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나 고발, 첩보사건과 다르게 제가 수사하는 사건들은 대부분이 범인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사건들입니다.
추적 과정을 크게 보면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이 홍길동인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과 알아낸 범인이 숨어있는 곳을 찾아내는 과정,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용의자 성명불상의 사건'들은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범죄자(빵잡이)라고 하는 강력사범들은 경찰에 잡힐 경우 자신이 빵(교도소)에서 몇 년을 살지를 대충 감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교도소에서의 수형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 봤기에, 잡히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경찰이 발밑까지 쫓아오고 있음을 알고 도피 중인 범죄자의 은신처를 찾아내는 건 정말 여간 힘든 수사가 아닙니다.
제가 추적분야 '전문수사관' 자격을 취득했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 지는 채 몇 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80여 가지가 되는 전문수사분야의 대부분에 추적 수사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형 사들의 업무는 조직 내에서 조차 저평가를 받아왔지만, 누가 뭐라든 형사라는 자존심과 사명감 하나만으로 범인을 쫓아다녔습니다.
검찰의 수사와 경찰 수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추적수사이며, 경찰뿐 아니라 여러 부처에는 각 특수분야를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들이 있지만, 검사님들 마저도 경찰... 특히 강력팀의 추적 능력은 비교 대상이 없다고 얘기하십니다.
국민들은 저희 경찰에 검찰처럼 사회이슈나 정치적 사건 등의 선택적인 수사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아무리 경미하더라도 내 가족에게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잡아주고, 서민의 재산을 등쳐먹는 파렴치한을 잡아 피해를 회복하고 정당한 법적 처벌을 받게 하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수사를 원하십니다.
그런 면에서 추적수사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고, 경찰이 추구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보편적 정의 실현에 가장 부합하는, 어찌 보면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2019년에 추적수사 분야 '전문수사관' 자격을 인증받았습니다.
전문수사관이란 제도는 경찰 수사의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더욱 우수한 수사서비스를 제공하고자 2012년부터 경찰청 내부 훈령으로 시행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경찰에는 추적수사, 수중감식, 혈흔분석, 생리심리분석(거짓말탐지기), 심리분석(프로파일러) 등 80여 개 전문분야의 약 3,800여 명의 전문수사관들과 그 상위 자격인 전문수사관 마스터 100여 명이 치안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사분야 중 추적수사에 관심이 많았던 제가 자격을 취득하였을 때 동료들은 제가 마치 승진이라도 한 듯이 축하를 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