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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이어가자

필드에서는 모두가 동반자이다.

by 일야 OneGolf

며칠 전 일요일..

'어?! 안녕하세요?'

자주 방문하진 않지만 1년에 대여섯 번 플레이하는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가 나를 보더니 알아보면서 인사한다.

'아!! 잘 지냈어요? 여름이 길어서 일하기 힘들었죠?'

맞인사를 하면서 반갑게 웃으니 나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린다.

들어 올린 그 손에 맞장구를 치며 하이파이브를 했더니 환한 미소로 응해준다.

'힘들었지만,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봬서 좋네요 ㅎㅎ'

'얼굴이 훨씬 좋아 보여요'

'살 좀 쪘어요~ ㅎㅎ'

그렇게 짧은 인사를 나누고 또 한 팀이 되어 플레이하기를 기약 없이 약속하며 각자의 코스로 출발하며 주먹을 쥐어 올려 파이팅을 한다.


오늘..

어제 플레이했던 골프장에 업무가 있어 다시 방문한 골프장에서 어제 캐디를 봐주었던 친구가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알아봐 준 고마움에 그리고 다시 본 반가운 마음에 식당으로 끌고 들어가 냉커피 한잔을 들려서 보냈더니 마음이 좋다.


골프를 플레이하면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캐디이다.


내가 만나본 많은 캐디의 말을 빌리면

그들은 오늘 자신이 서브해야 할 회원의 목록을 보고 또 골프백을 챙겨 골프카에 실으면서 기대 설렘 걱정 등이 동시에 교차한다고 한다.

그러함에도 공통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잘 서브할까'를 준비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본다.


캐디는 플레이어와 함께 4시간 15분의 플레이 시간을 보내면서 기뻐하고 손뼉 쳐주고 호응하며 때론 안타까워 어쩔 줄 몰라하는 순수한 동반자임을 믿는다.


그런 그들은 공을 치지는 않지만 코스 안의 플레이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플레이를 마치면 나는 동반자들을 모두 세워놓고 박수준비를 시킨다.

그리고

'오늘 플레이를 동반해 준 캐디분 00님께 캐디비(캐디피x)를 드리겠습니다. 동반해 주셔서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수~~'

박수와 함께 캐디비를 납부한다.


캐디비는 캐디로서 오늘 하루 노동의 정당한 대가이다. 그러니 납부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납부의 의무가, 일을 한 캐디에게는 수금의 권리가 있는 임금이다. 그렇기에 캐디를 이용한 사용료라는 의미가 강한 캐디피 보다는 급여 또는 임금의 의미를 담아서 캐디비라고 애써 표현한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를 위해 노력해 준 그와 그녀의 노동에 어떻게라도 감사의 진심을 전하고 싶기에 플레이 마치면 우리 팀만의 캐디비 납부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캐디비는 플레이 시작 전에 프런트에서 캐디비봉투를 제공받아서 미리 넣어놓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캐디분이 보는 앞에서 캐디비를 걷지 않는다.


또 함께 플레이하고 싶은,

조금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아도 반가운,

필드에서 동반자로서 존중되기를,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이 문화가 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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