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게 비밀이란 없다
누구나 들키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있다. 사생활은 말 그대로 사적인 생활이니까. 공적인 영역의 내 모습이 아닌 지극히 사적인 영역들─가정사, 아픈 과거의 기억, 그로 인해 수반된 우울한 감정들 따위─은 밖으로 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감정일 것이다.
사적인 부분들이 아무 허물없이 밝고 건강한 것들로만 가득하다면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지우고 싶은 기억도 후회되는 것들도 존재하기에,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TV프로그램 중 연예인의 성장과정과 흥망성쇠를 가십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심심찮게 있다.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그런 프로그램의 자극적인 연예인들 이야기에 채널을 고정하고 보게 되곤 하는데, 시청자를 고정시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 연예인은 이렇게나 행복하게 살아왔어요'보다는 '이 연예인은 보기와 달리 이렇
게 기구한 과거사가 있었어요'인듯하다.
어디서 그렇게 정보를 입수하는지, 프로그램은 한 연예인의 악몽 같은 과거일지도 모르는 부분들을 신랄하게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그럴 때면 문득, 연예인이란 참 아무것도 비밀로 유지할 수가 없는 외롭고 추운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 탤런트는 혼외 자식으로 태어나 평생 아버지에게 온정 한 번을 못 받고 자랐고, 모 탤런트는 돈을 버는 족족 갈취하다시피 하는 부모 때문에 지금까지도 생활고에 시달린다. 또 어떤 영화배우는 매번 남자를 잘못 만나 세 번이 넘게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기도 하고, 어떤 가수는 사기꾼 어머니를 두어 의절을 한 채 지내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 모두가, 일반인이었다면 나와 상관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까발려질 일 없는 사적인 영역의 일들이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일들은 만천하에 아무렇지 않게 광고된다. 그게 모두의 관심을 먹고사는 공인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겠지만, 아무것도 감출 수가 없다는 그 엄격한 숙명은 항상 슬프게 느껴지곤 한다.
어쩌면 연예인의 덕목 중 하나는, 나의 모든 것들이 세상에 까발려진대도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한 자세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나의 숨기고 싶은 부분들이 한낱 연예가 B급 정보를 팔아먹고 사는 프로그램에서 훤히 까발려진다면 어떨까. 이루 말할 수 없이 수치스러울 것 같다. 마치 광장에 내던져진 벌거숭이가 된 느낌이겠지.
내가 사귄 남자들, 내 부모의 직업, 나의 출생과 성장과정, 내 친구들의 신상까지도 모두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된다는 것. 그것을 감내할 용기가 없다면 연예인의 삶은 참으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유명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청률을 올리고자 텔레비전에서는 오늘도 파란만장한 연예인의 과거사를 파헤치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연예인의 기구한 사연을 전달하려나. 피디님, 당신의 삶은 늘 안녕하기만 하셨나요?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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