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Dec 05. 2022

아내를 위한 특별 레시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암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남편이 직접 만드는 밥상에는, 감동이 가득가득

강창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암투병 아내를 위한 특별 레시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암 투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내를 위해 요리하는 남편의 이야기이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하는 남편이라니. 레시피와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기록해둔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이지 이렇게 헌신적이고 지고지순한 남편이 있을까 싶었다. 


( 내 남편에게 “나 아프면 자기도 이렇게 해줄 거야?” 물으니 본죽을 사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슬픈 상황이지만 절망적이지 않아



아무튼, 이 책은 제목만 보고는 전혀 티가 나지 않지만, 정말 슬픈 사연의 책이다. 아내의 죽음은 예정되어 있고, 배우자인 저자는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까. 아내를 위해 직접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 요리를 배우고 시도해나가지만, 그게 그녀를 살릴 수 있다는 100%의 희망은 아니니까. 


그런데도 이 책이 너무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나아가 신파로 느껴지지 않는 건, 저자가 그 과정을 너무도 담백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이 레시피가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유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요리가, 엄청 뛰어난 레시피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백종원 레시피부터 시작해서 이영자 레시피, 고든 램지 레시피까지 특출나고 기깔난 레시피는 차고 넘치니까. 건강을 위한, 디톡스를 위한 레시피도 세상에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 레시피가 특별하게 와닿는 건, 저자가 겪고 있는 상황과 그로 인해 재료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그의 진심 덕분이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재료 손질부터 삶고 찌는 과정 하나까지 순도 깊은 정성을 들인다면, 그만큼 세상에 값진 요리가 있을까. 나는 정말이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아내가 기적적으로 낫기를 바라기도 했다.



p. 13
평생 글을 써왔지만 내 삶의 한 부분을 이렇게 영원히 살려두고 싶었던 적이 없다. 사십 년 동안 함께한 사람과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이 책에서 느껴지는 삶의 지혜


하지만 아내는 잔인한 운명이 이끄는 대로 한걸음 한걸음 죽음을 향해 나아갔다. 왜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찾아오는 건지 아직까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이렇게 간절하게 바라는데도 굳이 목숨을 왜 거두어가는지에 대해서도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알 수 있는 건, 이 거대한 자연의 섭리 앞에 인간의 목숨이란 건 정말 티끌 같다는 것. 그래서 이 유한한 목숨 앞에, 살아있을 때 행복해야 하고, 살아있을 때 잘해야 하고, 조금 더 단순하고 조금 더 열린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p.158
이렇게 평화로운 순간에는 아내의 병이 다 나을 것 같다. 주치의는 그럴 리 없다고 딱 잘라 말하지만. 그렇다고 희망까지 버릴 수는 없다. 게다가 누가 뭐라고 하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 인생은 언제나 그래. 카르페 디엠! 


 



사진출처 : 핀터레스트



유한한 삶,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정답



이 책은, 도통 무엇에 대한 책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여러 가지 감정을 들게 한다. 요리에 대한 진심, 아내에 대한 진심, 삶에 대한 진심. 


가장 인상적인 건 이런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절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망으로 넘치는 것이 아니라 절망하지 않는 것. 나는 그 자세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주어진 아내와의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한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남편은 내가 아프면 본죽을 사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이 남은 삶을 귀하게 보내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요리해야겠다. 그런 마음을 들게 해주는 이 책에, 감사할 따름이다.







+

이 예쁘고 담담한 마음을 담은,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한석규 씨를 주인공으로 한 

12부작 웹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 


남편을 한석규 씨로 쓴 것은 정말, 

놀랍도록 잘한 일이 아닌가 싶다. 




                                



* 완독챌린지 독파(dokpa)로부터 앰베서더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스타그램 @woodumi

블로그 blog.naver.com/deumji  

유튜브 www.youtube.com/c/woodumi


매거진의 이전글 머리카락 관점에서 보는 우리의 삶 <모락모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