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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Dec 29. 2022

누구나의 삶일, 어느 시인의  <모월모일>

당신의 모월모일은 어떤가요

박연준 산문집 <모월모일>



우리의 어느 달, 어떤 날



모월모일(某月某日). 책의 제목으로 쓰인 담백한 어감의 네글자. 모월모일은 ‘어느 달, 어떤 날’이라는 뜻의 말이다. 박연준 시인의 이 산문집은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에서 한 계절을 돌아 마무리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왜 이 제목이 ‘모월모일’인지를 자연히 실감하게 된다. 말 그대로 어느 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모월모일’을 담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한편 누구나의 모월모일로 치환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야기가 모두 공감 가는 소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관계, 자존감, 나이 듦 같은 것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그런 모월모일의 감정들이 담백하게 담겨있다.      



p.79
소소한 걱정이 쌓여 조그만 불행이 된다. 조그만 불행이 모여 묵직한 불행으로 바뀐다. 이것은 다시 커다란 불행이 되고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으로 변한다. 마음은 변신의 귀재다. 언제라도 모양을 바꾸고, 부피를 늘리고 줄일 수 있다.






사진출처:핀터레스트




글은 한 사람의 사고를 종이에 옮기는 것



소설이든 산문이든, 글은 한 사람의 사고를 종이에 옮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는 끝없이 자신만을 향한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다채롭게 타인이 등장한다. 이 산문집이 그랬다. 그녀의 눈을 통해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지고, 또 사그라졌다. 그런 사람의 글은 얼마나 따뜻하던지.


그런 따뜻함의 기본은 타인에 대한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관찰은 관심에서 나온다. 주인만을 바라보느라 애가 닳는 강아지, 성장하기 위해 도전하는 시 쓰기 반 학생, 유난히 배움이 드렸던 어떤 초등학생 제자, 그녀의 친구들, 지인들, 그리고 배우자..., 때때로 어떤 마음은 실망과 상처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결과야 어떻든 그녀가 보냈던 마음과 관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무도 삶에 들이지 않는 사람보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삶에 들이고 내보내며 단단해지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과연, 그런 과정을 통해 넓어지는 존재들이 아닐는지.     



p.100
한 사람 안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맑음, 정의, 선의, 동정, 바름도 있지만 욕망, 악의, 질투, 폭력성, 치졸함, 비겁함, 두려움도 ‘같이’ 있다. 어느 정도는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사진출처:핀터레스트



기쁨과 슬픔이 얽히기를 바라



이 책을 읽으며 제법 밑줄을 많이 그었다. 마음에 되새기고 싶은 문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실망하고, 그로 인해 나를 돌아보고, 작은 성장을 이루는 일들이 여러 문장의 잠언이 되어 담겨있었다. 누군가의 성장이 또 다른 이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사실에서, 또 한 번 글의 치유 능력을 실감했다. 나의 모월모일도, 그녀가 지나온 어떤 한 해처럼 다채롭기를 바란다. 기쁨으로만 가득하지도, 슬픔으로만 가득하지도 않고, 기쁨과 슬픔이 얼기설기 얽힌 채로 말이다.     



p. 103
무람하게도, 행복이 죄다 자그마한 일들이란 걸 깨달았다. 일상에서 언제라도, 누군가라도 누릴 수 있는 것들. 소소하고 평범한 일들, 별일 없이 잠자리에 들고, 별일 없이 침대를 정돈하는 아침. 계절을 겪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일이란 것임을 알게 되었다.





                                



* 완독챌린지 독파(dokpa)로부터 앰베서더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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