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판을 물들이는 풀꽃 가운데 코스모스처럼 오래도록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이 쑥부쟁이(Aster yomena)다.
쑥부쟁이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이름처럼 쑥잎을 닮은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학문적으로는 Aster scaber 라고 불렸지만, 식물 분류 체계가 바뀌면서 지금은 Aster yomena 또는 Doellingeria scabra 라는 이름으로 쓰인단다. 결국 문헌이나 학자에 따라 서로 다른 학명이 등장하지만, 모두 우리가 흔히 부르는 쑥부쟁이를 가리킨다.
쑥부쟁이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50cm에서 많게는 1m 이상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며, 윗부분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꽃송이가 무리지어 달린다. 꽃은 9월부터 서리가 내릴 무렵까지 피는데, 가장자리의 설상화는 연보라에서 자줏빛을 띠고, 가운데는 노란색 관상화가 자리해 전체가 작은 국화처럼 보인다.
꽃은 지름 2~3cm 남짓으로 크지 않지만, 은은한 보랏빛이 햇볕에 비치면 그 색감이 한층 깊어진다. 꽃잎은 바깥으로 길게 퍼지고, 가운데는 노란 꽃부리가 단단히 모여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몽골 등 동아시아에 자생하며, 나는 먹어본 기억은 없지만 예로부터 나물로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특히 어린잎을 데쳐 무치면 특유의 향긋함과 쌉쌀한 맛이 살아나는 ‘쑥부쟁이 나물’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풀은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 길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으며,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시아 전역에 분포한다.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으며, 특히 볕이 잘 드는 산기슭이나 풀밭에서 흔히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쑥부쟁이의 잎은 쑥을 닮아 ‘쑥부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실 ‘부쟁이’는 국화를 뜻하는 옛말인데, 여기에 ‘쑥’을 닮았다는 수식이 더해진 것이라 한다. 잎은 길쭉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어릴 때는 부드럽지만 자라면서 질겨진다.
들판에 무리지어 핀 쑥부쟁이는 그 자체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군락을 이루면 그 일대가 화사해진다. 서리가 내릴 때까지 꿋꿋이 피어 있어, 다른 꽃들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은은한 보랏빛을 보여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쑥부쟁이에서 오래가는 인연과 꾸준한 삶의 기운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가을 산과 들에서 오래도록 피어나는 꽃, 쑥부쟁이. 한창 무더위가 지나고 들판이 점점 빛을 잃어갈 때에도 이 작은 보랏빛 꽃은 오래도록 빛을 내어 늦가을까지도 성근 무리가 스산한 들녘에 잔잔한 위로를 건네준다.
쑥부쟁이는 화려하지도, 강렬하지도 않다. 그저 계절의 흐름을 묵묵히 버티며 오래도록 피어 있는 꽃이다. 그래서일까, 들판 한쪽에 피어 있는 쑥부쟁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삶도 저렇게 은근하게, 길게 이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