비행기는 곧 이륙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에세이의 프롤로그가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에필로그에 안전하게 착륙할 때까지 페이지를 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둠으로 가득한 저녁 시간.
청주공항.
이륙을 준비 중인 돈므앙행 티웨이 항공기의 날개 창가에 나는 기대어 있다.
차갑고 선선한 바람이 기내 구석구석을 채운다.
스마트폰을 비행 모드로 설정하고 안전벨트를 확인하라는 안내방송이 기내 스피커에서 울린다.
거대한 엔진의 숨결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엔진의 떨림일까. 내 심장의 떨림일까.
드드드드드득.
비행기가 힘차게 활주로를 달린다.
나는 눈을 감는다.
기체의 진동이 점점 거세진다.
마치 내 두발이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그 거친 질감이 신발 바닥에 전해진다.
비행기는 땅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함께 힘차게 도움닫기 한다.
커다란 바퀴를 쥐고 있던 활주로가 손을 놓는다.
내 발목을 붙잡고 있던 무료한 일상이 손을 놓는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기체의 떨림이.
거친 소음이.
사라진다.
눈을 뜬다.
비행기는 땅에서 멀어져 점점 하늘에 가까워진다.
창가에 기대어 가만히 하늘 아래 풍경을 바라본다.
거대했던 건물들의 불빛은 점점 작아져 별이 되었다.
땅 위에 별들이 반짝인다.
늘 올려다보던 별들이 발아래에 있다.
늘 여행을 갈망하던 과거의 내가 발아래에 있다.
하늘과 땅이 바뀌었다.
일상과 꿈이 바뀌었다.
그토록 원했던 여행의 꿈.
날개에 닿는 부드러운 기류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 줄 것이다.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