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통계냐 운명이냐

by 일야 OneGolf

​파티장에서의 소동 후, 송운은 월하를 해고하는 대신 그를 더욱 가까이에 두기로 결정했다. 이제 월하는 송운의 ‘개인 감시 및 운명 증명 팀’의 유일한 팀원이 되었다.


​송운 : “월하 씨, 우리가 한 팀이 된 이상, 인연에 대한 당신의 헛소리가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증명해야 해요. 당신은 ‘운명팀’, 나는 ‘통계팀’이에요.”


​월하 : “좋소! 나의 운명팀이 당신의 통계팀을 압도할 것이오!”


​송운은 회사 내에서 가장 매칭 난이도가 높은 두 커플을 데려왔다.


​커플 A (통계팀 담당) : 매칭률 98%. 직업, 연봉, 취미 완벽 일치. 하지만 세 번의 만남 모두 분위기 최악으로 파국 직전.


커플 B (운명팀 담당) : 매칭률 3%. 직업, 연봉, 취미 모두 상극. 대화 주제조차 없어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상태.


​송운 : “나는 커플 A를 맡을 거예요. 98%는 완벽하게 성공시킬 수 있어요. 당신은 커플 B를 맡아요. 당신의 ‘운명론’으로 3%의 기적을 증명해 보세요. 이 내기에서 지는 사람은 상대방의 논리를 평생 따르기로 해요.”


​월하의 눈이 빛났다.


월하 : "좋소! 나의 진정한 능력을 보여주겠소!"

​송운은 커플 A를 맡았다. 그녀는 엑셀 파일을 열고, 두 사람의 최적의 대화 동선, 칭찬 타이밍, 식사 메뉴까지 완벽하게 설정해 주었다.


​송운 (커플 A에게) : "두 분의 성공적인 데이트 확률은 98%입니다. 저의 지침을 100% 따르시면 됩니다. 대화 주제는 최근 주식 동향과 프리다이빙 장비입니다. 감정적인 이야기는 논리에 방해되니 피하세요."


​커플 A는 송운의 완벽한 논리에 감탄하며 데이트를 시작했다. 송운은 모바일로 두 사람의 데이트를 관찰했다.


​송운 : ‘좋아. 지금 3분 40초, 남자가 여자의 취미에 공감하는 말을 했어. 완벽해. 통계적으로 매력도가 2% 상승했어.’


​하지만 송운은 곧 당황했다. 두 사람은 완벽하게 짜인 각본대로 대화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설렘이 없었다. 마치 로봇처럼 매뉴얼을 수행할 뿐이었다.


​송운 (독백) : 왜지? 통계는 맞는데, 왜 저들에게서 서로에게로의 끌림이 없는 거지?

​한편, 월하는 커플 B를 만났다. 여자는 예술가였고, 남자는 회계사였다. 그들은 서로를 혐오했다.


​여자 : "회계사님은 저 같은 사람은 '현실 회피적인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시죠?"


​남자 : "예술가님, 저는 '비효율적인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월하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붉은 실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두 사람의 '깊은 내면의 결핍'을 보았다.


​월하 : "두 분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된 반쪽을 바라보고 있소. 여자분은 자신의 현실을 도외시하는 삶을 현실로 잡아줄 어떤 이가 다가오는 걸 두려워하고, 남자분은 자신의 건조한 삶이 감성으로 채워질까 봐 두려워하는 거죠."


​월하는 두 사람에게 '상대방의 취미를 2시간 동안 함께 해볼 것'을 제안했다.


​월하 : "남자분은 여자분의 작업실에 가서 붓을 드시오! 여자분은 남자분의 사무실에 가서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시오! 당신들의 결핍이 서로의 운명을 열어줄 것이오!"


​두 사람은 월하의 수려한 외모와 순수한 눈빛에 홀려, 거부감 없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저녁, 두 커플의 데이트 결과가 나왔다.


​커플 A (통계 98%) : 데이트 후, 여자가 남자에게 ‘당신의 삶은 너무 계산적이라 숨 막힌다’며 만남을 거부. 매칭 실패.
​커플 B (운명 3%) : 남자가 여자의 작업실에서 난생처음 붓을 잡고 '비효율적인' 그림에 몰두하며 해방감을 느꼈고, 여자는 남자의 사무실에서 숫자가 주는 안정감에 묘한 매력을 느낌. 두 사람은 ‘취미 교환’을 약속하며 만남 지속 결정. 매칭 성공.


​송운은 충격에 빠졌다. 98%가 실패하고, 3%가 성공했다니. 그녀의 모든 논리와 통계가 월하의 ‘운명론’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송운 : “말도 안 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요! 당신의 비주얼이 통계에 치명적인 오류를 가져왔을 뿐이에요!”


​월하 : “오류가 아니오. 이것이 인연의 본질이오. 인간은 자신의 결핍에 엮이는 것이오. 송운 아가씨.”


​월하는 송운에게 다가와, 그녀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귀 뒤로 넘겨주었다. 이번에는 송운도 몸을 움츠리지 않았다.


​월하 : “당신의 완벽한 논리는 나의 멍청하리만큼 순수한 결함을 채워주고, 나의 통제 불가능한 운명은 당신의 갇힌 감정을 해방시켜 줄 것이오. 우리는 서로의 결핍에 엮일 운명이오.”


​송운은 그의 눈빛을 피할 수 없었다. 그녀의 논리는 월하를 해고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그녀의 심장은 그가 말하는 ‘운명’에 강하게 동조하고 있었다.


​송운 (작은 목소리로) : “나는... 졌어요. 약속대로 당신의 논리를 따를게요.”


​월하 : “좋소! 그렇다면 당신의 통계팀은 오늘부터 나의 운명팀에 편입된 것이오!”


​월하는 활짝 웃었다.

이제 송운을 인연의 실타래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운명 불신자의 운명적 항복이었다.

이전 09화비즈니스로 밀어내봐. 운명으로 당길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