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 안의 '사람'이죠.
지난 3,4월 토익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스터디를 함께했던 멤버들과, 지지난 주 저녁 오랜만의 만남을 가졌다.
스터디라는 모임 자체가 공부라는 목표를 가지고 만나 목표를 이루면 해체가 되는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집단이지만, 이번 스터디는 조금 달랐다. 그 이유는, 그저 이해타산적인 집단이 되기에는 스터디 멤버들 하나 하나가, 너무 순하고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던 것.
스물세 살부터 스물여덟 살까지 전부 다 학교나 직장을 다니지 않는 순수 '휴학 or 취준생'으로만 이루어진 멤버여서 그랬는지, 우리는 처음부터 탐색전 없이 빨리 경계를 허무는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거의 매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졌던 스터디 덕에, 쉽게 친해지는 건 물론이고 서로 의기투합이 굉장히 잘 되는 분위기였다.
두 달여 간의 학원 과정이 끝나고, 공식적으로 서로 볼 이유가 없었던 우리는 그 후 자연스레 안 보는 사이가 되었지만, 나는 종종 그들이 그리웠다.
스터디 내에서 제일 더디게 성적이 오르던 나는 그 이후로도 학원에 잔류해 다른 스터디에 들어가야만 했는데, 그때 새로 꾸려진 멤버가 정말 끔찍했다. 중2병에 걸린 철없는 대학생들이 대다수였고 좀처럼 열정을 가지기 힘든 분위기인지라 하나도 집중을 할 수 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일은 내게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매우 지극히 관계지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 스터디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러던 중 예전의 그 그리운 스터디의 조장 현철씨가, 회식을 하자며 카카오톡 단톡방을 통해 연락이 왔다. 다들 나를 잊었겠지, 하고 지내고 있었는데 그들도 조금씩은 서로가 그리웠던 모양일까. 현철씨의 회식 제안에 모두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다.
나도 그 연락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나는 그 당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나마 가장 활발한 대인관계를 영어학원에서 하고 있었는데, 그 행복한 스터디가 끝나자 더 이상 어디서도 사람들과 함께 웃고 지낼만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스터디를 하던 그 당시 보다, 스터디가 끝난 후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이 뒤늦게 밀려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위로를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잘 지내는 걸까, 내심 궁금했지만 목적에 의해 뭉친 관계이니만큼 질척거리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 개인적인 연락을 삼가고 있었던 나였다. 그런데 먼저 조장 현철씨가 모이자고 제안을 해오니 소심하게 그들을 그리워하고 있던 나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랴.
그렇게 조장 현철씨의 연락 덕에 속전속결로 모임이 정해졌고, 결국 우리는 다니던 학원 근처에서 뭉쳐 치맥을 했다. 너무 즐겁고 신나고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그런 자리였다. 웃고 얘기하느라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가서 집에 가야 하는 게 너무 아쉬운 기분, 정말 오랜만에 드는 감정이었다.
겨우 두 달 간의 관계였을 뿐인데, 이토록 친해질 수 있고 지금까지도 만나서 먹고 떠들고 웃을 수 있다니. 놀랍기도 했다. 살면서 이런 스터디 또는 모임을 수 차례는 더 가지고 살아갈 텐데, 그중에서 이렇게 개인적으로 다시 만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있을까.
나는 벌써 네 번 정도의 스터디를 경험해 보았지만 여태 단 한 번도 이런 스터디는 없었다. 성적이라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아쉬움 없이 해체되는 스터디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 또한 그런 존재였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 이런 따뜻한 관계의 스터디는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목적 아래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만나 모임을 이어간다는 건, 구성원의 성향들에 따라 그 분위기와 친밀의 정도가 첨예하게 달라지는 일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희박한 가능성으로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만나 친해진 멤버들에게, 지금까지도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거겠지.
늠름했던 조장 현철씨, 귀엽고 싹싹했던 동생 주리와 유리, 맨 먼저 토익 800점을 찍고 나간 지니어스 기상씨, 우리의 스터디를 돌봐주던 다정한 조교쌤까지. 정말 어찌 이리도 천사 같은 사람들만 있었는지. 자꾸만 질척대고 싶다. 오래오래 보고 싶다.
비록 우리의 모임의 목적은 소멸됐으나, 관계는 롱런 하길 빌어본다. 나만의 궁색한 소망은 아니겠지?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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