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시간들

by 일야 OneGolf

현우는 오늘도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길에 나섰다. 어제도 늦었고, 지난주에도 빼먹었던 약속이 떠올랐지만, 오늘은 꼭 시간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여유가 있다고 안심하며 지하철에 올랐지만, 마음 한편에는 묘한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늘 그렇듯 시간이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현우는 잠깐 눈을 감고, 출근하면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첫 회의만 무사히 끝내면…."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런데, 눈을 감은 사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순간,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익숙한 정류장을 지나쳐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시계를 확인했다. 정해진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고, 예상보다 훨씬 먼 곳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여유 있었던 시간인데.’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자신만이 이 순간을 놓쳐 버린 기분이었다. 그는 서둘러 다음 역에서 내려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눈을 크게 떴지만, 속에서 느껴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은 여전히 떨쳐지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상사가 그의 책상을 노려보며 말했다. "현우 씨, 오늘도 또 늦었네요?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이러다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당신을 빼야 할지도 몰라요."

현우는 변명할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뭔가 일이 자꾸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억울했지만, 자신의 말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상사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 듯 한숨을 쉬고 돌아섰다. 주변 동료들 역시, 더 이상 그에게 신뢰를 두지 않는 눈빛이었다.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지른 걸까?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걸까?’

현우는 오후의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커피를 들고 창가에 섰다. 창밖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 순간, 다시 이상한 집중 상태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간의 흐름이 잠시 멈추는 것처럼, 모든 것이 느릿하게 보이고 주위가 정지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았는데, 그들의 걸음걸이와 동작이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다.

‘뭐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그는 급하게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이상한 상태는 계속되었다. 커피를 마시려 컵을 들어 올리는 속도조차, 마치 자신이 시간을 느리게 조절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다시 주변을 보았을 때, 그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떠나고 자신만 혼자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일이 오늘만이 아니었다. 종종 이런 집중 상태에 빠질 때마다 시간이 어긋나고, 자신이 남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무언가가 나를 조롱하는 걸까?’ 현우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현우는 일찍 퇴근하여 집으로 향했다. 그는 요즘 들어 일상적인 생활이 틀어지는 경험을 자주 하고 있었다. 식사 시간조차 미묘하게 뒤틀리고, 잠을 자려고 누우면 언제 잠든 건지 모르게 시간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려고 누웠을 때 이미 새벽이 되어 있기도 하고, 알람이 울리기 전 느닷없이 깨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주말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무엇을 빼앗기고 있는 걸까….’

현우는 이런 감각이 점점 자신을 미치게 할 것만 같았다. 시간은 늘 충분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기묘하게 사라져 버린다. 혹시나 자신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그는 점점 자신이 시간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늦은 밤, 일기장에 짧게 적어본다.

“시간은 왜 항상 나와 다른 길을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이 나를 따라오지 않는 기분이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은 나와 함께 있는 게 아니라, 나를 멀리 데려가는 걸까?’

현우는 시간이란 무엇인지, 자신이 겪고 있는 이 불가사의한 일들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주위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고요함 속에서 그는 짧은 혼란의 순간을 느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의 이상 현상은 점차 그를 무언가 거대한 비밀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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