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로 엮어가는 운명적 인연법

by 일야 OneGolf

​송운은 계약에 따라 월하의 ‘운명팀’에 편입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회사 로고가 박힌 티셔츠 위에 ‘운명팀 보조’라는 명찰을 달았다.


​송운 : “월하 씨. 나는 논리적으로 졌어요. 하지만 내 이성은 여전히 당신의 운명론을 믿지 않아요. 이제 나에게 당신의 운명론적 사랑이 통계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세요.”


​월하 : “좋소! 당신의 차가운 이성을 감성으로 깨우는 것이 나의 임무요. 우리의 첫 훈련은 운명적 데이트요!”


​송운 : “운명적 데이트? 매뉴얼은요? 대화 주제는요? 몇 시까지 진행되죠?”


​월하 : “매뉴얼? 주제? 시간? 그런 통제는 없소. 당신은 오늘 하루 나를 따라다니며 ‘느낌’이라는 신성한 힘을 배워보시오.”


​월하는 송운을 데리고 낡고 복잡한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송운이 다니던 고급 매칭 파티장과는 정반대인 장소였다.

​시장에서 월하는 송운에게 ‘운명적 끌림’을 느끼는 훈련을 시작했다.


​월하 : “송운 아가씨. 눈을 감으시오.”


​송운은 못마땅했지만, 계약 때문에 마지못해 눈을 감았다.


​월하 : “좋소. 이제 주변을 둘러싼 ‘인연의 기운’을 느껴보시오. 당신의 발길이 닿는 곳, 당신의 후각을 자극하는 곳. 그곳에 당신의 감정이 숨어 있소.”

​송운은 눈을 감자마자 혼란에 빠졌다. 냄새, 소리, 사람들의 부딪힘... 그녀가 평소에 논리적으로 무시했던 모든 감각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송운 : “어지러워요! 저는 냄새를 맡으면 위생 상태를 분석하고, 소리를 들으면 소음 공해 수치를 분석하는데, 어떻게 여기서 감정을 느껴요!”

​월하 : “그대는 너무 분석적이오! 운명이란 분석 불가능한 것이오!”


​월하노인은 송운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이끌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월하노인은 한 낡은 어묵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


​월하 : “이곳이오. 당신의 결핍이 이끄는 곳이오. 어묵의 따뜻함이 당신의 차가운 이성을 녹여줄 것이오.”


​송운은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길거리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늘 칼로리와 위생 상태를 먼저 분석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월하의 손에 이끌려 어묵 국물을 마시는 순간, 차가웠던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따뜻한 위안을 느꼈다.


​송운 : “이... 이 따뜻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요.”
​월하 : “그것이 바로 운명의 언어요. 송운 아가씨.”

​그날 오후,

월하는 송운에게 ‘진심을 담는 대화 훈련’을 시켰다. 그는 송운을 마주 앉혀놓고 그녀의 눈을 깊숙이 응시했다.


​월하 : “이제 나의 질문에 논리나 통계가 아닌, 당신의 감정으로 답하시오. 가장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당신의 삶에서, 가장 외로웠던 순간은 언제였소?”


​송운은 이 질문에 크게 당황했다. 그녀는 남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본 적이 없었다.


​송운 : “그런 건... 의미 없는 비생산적인 대화예요. 저는 외롭지 않아요. 저는 성공이라는 목표로 가득 차 있어요.”


​월하 : “거짓말이오! 당신의 차가운 철벽 뒤에는, 그대가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이 찾아올까 봐 두려워하는 작은 영혼이 숨어 있소.”


​월하의 그윽한 눈빛이 그녀의 가장 깊은 곳을 꿰뚫었다. 송운은 순간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릴 뻔했다.


​송운 : “당신이... 당신이.. 음.. 암튼!”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쳤다. 월하는 그녀를 쫓아가지 않았다. 그는 송운의 차가운 이성이 막 뜨거운 감정을 느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날 밤,

송운은 집에서 월하를 피했다. 하지만 월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따뜻한 수프’를 끓여주었다.


​월하 : “이것은 마음을 담은 위로요. 들어보세요.”


​송운은 수프를 받아 들었지만, 여전히 그를 경계했다.


​송운: “월하 씨. 당신의 방식은 논리가 없어요. 논리가 없으면 지속될 수 없어요. 내일 당신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최악의 실패 사례를 당신에게 보여줄 거예요.”


​월하 : “좋소. 무엇이든 해보시오.”


​송운은 스마트폰을 켜고, 자신의 MBTI 유형인 ESTJ를 검색했다.


​검색어 : ‘ESTJ의 운명적 사랑’


[검색 결과] : ESTJ는 통제 불가능한 운명을 믿지 않습니다. 사랑은 이성과 분석의 결과여야 합니다.

​송운은 안심했다. 통계는 여전히 자신의 편이었다.
​하지만 월하는 그녀의 옆에 앉아 말없이 그녀의 검색 목록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미소가 피었다.


​월하 (독백) : 통계는 나를 INFP라고 하고, 당신을 ESTJ라고 하는군. 상극의 통계가 우리를 떼어놓으려 하는군.


​그는 손을 뻗어 송운의 어깨에 살짝 닿았다. 송운은 움찔했지만, 이번에는 뿌리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경계심으로 가득했지만, 그녀의 몸은 월하의 따뜻함을 거부하지 않았다.


​월하 : “송운 아가씨. 당신은 당신의 이성이 아닌, 당신의 운명을 믿어야 하오. 당신은 나를 밀어내지만, 당신의 따뜻한 마음은 나를 당기고 있소.”


​그의 외모보다 따스한 미소와 진심이 송운의 철벽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공격이 되었다. 송운의 이성은 붕괴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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