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든 사건이 검찰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지 못한 사건들은 통상의 수사기간인 2개월이 지나면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하여 사건을 경찰서 서고에 보관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수사용어로는 '미제편철'이라고 하며,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지 못하였으므로,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하여 범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날까지 경찰서 서고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사건을 경찰서에 보관하는 이유는 추후에 범인을 밝혀낼 가능성이 있는 단서를 찾아낼 경우 다시 신속히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서이며, 이는 수사의 효율성을 위한 것입니다.
이런 류의 사건은 검찰에 보내지 않는 게 국민에게는 더욱 이익 입니다. 현실적으로 검찰은 수사인력도 없지만, 범인을 모르는 사건의 경우에는 언론을 타거나 사회 이슈가 되지 않는 한 검찰에서는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사가 모든 사건의 범인을 잡아내는 것은 아니며 단서가 없으면 어떤 베테랑 형사라도 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현장에서 모든 감각의 촉을 세워 보이지 않는 범인이 남긴 단서를 찾아내고 그 단서를 계속 이어가며 범인을 쫓아갑니다.
통상적인 경찰의 수사기간은 2개월이지만, 범인을 잡기 위해 수 개월에서 몇 년, 아니 수십 년간 업무를 끝내지 않고 계속 수사를 이어가는 형사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해결 사건이 종결되는 시점은 사건이 경찰서 창고에 보관되는 때도 아니며, 2개월이란 수사기간이 지났을 때도 아니고, 경찰 내부에서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되는 때도 아니며... 바로 그 시점은 담당 형사가 범인을 잡겠다는 마음을 포기하는 그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후배들에게 사건 현장에서 단서를 찾지 못하였거나, 혹은 겨우 겨우 찾아낸 단서가 금방 끊긴다거나, 범인을 못 잡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에 있어서 포기를 모른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진정한 형사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형사들에게는 가혹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수사라는 업무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그 끝을 알 수가 없기도 하지만, 쉼 없이 밀려오는 사건들 속에서 형사도 분명히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고 사회생활, 그리고 가정생활이란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영화에 나오는 열혈 형사는 현실에는 있을 수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수사를 하다 보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매번 찾아오지만, 그럴 때마다 제 한쪽에는 피해자분이, 다른 한쪽에는 제가 잡아야 할 범인이 있음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그것이 선배님들께서 술 한잔 드시면 술안주로 항상 얘기하던 형사의 '인내와 끈기'가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국민께서는 영화에 나오는 그런 비현실적인 열혈 형사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인내와 끈기를 가진 그런 경찰관을 원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