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지고싶어

여자아이돌의 모습을 보면 부러워미치겠다! 나 나이드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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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때 아이돌 노래를 별로 안 좋아했다.


원더걸스, 빅뱅, 소녀시대 등 아이돌 2세대가 정점을 찍었던 나의 학창시절. 나의 아이리버 MP3에는 루시드 폴, 롤러코스터, 제이슨 므라즈, 류이치 사카모토와 같은 음악들이 들어있었다. 당시 나의 감성적 허세는 절대로 내 MP3에 원더걸스나 소녀시대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던 거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30대를 곧 바라보는 지금,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아이돌 음악을 듣는다. 매우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4분여 간의 아이돌 최신가요를,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동안 습관처럼 듣는다.


지금에 와서 트와이스와 레드벨벳 같은 아이돌들의 현란한 노래를 듣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는 딱 하나로 귀결됐다. 나는 그 애들이 부러운 거다. 많아야 23살, 적으면 16살까지도 내려가는 아이돌들의 나이.


그 애들은 어찌나 발랄하고 상큼한지, 그 애들의 무대를 보고 나면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홍진경이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피가솟구칠' 정도다. 이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생기발랄함이 바로, 그 4분여 간의 노래에 녹아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생기발랄해야 마지않았던 나의 그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시간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소중하지 않게 소비해버리고 말았다. 그런 자괴와 후회와 미련에서 빚어진 결과물이, 오늘날 깜찍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내 지나간 20대 초반을 그리워하는 지금이 아닌가 싶다.


얼굴 가득한 생기와 애교, 폴짝폴짝 가벼운 몸짓, 머리를 양 갈래로 묶어도 민망하지 않은 나이의 그 애들이 가진 에너지는, 이제 나에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무언가가 되었다. 나는, 너무 빨리, 테니스스커트를 입기 조심스러워지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물론 나도 아직 20대이긴 하다만 20대 초반을 어찌 이기랴. 존재 자체로 과즙을 뿜어내는 그 나이는 아무리 화장하고 옷으로 커버해도 흉내 낼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야속한 '나이'인 것.



오늘도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의 노래를 번갈아가며 들었다. 한마디 한마디 귀여운 목소리로 불러대는 노래에, 잠시지만 내가 그 애들의 나이로 돌아가 폴짝폴짝 춤을 추는 상상을 해본다. 그런 상상은 자유니까.


아무리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이 찾아온다고들 20대 후반을, 30대를 위로하지만. 사실 뭐니 뭐니 해도 '예쁨'의 절정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아니던가.


나는 괜히 멋있는 척 부정하고 싶지 않다. 자신 있게 외치 건대 나는 미치도록 그 나이가 부럽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날려버린 그 나이, 그 생기, 그 젊음이 너무나 그립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온몸에 귀여움을 무장하고 매일 숏팬츠와 테니스스커트를 입고 날아다니고 싶다.


그땐 도대체 왜 언니들처럼 나이 들어 보이고 싶어서 환장을 한 건지 원. 나이는 먹기 싫어도 저절로 이렇게 먹게 됐는데 말이야.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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