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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입니다 Oct 16. 2023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를 만나다(서울퍼블리셔스테이블)

제대로 입도 못 뗀 나의 첫 독립출판페어 방문기

이야기는 1주일 전부터 시작된다.


독립출판 수업을 듣고 있는데 수업  2주 차가 되기 전까지 무슨 이야기로 책을 쓸 건지 결정해야 됐다.

지난겨울 미국 여행 이야기와 창업 기록 중에 고민하다 3명에게 물어봤다.


먼저 독립출판 선생님께 물었다. “둘 다 괜찮지만 업에 대한 이야기 보다 여행 이야기가 작가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것 같아서 여행 이야기를 추천한다.”

두 번째는 창업 멘토링에서 물어봤다. 대답은 “요즘은 퇴사 준비,  창업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니까 이걸로 하면 계속 시리즈로 책도 낼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맞는 말이고 나는 갈피를 못 잡고 있다가 마감 2시간 전 동생에게 물었다. “지금 쓸 수 있는 것은 여행이야기가 아닐까? 창업 이야기는 창업 후 결과물이 나와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2:1로 여행 책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는 조언을 듣고 나도 여행 주제를 선택했다.

지난 미국여행을 준비할 때 다녀와서 어떤 모습이든 결과물이라고 할 만한 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그렇지만 여행 전에는 여행 준비하면서 시간을 쓰고 가서는 체력을 아끼다 보니 막상 하기가 어려웠다. 다녀와서는 여기저기 치료한다고 시간 썼더니 8개월이 지났다.


여행 이야기로 독립출판물로 만들려고 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내나 궁금했다.

예전에 뉴욕규림일기를 도서관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때 도쿄규림일기를 독립출판이라고 했는데  그 책을 사볼까.

구글에 도쿄규림일기를 검색한다. 독립서점이 나온다. 책을 담고 책방 검색어에 뉴욕을 입력한다. 거기서 말코님의 영감수집노트 뉴욕을 보게 됐다. 구매하고 싶었는데 품절... 말코님의 다른 책들을 일단 구입한다.(그리고 팬이 됐다) 영감수집노트도 사고 싶은데.. 말코작가님 인스타를 가본다. 영감수집노트 뉴스레터가 있다. 그리고 스토리에서 지금 대구 퍼블리셔스테이블에 계신다는 것과 거기서 영감수집노트를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당장 내일 대구까지 가는 건 힘든데.. 뉴스레터부터 신청한다. 아 저 영감수집노트를 실물로 보고 싶다. 이런 생각하다 다음 날에 1주일 후 서울에서 퍼블리셔스테이블을 한다는 걸 알게 된다. 홍대에서. 홍대까지 가긴 귀찮은데. 그냥 뉴스레터만 볼까 봐.

그렇게 며칠 고민하다 결국 서울 퍼블리셔스테이블에 다녀왔다. 말코님 책 품절될까 봐 마음 졸이며 갔다.

페어라고는 수능 보고 코엑스에서 정시 박람회 가본 게 다라서 어리벙벙하고

팬사인회도 안 가봐서 막상 작가님 만나면 뭐라고 말한담... 모르겠고

일단 도착은 했는데 작가님 실물을 보고 아무 말도 못 하겠어서 -팬이 된 지 1주일째인- 나는 화장실 옆 통로에 숨어버렸다.

마침 그때 온 동생의 전화

“나 너무 떨려!!!!! 저기 작가님 계시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에이참”

그래그래 하고 다시 한 바퀴를 도는데 독립출판 강사님 출판사 부스가 보였다.

선생님을 먼저 찾지 않은 학생을 용서해 주시겠어요.

여기서 뵐 줄 몰랐는데 계셔서 너무 반가웠다. 선생님께 가서 인사드리고 한바탕 입 털고 나니까 말코작가님께도 갈 수 있겠다. 가보자!

작가님은 지인분과 대화 중인 것 같았다. 슬쩍 가서 딱 책만 사야지 하고 내가 못 샀던 말코작가님 책은 다 골라서 결제하려고 했는데!

작가님 “혹시 제 팔로워세요?”

나 “엌 맞아요 티가 나나요...?”

작가님 “뭔가 옆에서 슬금슬금 오셔서 그러실 것 같았어요.”

(이 똑같은 대화를 이후 단무지 작가님 앞에서도 한번 더 한다. 오자마자 책을 고르길래 알았다며. 그러고 보니 이거 엄청 쉬운 기출이잖아?)


토크 강자 말코작가님과 감동스러운 대화를 하고, 사고 싶었던 책도 다 사서 만족스럽게 첫 페어 방문을 마쳤다.

(어떻게 팔로워가 되셨냐고 물어보신 것 같은데? 너무 떨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제가 요즘 미국 여행 책을 써서 여차저차  알게 됐다는 말은 안 나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참말 다행이야)

혹제팔 맞습니다

다녀와서 보니까 내가 페어에서 만난 작가님은 3 타입이 계셨다.

A. 혹제팔?(혹시 제 팔로워세요?) 먼저 어떻게든 말을 건네는 타입. 여기서 팬심이 깊어짐.

B. 옆 부스 사랑 (옆 부스 작가님과 토크토크) 이때 책을 사려면 타이밍을 봐서 빠! 르! 게! 구입의사를 밝히고 계산하고 총총하면 된다.. 아니면 그냥 대화 같이 듣는 사람이 됨..

C. 쿨거래 (계산만 하고 싶어요) 뭐 구입할 때 뭐 이거 저거 물어보면 당연히 대답을 잘해주시겠지만, 그게 아닌 구매자라면 얼마입니다-네 안녕히 계세요-끝 하면 아주 깔끔함


추가로 책을 사면 오옴옹? 하시는 작가님도 계셨다. 너무 귀여우셨음.

돌아와서 보니까 나 참 많이 샀네,,

그래서 페어 다녀온 후기.

1. 다작 작가님이 많이 계셨다. - 내가 페어 참가하려면 책을 2권은 들고 가야겠다. 나머지는 굿즈로.

2. 여행 책이 굉장히 많다. - 내가 설 곳은 어디인가..

3. 어떤 작가님이 계시든 내가 필요한 책이면 사는 것 같다. -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작가님이 아니면 페어에선 실용서적 책만 사게 됐다. 에세이보다는 어떤 내용이 있을지 알게 되는 그런 책을 사게 된다.


도쿄규림일기, 뉴욕규림일기처럼 당시 일기를 출판하는 여행 책도 간간이 있는 것 같다.

여행 때 매일 일기를 쓰는 나였는데 이번 미국여행에서는 5일 썼나. 너무 피곤했다.


나는 어떤 책을 써야 할까 이러다 여행은 이용당한 딴소리책을 쓰게 되는 거 아닐까.

여행 일기도 아니고 여행 정보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뭘까. 8개월 지나서 기억도 흐릿하고.

참고할 책을 많이 샀지만 막상 내가 내 이야기를 쓰려면 막힌다.

그날 있었던 그 자리로 잘 돌아가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뭐든 되겠지?



+ 독립출판-아무도 나한테 시킨 적 없는- 이것도 마감스트레스가 있어서 고칼로리 고당도 음식을 섭취해야 글이 써질 것 같다. 심심한 음식을 먹고 썼더니 글도 심심하다. 목표는 하루에 4편씩 쓰는 건데 과연?

일단 오늘은 케이크다. (평소 케이크 안 좋아함)

흡사 중간고사 3주 전에 “오늘부터 매일 과목 1개씩 부수면 돼!”. 하다가

시험 1주 전에 “오늘부터 과목 2개씩 하면 돼!” 그러다가

시험 전날에 “내일 보는 거 다 하면 돼!”

이거 아니냐고...

Simon Sinek의 원숭이가 여기 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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