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보내는 편지

by 일야 OneGolf

사랑하는 봄에게,

너를 다시 만나는 일이 이렇게 설레는 줄 몰랐어.
긴 겨울의 끝자락에서 너의 발소리를 기다리던 나날들,
차가운 바람 틈새로 네 향기가 스며들 때쯤,
나는 벌써 너에게 마음을 빼앗겼나 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너의 손짓 같고,
흐르는 구름이 너의 노래 같아.
너는 언제나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상을 다시 깨우는구나.

햇살이 내 볼을 쓰다듬으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스함이 번져와.
너의 손길인가? 너의 숨결인가?
봄, 너는 참 다정한 계절이구나.

네가 데려온 연둣빛 물결이
나무 끝에, 길가에, 내 마음속에 퍼져간다.
겨우내 감춰왔던 작은 소망들도
네 앞에서 조심스레 싹을 틔워 본다.

그러니 제발, 조금만 더 머물러 줘.
네가 떠난 자리엔 또 다른 계절이 오겠지만,
올해의 너는 올해만의 모습으로 기억될 테니까.

사랑을 담아,
너를 기다려 온 한 사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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