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시선] 심부름

by 일야 OneGolf

늦가을이었지만 찬 기운이 일찍 내려와 매우 쌀쌀한 날이었다.


이제 막 자대에 배치된 신병 A와 몇몇은 는 공사에 사용한 삽과 낫에 묻은 흙을 옥외 수도에서 씻어내고 있었다. 찬물에 젖은 손은 금세 발갛게 변했고, 시린 손을 녹이려 겨드랑이에 꽂았다가 다시 물에 담그기를 반복했다.


그 앞을 바쁘게 지나던 한 젊은 간부가 이 모습을 보고 말했다.
“손 시린데 뜨거운 물 떠다가 하지 그러냐.”


신병은 “네.” 하고 대답했다.
그러나 선뜻 손이 시리다고 뜨거운 물을 뜨러 가기가 눈치 보였다. 괜히 꾀부리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 그냥 얼른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때 또 다른 나이가 지긋한 간부 한 명이 순찰을 돌다가 이들의 모습을 보고 수돗가로 다가왔다.


“신병, 나 손 씻게 뜨거운 물 한 대야만 받아와라.”


신병은 차마 불평은 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생각했다.
‘춥기도 하고, 지금 할 일도 있는데... 심부름을 시키네.’


그는 뛰어가 뜨거운 물을 한 대야 받아왔다.
그 물을 받은 간부는 손끝을 살짝 담그는 듯하더니 금세 손을 털었다.


“고맙다.”


뜨거운 물은 한 바가지도 쓰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어리둥절한 신병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 물에 자신의 손을 담갔다. 그리고 심부름의 진짜 속내를 알아차렸다.


손끝이 풀리면서 따뜻함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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