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을 찾아서(3)
스타트업 창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자, 함께 일하고 싶은 친구들, 그리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 창업가들을 만나고 있다. 창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대화를 하지만 우리가 창업을 대하는 태도는 서로 다르다. 먼저 투자자는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에 관심이 크다. 함께 일하고 싶은 친구들은 '재미있을까'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과,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하는 두려움 섞인 질문을 던진다. 선배 창업가들은 다소 떨어진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본다. 사업을 하면서 경험했던 온갖 어려운 문제들을 알려주며 잘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좋아하는 일이면 해야지'하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답해야 하는 질문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창업을 하려는 이유다. '어릴 적 꿈이었다' 정도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대통령이나 과학자, 돈 많이 버는 사업가 정도 되는 건 어린이들 누구나가 하는 꿈 중이 하나였고, 그런 꿈은 금세 바뀌기 마련이다. 납득할 수 있는 나만의 이유가 필요하다. 창업의 이유가 명확해야만 설득력이 생기고 보다 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사명감은 어려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쓰러지지 않는 버팀목이다.
도대체 나는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어릴 적 꿈이었다는 답변은 제외하고, 다른 이유를 떠올려 본다.
첫째, 나만의 영토를 만들고 싶다. 지난겨울 전북 진안의 명상센터에서 명상을 하고 있을 때다. 죽고 싶을 만큼 어려운 일을 겪은 후에 나를 돌아볼 시간이 간절했다. 그 곳 명상센터에서 초겨울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 있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수확이 끝난 논을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어슬렁 거리며 걸어가던 고양이가 똥을 논 한가운데에 쌌다. 그리곤 그냥 갔다. 순간 '고양이가 아닌가?'하고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고양이가 맞았다. 한데, 내가 알던 고양이와 달리 자신의 배설물을 흙으로 덮지 않았다.
도대체 그 고양이는 왜 그랬을까? 그렇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데로 그 땅은 모두 그 고양이의 것이었다. 내 땅에 똥 좀 싼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나. 도시의 길고양이들처럼 도망 다니지도 않고 숨지도 않고 그야말로 위풍당당했다. 그 순간 나도 그 고양이처럼 살고 싶다는, 나만의 영토를 만들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다.
둘째,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가끔씩 상사의 관점에 따라서 '똥'이 되기도 하고 '황금'이 되기도 한다. 황금이 되면 으쓱하고, 똥이 되면 주눅이 든다. 그러나 가끔 똥이라고 알았던 것이 황금이 되기도 한다. 물론, 똥이라고 알았던 것이 황금이 되기도 한다. 상사 또한 경험의 폭이 한정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자신이 한 일의 가치 평가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그 누군가가 고객이 아니라 상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많은 상사들은 항상 과거의 잣대로 평가를 한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말과 함께. 그런 가치 평가의 이면에는 '나도 살아남아야지'하는 생존 본능이 숨어있다. 특히 생존 본능이 용솟움 치며 꿈틀 거리는 년말에 가까울 수록 일 자체의 가치 따위보다는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도 몇몇 임원의 목숨줄 보전을 위해 서슴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화에서 고객과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설득을 못하는 니 능력의 한계지, 그게 왜 상사들의 문제니?"
이렇게 말하는 냉철한 비평가도 있다. 그렇다. 내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내노라하는 좋은 대학을 나온 IMF 전 세대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가끔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높은 경제 성장률 덕에 상대적으로 쉽게 취업하고 고속 승진한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과 IMF를 거치며 어렵사리 취업하고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평범한 대학 나온 사람들 사이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간극이 있다. 그들은 '잘 안 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야, 왜 그게 안돼?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한다. 그분들께는 지금! 직접 한 번 해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셋째, 부의 추월차선을 타고 싶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인도(人道)를 다니는 사람들은 재무계획이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다. 서행 차선을 다니는 사람들은 '천천히 부자 되기 전략'을 취하는 이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5일 일하고 다시 일하기 위해 2일을 쉰다. 연금을 가입하고 주식투자를 한다.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고 자신의 시간당 가치를 올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도(人道)와 서행 차선에서 살아간다. 이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자유를 갖기 힘들다. 자유는 내가 필요할 때 원하는 모습과 방식으로 바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엠제이 드마코가 말하는 부의 추월차선의 핵심에는 사업이 있다. 사업을 통해서 세상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할 때, 부의 방정식이 작동한다. 방정식은 <부=수익+자산가치>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자산가치가 핵심이다. 회사가 수익을 내면 자산가치는 수익 X 산업 승수(ex. 성장률)로 이루어진다. 즉 10억의 수익을 내면 자산가치는 수익인 10억 x 해당 산업의 승수(ex. 성장률)가 곱해진다. 산업의 승수가 7이라면 회사의 가치는 80억이 된다. (=10억 + (10억 x 7 )) 부의 추월차선을 타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빨리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위험하잖아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답해야 할까? 나도 과거에는 '사업은 위험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우리는 사자와 하이에나가 몰려다니는 초원에 살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성장한다. 위험은 없다. 경험이 있을 뿐.
이런 세 가지 이유들은 나에게 설득력과 사명감을 줄 수 있을까? 설득할 수 있는 힘은 준다. 그러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명감이란 나의 일이 가치가 있다는 명확한 신념이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사명감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가치있는 일을 찾아서 내가 할 일을 명확히 해야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보다 구체화시켜야 한다. 깊이 사고하고 숙고하면 영감이 찾아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