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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Feb 08. 2021

도둑보다 더 도둑 같은 마음으로...

22살 파출소 순경으로 시작하여 41살 강력형사의 이야기...


도둑보다 더 도둑 같은 마음으로...
(마음가짐은 외모로도 표출될 수 있다)

작년 겨울 이번처럼 많은 눈이 내리고 매서운 칼바람이 씽~씽~ 불던 날이었습니다.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날씨에 시동도 틀 수 없는 차량 안에서 내복에 등산복에 스키 장갑을 끼고 두꺼운 겨울이불 2개씩을 몸에 두르고 흐르는 콧물을 훔치면서, 은신처 앞에서 범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잠복에 들어간 지 삼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 새벽에 은신처 앞 골목길에 그토록 기다리던 범인이 드디어 슬그머니 나타났고, 행여나 소리가 날까 봐 두 손으로 차 문을 살포시 열고 살며시 내려 까치발을 들고 조용히 범인의 등 뒤로 다가갔습니다.

제가 바로 뒤에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범인이 고개를 돌려 곁눈질로 저를 보고는 순간 "으악~" 소리를 치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않았습니다.

범인을 잡아 경찰서로 데려와 조사실에서 조사를 할 때 범인은 저를 보고 순간... 자신이 강도를 당하는 줄 알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었다며, 제가 경찰신분증을 보여주자 그제야 안심을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10여 년 전 형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여자처럼 생겨 매섭지 못하다며 경찰서 앞 족발집 술자리에서 종종 선배님들의 놀림거리가 되던 초짜 형사가 이제는 절도범의 눈에마저도 순간 강도처럼 보일 정도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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