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입니다 Oct 21. 2023

하루에 3시간씩 글을 썼다.(독립출판수업 3주 차)

원고 마감 덫에 걸렸다.

누가 글 쓰라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내 손으로 결제한 독립출판 수업 이야기다.


글 쓰는 현재 시점으로 총 6주 강의 중 4주 차 강의가 진행됐다.

이번주 과제는 원고 60% 작성, 표지 디자인 완성, 인디자인에 지금까지 한 내지 작업 옮기기였다.


매주 토요일 수업이라 일요일은 쉬고 월화수 3일을 하루에 3-4시간 앉아서 글을 썼다. 내 글엔 15개의 소목차가 있는데 -처음엔 이번 주 숙제가 원고 100% 작성인 줄 알고 하루에 4개씩 목표로 잡다가- 60%면 하루에 2개씩 5일 동안 쓰면 된다는 계산을 냈다. 그리고 토요일에 인디자인 작업하면 되겠지.

계획은 알찼고 내 생각은 짧았다. 하루에 3시간을 앉아도 글 다운 문장을 못 썼다.


토요일 제출이니까 토요일에 어도비를 구독했다. 과제 제출까지 4시간 남았다.  .


글 쓰고 싶어서 신청해 놓고 한 장도 제대로 못 쓴 이유를 나열하면


1. 나는 아이패드로 페이지 앱에 쓰는데 내가 쓴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감이 안 왔다.

2. 노트북 사용 가능한 도서관을 찾아갔는데 도서관에서 유난히 글이 안 써졌다.

3. 소목차당 내지 몇 페이지 정도 할애할 건지 안 정했다.


페이지 앱에 글을 계속 쓰면 아무리 써도 분량이 부족해 보인다. 한 페이지 절반만 써도 한글로는 A4 한 장이 나오더라. 그것도 눈치 못 채고 계속 썼다. 분량 없는 글쓰기는 질리기 딱 좋다.  


나를 달래기 위해 음료를 2잔이나 사왔다.  이디야 오곡라떼는 귀리로 변경하니 매우 만족스러웠고 이디야 밀크티는 로얄밀크티 시절 없던 꽃향이 난다. 그리고 노트북은 자꾸 멈췄다.



이렇게 까지 시간을 들였는데 글이 안 나온 건 처음이라 어디가 문젤까 되짚었다.

공모전 글 낼 때는 마감 시간 전까지 어떻게든 냈는데 이번엔 왜 이런데? 주제도 정했고 글감도 있는데 왜?-나는 여행 산문을 쓰고 있는데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 쓰기만 하면 된다. 쓰기만.-

공모전과 독립출판의 공통점은 마감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공모전은 어쨌든 내 글을 읽어 주는 심시위원이 있다는 것, 내 독립출판물은 독자의 존재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공모전 글은 수상이 돼도 문집처럼 수상자에게만 배포가 되고-수상자들끼리 그렇게 서로의 글을 읽지 않는다. 이미 끝난 대회라 흥미가 덜하달까(내 착각일 수도 있다.)- 독립출판은 독자라고 불리는 구매자에게 간다. 비용을 지불하고 읽는 글이라 글값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힘들 게 하는지 모르겠다.


하도 글이 안 나와서 차라리 편지는 술술 쓰니까 소목차마다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생각하고 써보기도 했다. 이건 편지라고 스스로를 속였지만 뇌는 눈치가 빨랐다. 평소라면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편지지 위의 펜이 멈췄다.

여행지 이야기를 쓰려면 여행지에서 써야 했나. 당시 기록도 사진뿐이고 그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을 뒤져도 빈통이 나온다. 내 기억은 점점 뿌예지고 이 사진이 그 사진 같다. 이래서는 어떻게 책을 만드나.

여행에서 기록에 치우치면 여행을 못 즐긴다. 기록을 안 하면 남는 게 적다. 남기려면 기록해야 하고 재밌으려면 다 놓아야 한다. 나는 놓았다가 다시 잡는 사람이다. 순리에 역행해서 그런지 영 모양이 안 나온다.

드디어 가본 최인아 책방. 상상만큼 좋았다. 내가 산 글쓰기 책은 자소서, 보고서용 책이었다. 나는 산문을 쓰는데.. 분명 보고 샀는데 왜 이럴까.


그래도 책은 쓰고 싶어서 최인아책방에서 본 [글쓰기 정석] 책도 샀다. 아 그전에는 [오늘은 에세이를 쓰겠습니다] 도 샀다. 책장에 더 안 꽂힐 정도로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샀다. 특히 여행 일기를 많이 샀는데 내 색을 잃을까 봐 막상 비닐도 못 뜯고 있다. 탈고하면 그때 읽으려나.

다들 어떻게 책을 쓰쎴습니까..

이번에 독립출판 강사 작가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다. 탈고할 때는 3일 정도 글을 보지 말라고. 이걸 글을 묵힌다고 하는데 3일만 안 봐도 새로워 보일 거라고 했다. 월화수요일까지 쓰다가 3일 지나고 토요일에 다시 열어본 원고를 보면서 그 말이 진짜였다는 걸 경험했다. 분명 수요일까지 글 같지도 않은 걸 썼다고 매일 괴로워하길 반복했는데 막상 토요일에 인디자인에 차곡차곡 옮기다 보니까 쓸만하다. 내 기준이 내려갔거나 도저히 방법이 없거나 그것도 아니면 급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거나.

이랬거나 저랬거나 일주일 만에 작은 성취를 했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110*160 책에 옮긴 나의 글자들은 그 안에서 잘 지낼 것 같다. 그리고 하다 보면 사진만 넣어도 그럴듯해 보인다.

폰트 고르는 게 제일 재밌다. 아주 부담없고 최고다.

아무래도 이번에 한글에다 글을 안 쓴 게 문제였나 보다.

그렇게 결론 내려야겠다.


다음 주 목표는 탈고다. 탈고 못하면 수료 못 함.

소목차 12개 남았다. 강사 작가님께는 10개라고 줄여서 말했다. 하루에 2개씩 쓰면 딱 되는데. 되겠지 설마.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를 만나다(서울퍼블리셔스테이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