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그래서 절절했구나
라 비앙 로즈 (La Vie en Rose, 2007)
제작 : 프랑스, 드라마 │ 감독 : 올리비에 다한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에디트 피아프), 마르셀(장 피에르 마틴),
루이스 레플리(제라르 드빠르디유), 레이몽 아소(마크 바르베)
등급 :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128분
영화 <주디>를 본 지 얼마 안 되어 <라비앙로즈>를 보게 되었다. 두 영화의 주인공인 '주디 갈란드'와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무서우리만치 평행이론처럼 닮아있었다. 천재적이었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고, 굴곡적인 개인사와 연애스토리를 지녔고, 그리고 비교적 이른 죽음에 이르기까지, 마치 시대적인 천재들의 정해진 노선처럼 두 사람은 꼭 닮아있었다.
'에디트 피아프'는 프랑스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가수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녀가 부른 '라 비앙 로즈(La vie en rose)'은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지금까지도 여러 매체에서 쓰이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 그 외에도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 '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Non, je ne regrette rien)' 두 곡 역시 얼마나 세상에 많이 회자되었는지, 에디트 피아프가 누군지도 몰랐던 내 귀에도 매우 익숙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 간드러진 노래에 얽힌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가 얼마나 굴곡졌는지는 영화를 본 오늘날에야 알게 됐으니...
에디트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참이던 1915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영화가 차례차례 훑는 그녀의 성장과정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아버지는 곡예사에 어머니는 거리의 가수였고, 매우 가난해서 결국엔 창녀촌 포주인 할머니 손에서 자란다. 그러다 14살 무렵부터 아버지를 따라 거리를 유랑하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몽마르뜨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스무 살의 에디트 피아프를, 카바레 클럽의 '루이스'가 눈여겨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에디트는 평생 어머니처럼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힘겹게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천재의 탄생은, 천부적 재능, 그리고 그 재능을 알아보는 주위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 같다. '루이스'의 제안을 시작으로 에디트 피아프는 카바레 가수로 성장했고, 그 후 작곡가 '레이몽 아소'를 만나 유명 가수로서 서서히 자리 잡아나갈 수 있었다. '작은 참새(피아프)'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만큼 작았던 142cm의 몸집에, 그와 대비되는 폭발적인 성량과 간드러진 음색으로,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곧 유명인사가 된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이제 행복한 꽃길만 걸었더라면 좋으련만, 그녀의 인생은 경제적인 성공 이후에도 매우 굴곡졌더랬다. 평생을 통틀어 가장 사랑한 남자 '마르셀'은 유부남이었던 데다 심지어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어버렸고, 교통사고를 네 번이나 겪어 생긴 고통 탓에 몰핀과 알콜에 의존해 살아야 했다. 영화 <주디>를 보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당시엔 약물남용에 대한 개념이 현대보다 매우 무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약물과 알콜에 절어버린 에디트는 40대를 갓 넘긴 나이에, 이미 70대처럼 구부정하고 피부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데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쇠약했다. 그때 그녀의 건강은 이미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노래에는 가수의 한이 담겨 있다. 그러니 어떤 노래는, 그 가수의 생애를 알아야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기도 하다. 그저 밝은 멜로디로만 귓전에 들렸던 에디트의 많은 노래들은, 뒤늦게야 알았지만 하나같이 그녀의 삶에 엉겨 붙은 그녀의 한을 담고 있었다. 어쩌면 에디트는, 스스로도 애처로운 자신의 삶을 노래를 부르며 달래 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던 남자 마르셀이 죽고 나서 발표한 <사랑의 찬가>는 마르셀에 대한 사랑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가장 뭉클하게 한 건, 그녀가 죽기 3년 전 발표한 <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이다. 말 그대로 아니요, 후회하지 않아요. 매우 굴곡졌고 그래서 괴롭고 아팠지만 그래도 그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노랫말은, 에디드 피아프의 자전적 메세지나 다름없었기에. 더구나 몸이 완전히 쇠약해져 있던 때에 불렀던 노래라고는 믿기지 않는 여전한 성량과 풍성한 음색이, 왜 그녀가 프랑스의 국민가수인지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에디트는 1963년, 간부전으로 47세의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 마찬가지로 47세에 약물중독으로 숨을 거둔 미국의 '주디 갈란드'와 너무도 닮아있는 에디트의 생애. 약물에 의존하지 않으면 생활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그녀들의 삶의 무게를, 감히 헤아리기가 힘들고 또 안타까울 따름이다.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라 비앙 로즈'는 장밋빛 인생이라는 뜻이다. 개인의 삶은 불행했지만, 우리네 역사에 잊지 못할 노래들을 남기고 요절한 주디 갈란드,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 그녀들이 부디 다음 생에는 장밋빛 인생을 살아보길, 감히 바라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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