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라는 거, 참 놀라운거야
오늘은 내 제일 친한 친구의 친언니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고 지금까지 제일 가깝게 지내는 친구이니 가장 친한 친구임은 분명한데, 정작 놀랍게도 그간 내 친구의 언니는 단 두 번 밖에 본 적이 없었다. 숱하게 친구와 서로의 집에 왔다 갔다 하며 지냈지만, 친구의 언니는 친구와 네 살 차이가 나는 데다가 일찍부터 서울에서 생활을 하시느라, 10년 가까이 친구와 우정을 쌓는 동안 언니 얼굴 뵐 일은 없었던 거다.
제일 친한 친구의 언니인데 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도 놀랍지만 문득 더 놀랍다는 생각이 든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대기실에 있는 언니를 보자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었다는 거였다.
단지 '내 친구의 친언니'라는 강력한 유대감 때문이었는지, 단 두 번 본 게 다인데도 가까이에서 알고 지낸 것처럼 "언니~ 너무 예뻐요 행복하셔야 돼요" 라는 말과 함께 손을 잡는 제스처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나를 두 번 밖에 본 적이 없는 내 친구의 언니도, 나를 오래 본 것처럼 "듬지 살 많이 빠졌다~"라며 친근히 웃어주셨다. 그 말을 듣는 나는, 친구의 언니와 곁에서 오래 보고 지내온 것 같은 착각마저 몰려왔다.
유대감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두 번 본 게 다지만, 분명 내 친구의 피를 나눈 직계가족이라는 점에서 생겨나는 알 수 없는 이 친근감. 이것이 바로 어렸을 적 머나먼 땅으로 입양이 되어 수십 년을 떨어져 살았어도, 친부모를 만나게 되면 무조건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의 심리인 걸까.
유대감은 직접 만나서 경험하는 것보다 어쩌면 나와 관계된 사람이라는 강력한 믿음에서 형성되는 지도 모른다. 멀리 사는 친척들이, 집 앞 슈퍼 아주머니보다도 부딪치는 횟수가 적은데도 체감적으론 더 가까운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언니는 예뻤고 행복한 웨딩마치를 올렸다. 앞으로 나는 또 친구의 언니를 특별한 일이 아니면 뵐 일이 없겠지. 아마도 친구의 입을 통해서 언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해 듣는 게 전부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내가 직접 보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내 소중한 친구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언니를 다음에 볼 날은, 언니가 아이를 낳아 돌잔치를 하는 날이 될 것 같다. 그때 또 분명 언니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머~ 듬지 많이 예뻐졌네?" 그러면 난 또 언니와 친한 것처럼 손을 잡고 너스레를 떨겠지.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언니를 친근히 느끼는 것처럼, 언니도 내 친구의 말들을 통해 나를 친근히 인식해왔다는 거니까.
친구의 가족도 내 가족이 되어간다. 오래 쌓은 우정의 힘은 참 많은 것을 파생한다. 내 친구의 언니의 행복까지 빌게 된다. 언니 행복하세요!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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