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하게 습하고 덥던 여름의 긴 꼬리가 어제 내린 소나기처럼 세찬 비에 밀려 상쾌하고 신선한 아침을 만들어 주었다. 이 신선한 공기 속에서 기지개를 켜며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참 좋다. 특히 오늘은 기다리던 날이니까.
오늘은 정기 월례회로 골프 모임이 예정된 날.
지난 한 달 동안 이 날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드라이브샷을 연습하며, 이번엔 꼭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멋진 샷을 보여주리라 다짐했지. 실내 연습장에서 땀 흘리며 공을 치는 나를 상상하면, 골프장에서의 그 순간이 더 기다려진다.
설레고 기대된다.
이제 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다. 완벽한 드라이브샷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 이번 모임에서 다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깨닫게 될 거야. 기분 좋은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그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마음은 이미 골프장에 도착한 듯하다. 드넓은 페어웨이 위에서 공을 힘차게 날려 보내는 나의 모습. 다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놀라겠지. 그 순간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져 설렘으로 가슴이 뛴다.
기분 좋게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
오늘은 왠지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은 날이다. 가볍게 음악을 틀어놓고, 드라이브하는 기분마저 상쾌하다. 가는 길에 동반자 한 명을 픽업했다. 같이 가면서 오늘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골프장에 도착할 시간이 됐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골프장에 도착하니, 공기가 완전히 다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그 향기. 골프장 특유의 상쾌하고 청량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공기가 정말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완벽하게 물든 가을빛 하늘과 기분 좋은 바람이 맞아준다.
"우와~"
내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오늘은 정말 모든 것이 최고다. 하늘마저도 나를 응원하는 것 같다.
커피 한잔 들고 1번 홀로 고고!
카페에서 갓 내린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천천히 1번 홀로 향한다. 아침 햇살이 기분 좋게 얼굴을 감싸고, 커피 한 모금이 몸을 녹여준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몸도 마음도 더 가벼워진다.
스트레칭도 하고 몸 풀어야지.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풀어본다. 긴장을 푸는 동안 앞팀이 드라이브샷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공이 크게 휘더니 나무 숲 속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오비네!"
뒤에서 지켜보던 우리는 그걸 보고 웃음이 터진다. 다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에 괜히 더 자신감이 생긴다. 오늘은 분명 내가 멋진 드라이브샷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
제비뽑기... 앜! 1번 티샷!
결국 뽑힌 건 1번 티샷! 속으로는 "으흐흐" 하면서 웃음이 나왔지만, 동시에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그래도 침착해야지. 휴~~ 숨을 크게 들이쉬고, 연습 스윙을 붕붕~ 힘차게 해본다.
얏!
자신감 있게 휘두른 드라이브샷! 공이 하늘로 쭉 날아오르는 것 같더니... 핏~~~ 공은 갑자기 오른쪽으로 휘더니 나무 사이로 쏙 사라져버렸다.
"으앙~~ ㅠㅠ"
얼굴이 점점 뜨거워지며 빨개진다. 고개는 저절로 푹 숙여지고, 축 처진 어깨는 내 기분을 말해준다. 죽도록 연습한 내 한 달을 돌리도! 그 많은 연습이 이 한 순간을 위해서였는데…
주변에서 한마디씩 들려온다.
"굿 오비!"
"괜찮아, 오비 일찍 했으니까 이젠 잘될 거야."
다들 위로하는 말 한마디씩 건넨다. 그 말들이 고맙지만, 아직은 내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느덧 막홀.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흘렀을까. 어느새 마지막 홀이다. 오늘의 플레이가 예상보다 좋다. 실수도 있었지만, 점차 페이스를 찾아가면서 스코어가 올라갔다. 이제 이번 홀만 잘 치면 라베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다. 긴장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설렘이 가득하다.
“이번에만 잘하면 내 인생 최고의 라운드가 될 거야,” 속으로 다짐하며 마지막 티샷 준비를 한다.
파5 티샷!
안전제일. 마음을 가다듬고 힘을 조절하며 티샷을 날린다.
"오~~ 굿샷!"
기분 좋게 날아간 공이 페어웨이에 잘 안착했다. 자신감이 생긴다. 세컨샷도 아주 깔끔하게 맞아들었다.
써드샷, 나이스온!
그린에 공이 얌전히 올라가며 이제 퍼팅만 남았다. 그런데… 어? 퍼팅 자리가 애매하다?
슬라이스 내리막이라니… 그야말로 악마의 퍼팅! 긴장하며 퍼팅을 시도하지만, 공은 왠지 뜻대로 가지 않는다.
퍼팅을 한 번, 두 번, 세 번… 결국 퍼팅만 4번.
"힝... 나 왜 이러냐..." 속으로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괜찮아.
동반자들과 함께해서 즐거웠고, 날씨는 최고였다. 그리고… 골프장의 그늘집에서 치킨과 생맥주 한 잔은 그 어떤 샷보다도 더더더 기분 좋다!
따뜻한 사우나에 몸을 맡기니, 온몸과 마음이 다 풀린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며 피로가 녹아내린다.
아,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모든 걱정과 긴장이 사라지고, 그저 이 따뜻한 시간 속에 녹아드는 기분이다.
"좋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히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늘 만난 캐디는 정말 멋진 친구였다. 우리의 작은 농담에도 아주 큰 웃음으로 화답해 주고, 버디를 했을 때는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폴짝폴짝 뛰며 좋아해줬다. 그런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특히 벙커샷 때는 잊을 수 없다. 내가 친 공이 2단 그린 경사에 아슬아슬하게 멈춰있었는데, 그 순간 캐디가 뛰어와서 마크하는 거 있지! 마치 중요한 순간을 구해낸 것처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했다. 만약 그냥 두었더라면 공이 굴러내려가서 퍼팅 거리가 20미터는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 유머러스함과 함께, 게임을 이끄는 능력도 수준급이었다. 이 친구 덕분에 오늘의 라운드는 더 재미있고 특별했다.
집에 돌아와서 오늘 하루를 되뇌어 본다. 골프장에서의 웃음, 버디를 했을 때의 기쁨, 캐디의 유쾌한 리드, 그리고 그늘집에서의 치킨과 생맥주까지…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엷은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정말 즐겁고 여유로웠던 하루. 오늘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