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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Jun 15. 2022

어느 날 갑자기
임신이 하고 싶어졌다

[임신일기] 임신 생각 없었던 여자가 임신하고 싶어진 까닭은?


 

인스타그램 연재글 @woodumi



요새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배우 손석구의 사진을 올리면서 장난스레 ‘우린 결혼을 너무 일찍 한 것 같다’고 친구와 댓글을 주고받았다. 그랬더니 다음날 친정엄마가 전화를 해서는 이렇게 물었다. 우리 딸, 벌써 권태기가 왔니? 전혀 예상치 못한 엄마의 반응에 그만 푸하하하 웃어버렸다. 나는 신랑과 연애를 할 때에도 강다니엘을 사랑했으며, 신혼 때에도 영화 <불한당>을 보고는 배우 설경구에 빠져 매일 가슴앓이를 했다. 여자 친구를 옆에 두고도 오마이걸 무대 영상을 찾아보는 남자들의 심리와 다르지 않은 것일 뿐인데, 엄마는 내가 남편에게 권태기를 느껴 손석구를 좋아하게 된 줄 알았던 모양이다. (엄마, 손석구님은 나의 존재도 몰라...,)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나는 요새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그건 바로, 나의 유전형질과 남편의 유전형질을 합쳐 세상에 없던 생명체를 만드는 일이다. 세간이 2세 계획이라고 부르는 그것. 그렇다, 나는 임신을 계획 중이다. 제아무리 손석구에 반했다고 한들, 내 옆에서 눈을 뜨고 잠이 드는 남자를 열렬히 사랑하지 않으면 꿈꿀 수 없는 일이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어느 날 너무나도 갑자기, 임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나는 결혼은 갈망했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는 편이었다. 생기면 낳고 안 생기면 말 생각이었고, 아이보다 내 꿈과 일이 더 중요했다. 그렇다고 또 딩크족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으로 내 삶에 언제쯤 아이를 끼워 넣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달까. 그랬던 내가 갑자기 아이 계획을 하게 된 건 왜일까. 사실은 그 부분을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임신에 대한 생각이 민들레 꽃씨마냥 바람을 타고 내 안에 싹을 틔운 기분이다. 정말로 어느 날 너무나도 갑자기, 임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러한 결심에 동력이 되었을만한 몇 가지 사항들을 꼽아본다면 아래와 같다고 볼 수 있겠다.  

   

1. 가장 자주 만나고 친하게 지내는 베스트 프랜드가 최근에 임신을 했다.

2. 올해 봄 즈음, 시어머니께서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더 늦지 않게 임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돈 걱정을 하지 말라는 부분에 무지 설렜다)

3. 작가로서의 입지가 내가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면 그때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그게 언제쯤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 마흔, 아니 쉰이 될 수도 있다.

4. 지금도 체력이 좋지 않은데 더 늦게 낳으면 더 많이 힘들 것 같고, 그러면 사실상 더 글을 못 쓸 것 같다.



이러한 점점의 이유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면서, 나는 지금이 아이를 가져야 할 적기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사람의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건 다 이런 탓이 아닐까. 어떤 상황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임신이란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 여겼는데..., 오늘의 나는 인터넷에 ‘임신 준비 주의사항’를 검색해보고 있는 중이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난생처음으로 산부인과에서 낯선 두려움을 느꼈다.


나는 또 결심을 하면 실천력이 오지는 사람. 바로 산전검사*를 하러 산부인과를 다녀왔다. 친절한 원장 선생님이 질-초음파로 요리조리 내 자궁을 살펴보시는 동안 나는 난생처음으로 산부인과에서 낯선 두려움을 느꼈다. 막상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는데 내 자궁이 온전치 못하면 어떡하지? 살면서 해본 적 없는 걱정이었다. 내가 작가가 못되면 어떡하지? 내 책을 아무도 안 읽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해보았어도.        

* 산전검사 : 임신 중에 태아나 산모의 상태를 살피는 검사. 임신을 하기 전에도 내원하여 성병이나 간염·풍진 등의 항체 여부를 검사하기도 한다.          

          

“깨끗하네요, 난소도 자궁도 다 건강해요”   

       

오랜 시간 내 관심사에서 밀려나 방치되어있던 신체기관을 선생님이 칭찬해주시자 나는 진심으로 기뻤다.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대충 썼는데 고맙게도 내 자궁이, 건강하다니!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임신 준비자에게는 건강한 자궁 말고도 많은 준비물이 필요했다. 임신 준비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체크해볼 사항이 많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간염과 풍진에 대한 항체라고 했다. 운이 좋게 모든 항체를 다 가지고 있는 여성들도 있지만, 하나씩 항체가 없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풍진’이란 놈이 빌런인 듯했다.     


“간염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라서 임신 중에 맞아도 괜찮지만, 풍진 백신은 생生바이러스기 때문에 태아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보통 임신 전에 맞고서 3개월은 피임을 해야 해요”  

        

위험한 일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인지상정. 그날 나는 풍진 항체 여부를 알기 위해 피를 뽑았다. 왼팔에 주먹을 꽉 쥐고 피를 뽑으며 생각했다. 세상엔 참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구나..., 평생 알지 못했던 풍진이라는 질병을, 임신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되다니. 모든 경험과 깨달음이 결국에 글이 되는 내 직업을 고려했을 때, 임신이 꼭 나의 일을 방해하는 요소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작가로서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임신 준비에 있어서는 ‘엽산’과 ‘풍진’이로세.


산부인과에서 돌아오니 집 앞에는 택배가 도착해있었다. 내가 임신 계획을 알리니 엽산을 보내주겠다던 한 친구로부터 온 것이었다. 먼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친구는 엽산만 보낸다더니, 그 안에는 비타민D, 견과류와 두유, 배란테스트기까지 임신에 필요한 것들이 선물꾸러미처럼 들어있었다. 흐뭇한 마음에 인증샷을 찍어 보냈다.           


“제니야 고마워, 산타클로스가 따로 없네!”      

     

나는 그날 밤 신랑과 함께 친구가 보내준 엽산을 하나씩 나눠먹었다. (남편도 함께 엽산을 먹는 것이 좋다) 엽산 역시 내가 평생 신경 써본 적 없는 영양제였는데, 알고 보니 임신에 있어 엽산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으니. 부동산 전세계약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확정일자’라면 임신 준비에 있어서는 ‘엽산’과 ‘풍진’이었다는 사실을 새로이 배워간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터다. 한 세계의 문을 열었으니 앞으로 나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와 깨달음이 쏟아질지 짐작되지가 않는다.           


며칠 뒷면 항체 여부를 알기 위해 뽑아낸 피의 결과가 나온다. 마음먹은 이상 빨리 아이를 갖고 싶은데, 혹시라도 내게 풍진 항체가 없을까 봐, 그래서 백신 주사를 맞고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할까 봐 마음이 초조하다. 기다림에 취약한 나에게 부디 신의 가호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나, 아이 가질 수 있겠지?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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