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bon, Portugal 09
어느덧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일몰을 보기 위해 카스카이스 해변으로 향했다. 우리는 버스 안에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된 대화의 재료는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였다. 각자의 이야기 속에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알맹이가 들어있었고, 그것의 질감과 색감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작은 대화 속에서도 여러 가지를 충분히 배울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윤영언니, 영국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여행을 온 다혜 언니, 휴가 때마다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는 진형이, 그리고 스무 살 끝자락에 무작정 떠나온 나까지. 모두 자기만의 줄거리를 품고 있었다. 삶의 방식도, 색깔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우연히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만난다는 것. 마치 이곳에서 만나자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톱니바퀴가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를 맞닥뜨릴 때의 느낌. 그리고 곧 그것이 참 멋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
도착한 해변은 아주 고요했다. 느린 파도가 모래사장에 부딪히는 소리,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움직임, 그리고 우리들의 낮은 대화만이 그 공간을 메꾸고 있었다. 엷은 분홍색이 어우러진 하늘은 아름다웠다. 슈퍼에서 사온 작은 병맥주를 꺼내어 소소한 건배를 했다. 거기에 짭짤한 감자칩까지 더하니 하나의 작은 파티가 열렸다. 시간이 지나도 지금을 선명히 꺼내 볼 수 있기를 바랐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아직 여기에 있지만, 더욱 오래 이곳에 머무르고 싶은 그날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