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영국 친구

by 류대선

영국에서 만난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늦은 나이에 유학으로 영국에 왔다 보니 내가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하지만 존댓말이 없는 영어를 쓰다보니 오히려 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거 같다.


영국에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있어 영국 친구라고 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나와 같은 국제 학생부터 시작해서 한인 교포, 백인, 아프리카계 2세대, 아랍계 영국인 등 분류하자면 엄청 많다.


그들 중에서 공통적인 건 예의가 바르다는 점이다. 귀족의 나라답게 영국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친구 사이 또한 서로 선을 지킨다.


예를 들면 서로 이야기할 때 상대방에 대해 물어봐주는 것이 있다. 자기가 하고싶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면 그것에 대해 먼저 '너는 ~ 어땠어? 하는 식으로 물어본다. 그럼 상대방이 대답한 후 '너는 어땠는데?' 하는 식이다. 웨일즈 출신인 영문학 수업에서 만난 친구가 메세지로, '너 시험점수 어떻게 됐어?' 하고 연락한 적이 있다. 그 때 '성적이 잘나왔나 보군' 하고 생각했다. 나는 점수 어떻게 나왔다 하고 대답한 뒤 그 친구에 대해 묻자 아니나 다를까, '나 역대급 점수맞았어' 하고 시험 잘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예의가 바르다.


영국에서는 홈파티도 자주 한다. 할로윈이나 팬케잌 데이,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 집에 모여 같이 먹고 논다.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파티문화가 많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문학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할로윈 파티를 했는데 정말 제대로 준비하는 걸 보고 사실 놀랐다. 의상부터 시작해서 집 데코, 한쪽에 메뉴판이 있는 미니 바도 있었다. 브리스톨이 사람이 많은 도시가 아니고 많은 집들이 마당이 있어 이런 파티할 공간과 여유가 있었던 거 같다.

IMG_7265.JPG 할로윈 파티 미니 바

영문학에서 만난 친구들끼리는 주로 보드게임을 하거나 서로 음식을 가져와 나눠먹는 Potluck을 하며 놀았다. 영문학 학생들 답게 둥글게 앉아 서로 한 문장씩 이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게임도 했다.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이야기가 나와 내심 놀랬다. 친구한테 말해 이걸로 짧은 단편을 써도 좋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사실 어디서나 그렇듯 모든 친구관계가 건강하고 건전하지는 않다. 한 예로 영국에서는 대마초를 피는데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퍼진다고 들었다. 대마초 자체가 불법이지만 그걸 핀다고 경찰들이 뭐라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그걸 어린나이에 배운다는 것이다. 한 친구는 15살때부터 대마초 피는걸 권유받았다고 한다. 길거리에도 종종 대놓고 대마초를 피지는 않지만 냄새 날때가 아주 많이 있었다. 조심할 필요가 있지 싶다.


내가 만났던 친구들은 모두 순수하고 좋은 친구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몇 명은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 친해지기도 했다. 미국에서 만큼 한국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K드라마 등을 통해서 인기를 얻어가고 있을 때였다. 한 친구는 나에게 소주를 먹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내가 안먹는다고 하자 어떤 한국인이 소주를 안먹냐고 나한테 뭐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밤새서 술 먹는 문화에 아주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여기는 보통 늦어도 12시면 헤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많이 놀랐던 거 같다.


다양한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여러가지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한국의 술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 친구는 아프리카계 영국인이었는데 영국에서 망고는 맛이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사실 한국에서 먹는 망고만큼이나 여기 망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그러냐 묻자, 망고는 자기 나라 나이지리아에서 나무에 올라가 직접 따먹는 게 제일 맛있다 했다. 한국에서 수입 망고만 먹던 나는 나무에서 망고를 따먹는 다는 말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들렸다. 아프리카의 쨍한 햇빛을 받고 자란 망고나무에서 갓 딴 망고 맛은 어떨까.


파운데이션을 같이 했던 한 친구는 우크라이나에서 왔었다. 그리고 그때 러시아에게 공격을 받고 있을 때였다. 가족들이 괜찮냐고 하자 '살아 있어,' 라고 대답한 말이 떠오른다. 수업시간 내내 핸드폰을 보며 지인들에게 부서진 건물 등의 사진과 동영상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에 있었다면 멀리 느껴졌을 전쟁이 내 친구의 일이 되자 너무나도 가깝게 느껴졌다. 마음이 아팠다.


반면 같이 있는 수업이 많이 없었지만 러시아에서 온 친구도 있었다. 전쟁 중인 두 국가의 학생들이 한 곳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에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반대로 내가 다른 친구들한테 새로운 경험을 시켜준 일도 많이 있었다. 나에게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어떤 무기가 되었다. 교육, 문화,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은 어떻다 얘기도 해주고 한국음식이 많이 먹였다. 여기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아는 걸 떠올리자면 가장 먼저는 북한이다. 남북관계에 대해서 묻기도 하고 내 의견을 묻기도 한다. 물론 조심스럽다. 사실 영국에는 북한 사람도 꽤 있다고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North인지 South인지 묻고 얘기하는 편이다. 사실 이쪽에는 많이 아는 것이 없었는데 하도 질문을 받다 보니 나도 오히려 관심있게 찾아보고 해서 질문 대비를 했었다. 무언가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 하니까.


한국 음식은 요리도 해주고 한식당에 같이 데려가 음식 소개를 해주기도 했다. 한가지 스스로 아쉬웠던 점은 비빔밥을 먹는데 밥을 잘 비비지 않고 친구에게 먹게 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나도 영국 음식이 익숙해져서 섞어먹는게 익숙지 않아 그랬던 거 같다. 거의 밥따로 나물따로 고기따로 고추장따로 친구에게 먹게 했던 나를 반성한다. 그 밖에 김밥, 짜파게티 등을 만들기도 했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 역시 먹는 거로 친해지는건 나라 공통인거 같다.


사실 영국하면 축구를 빼놓을 수 없는데 내가 축구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이쪽으로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는 못했던 거 같다. 하지만 같이 클라이밍을 간다든지 테니스를 친다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산책 등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통해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여름의 영국은 날씨가 참 좋기 때문에 소풍을 가는 것도, 하다못해 바깥에 나와 같이 햇볕을 쬐는 것도 친해지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국에서는 서로의 선을 지키기 때문에 개인적인 것들을 너무 자세하기 물어보기 보다 이런 공통된 주제나 활동들을 가지고 다가가는 방법이 좋을 수 있다. 영국사람들도 인정하는 할 말 없을 때 가장 많이 얘기하는 주제는 날씨. 왜 이렇게 영국사람들은 날씨에 대해 얘기할까 뉴스에서도 다룰 정도이다. 날씨가 너무 변덕스럽기 때문에, 또는 처음보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서로에게 관련된 주제이자 알기 쉽게 친해지는 방법이기 때문이지 싶다. 정말 뻔해도 무슨말을 할지 모르겠을 때는 날씨 얘기나 해보면 어떨까.


'It's chilly today, isn'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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