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현우는 매일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의도적으로 실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은 무의식적으로 그 능력을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다뤄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는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미묘하게 소모되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능력의 진짜 본질과 한계를 알아보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다는 결심이 들었다.
현우는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 직전, 그는 의도적으로 집중 상태에 들어갔다. 눈을 감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감각에 집중하며, 머릿속으로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했다. 그 순간, 알람이 울릴 시간에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느리게 만들어 몇 분을 천천히 지나가게 만들었고, 그 몇 분이 길게 늘어지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
‘정말로 시간을 느리게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걸까?’
그러나 시간을 느리게 한 순간, 그의 몸과 정신이 피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에너지가 급격히 소모되는 기분이었다. 그는 곧바로 집중을 풀고 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현실 세계로 돌아오자,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시간을 조절하는 데도 비용이 따르는 건가...?’
이후, 그는 점심시간에도 짧게 실험을 해보았다. 커피를 마시려다 잠시 컵을 올리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사물의 움직임이 마치 멈춘 듯 보이게 만들었다. 이 능력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들자, 현우는 기분 좋은 자신감을 느꼈다. 이제까지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던 일상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시간을 다룰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점점 피로가 쌓여갔다. 능력을 사용할수록 기억이 흐릿해지고, 짧은 순간이지만 주변의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찾아왔다. 시간 조절 능력의 사용에는 분명 신체적, 정신적 대가가 필요했다. 이 대가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씩 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며칠 후, 현우는 평소와 같은 출근길에 오르고 있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여느 때처럼 짧은 시간을 실험해 보려는 순간, 옆자리에 낯선 남자가 다가와 앉았다. 그는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차분하게 말을 걸었다.
“시간이 좀 이상하게 흐르지 않나요, 현우 씨?”
현우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 남자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상태를 아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상대방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능력,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우 씨가 앞으로 그 능력을 다루는 데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현우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저... 저를 어떻게 아시는 거죠? 그리고 제 능력을 어떻게...”
남자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시간 조절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관찰해 왔습니다. 현우 씨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능력은 아직 그 잠재력의 일부일 뿐입니다. 우리와 함께라면,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을 겁니다.”
명함에는 단체 이름과 연락처만 간단히 적혀 있었다.
‘크로노스 연구소’
현우는 그 이름을 되새기며 그 남자의 말을 곱씹었다. 그는 잠시 말없이 남자를 바라보았고,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얽혀 돌아갔다.
남자는 현우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와 함께 시간을 훈련하고 연구할 수 있다면, 현우 씨의 능력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시간을 단순히 느리게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순간에 멈추거나, 시간을 완전히 뛰어넘어 특정 지점으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통제하고, 더 큰 힘을 다루게 될 겁니다.”
현우는 이 말을 듣고 흥미와 불안이 동시에 들었다. 시간이 마음대로 조절되는 능력을 가지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매력적이었지만,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가 불분명했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저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현우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물었다.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저 시간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그 지식을 이용해 우리와 함께 중요한 임무들을 수행하는 겁니다. 물론, 현우 씨에게는 최대한의 편의와 보상이 제공될 겁니다. 그 능력을 그냥 남겨두기에는 아깝지 않습니까?”
현우는 생각에 잠겼다. 그의 삶이 어긋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그가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는 그동안 겪었던 시간의 불안정함을 떠올리며, 이 단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현우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시간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현명한 결정입니다. 앞으로 저희와 함께라면, 시간을 완전히 다룰 수 있게 될 겁니다.”
현우는 그날 이후, 자신의 능력과 시간의 비밀을 풀기 위해 비밀 단체 크로노스 연구소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제 그의 앞에는 시간을 통제하는 강력한 힘과, 그와 동시에 다뤄야 할 대가와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우는 그날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은 더 이상 자신을 억누르는 힘이 아닌, 스스로 다루어야 할 힘으로 다가왔다. 그는 내일부터 시작될 새로운 훈련과, 시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 가슴이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