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허물을 보며

매미 성애자의 일기

by 디템포

<2016년 여름, 집 앞에 붙어있던 매미>


작년 여름에 탈피했을 굼벵이의 허물이
아직도 집앞 나무에 걸려있다.

무사히 매미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악착같이 달라붙었으면


탈피한지 반년이 다 된 지금,
그 동안 수차례 내린 눈과 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굳게 자리잡고 있을까.



어릴 적부터 나는 이상하리만치 매미를 좋아했다. 소리를 내는 곤충이라는 사실이 신기했고, 아버지와 함께 매미를 잡으러 다니던 시절의 기억이 나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나는 매미를 굉장히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매미를 잘 찾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친구들에게 알려져 있다.


굼벵이는 수년간의 지하 생활을 견뎌 매미가 되고 마침내 그 아름다운 노래를 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왔고,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지내왔다.


그러나 사실 굼벵이가 대단한 점은, 탈피를 앞두고 자리를 잡는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미가 되기 위한 일생일대의 순간, 굼벵이는 나무줄기, 나뭇잎 등 안전한 장소를 물색하고 단단하게 붙잡는다. 물론 탈피의 순간 천적을 만나 잡아먹히는 경우도 흔하고, 사람이 손으로 떼어내면 힘없이 떨어질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자리를 잡은 굼벵이는 떨어지지 않는다. 매미가 된 후에도. 잠시 그 허물 위에서 몸을 말리고, 본체가 떠나간 후에도 그 허물은 한참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자리를 지킨다. 심지어 그 매미가 이미 수명을 다한 이후인 이 겨울에도 그동안 내린 눈, 비바람을 견디며 붙어있다.


일생일대의 순간 단단히 몸을 의탁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해 나가야 하는 장소를 굼벵이는 알고있는 듯하다.


사람에게도 이런 일생일대의 순간이 여러 번 다가온다. 그것은 위기일 수도, 선택일 수도, 결정일 수도, 또 다른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모든 힘과 정신을 쏟으면서도 절대로 놓치지 않고 붙잡아야 할 것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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