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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Oct 03. 2024

제왕절개 통증이 후불이라는 이유

생각보단 안아팠던 제왕절개 과정, 통증, 회복기간까지 찐 후기!


제왕절개, 차가웠던 첫 느낌



제왕절개 수술을 하러 들어간 수술방의 첫 느낌은 ‘차갑다’였다. 

     

딱딱하고 차가운 침대. 말없이 자신의 일을 사부작사부작하는 의료진들. 감염을 위해 다른 곳보다 훨씬 춥게 유지되는 수술방의 온도까지. 게다가 내 수술에 쓰이는 것으로 보이는 의료도구들은 하나같이 무섭고 기이해 보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마취과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제왕절개 시 마취방법은 두 가지 중 선택이 가능한데, 하나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갓 뱃속에서 꺼낸 아기를 볼 수 있도록 하반신만 마취를 하는 것이며, 하나는 아예 전신마취를한 후에 아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사진ⓒpexels



하반신 마취? VS 전신 마취?


솔직히 수술 전날까지도 나는 고민이 많았다. 하반신만 마취 해 의식이 있는 상태라면, 수술과정을 보지는 못해도 소리로 분위기로 듣고 느낄 수밖에 없을 텐데 너무 무서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갓 태어난 아기를 보지 못하고 잠들어있자니 그것도 영 편치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아주 경미하게 아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우세하여, 하반신 마취로 결정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하반신 마취는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우선 옆으로 누워 새우처럼 몸을 잔뜩 구부리면 척추에 국소마취를 해주시는데, 그 덕분에 통증이 사라져 정작 하반신 무통주사자체는 아프지 않았던 것이다. 더불어 마취가 완료되고 나니선생님이 가스로 살짝 잠을 재워주셔서 더욱 무섭지 않을 수 있었다.  

          

병원마다 하반신 마취 방법은 약간씩 다른 것 같았지만, 내가 다닌 병원은 이런 식이었다. 


① 산모가 잠든 사이 개복을 진행한다.
② 아기가 나오면 산모를 깨워 아기를 보여준다. 
③ 아기를 보고 나면 다시 산모를 재워 배를 꿰매는 등 후처치를 한다. 


겁쟁이 산모에게는 꽤나 효율적인 방식으로 느껴졌다.          




사진ⓒpexels



아기 탄생, 감동 호르몬 대폭발


가스를 마시고 살짝 잠이 들었을까. 누군가 “우듬지 산모, 아기 태어났어요”하며 나를 흔드는 게 느껴졌다. 조금은 흐릿한 의식이었지만, 눈을 떠보니 내 뱃속에서 나왔다는 아기가의료진의 품에 들려있는 게 선명히 보였다.     


‘어라? 생각보다 너무 작고 예쁘잖아?’     


사실 나는 내게 처음부터 모성애가 있을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막 태어나 태지가 덕지덕지 묻은 아기가 생각보다 예쁘지 않고 낯설다는 여러 후기들을 미리 들었던 탓이다.     


그런데 내가 잠들어있는 사이, 태지도 모두 떼어내고 흰색포에 정갈하게 싼 아기를 보여주어서일까. 아니면 호르몬의 영향이었을까. 나는 정말이지 아기를 보고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의료진이 내 뺨에 아기의 뺨을 가져다 댔을 때는, 그 말캉하고 따뜻한 살성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지경이었다.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오또케... 너무 예뻐요”를 외치며 눈물을 흘려댄 뒤, 다시 스르르 의식을 잃었다.     


내가 잠이 든 사이 무사히 후처치까지 마무리가 되었고, 나는 다른 방으로 옮겨져 의식을 곧 회복했다. 그런데 너무 일찍 깬 걸까. 보호자로 와있어야 할 남편이 보이지 않아 의료진이 허둥대는 것이 들렸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남편 없이 입원실로 옮겨졌는데, 알고 보니 시간약속에 철저한 남편은 의료진이 말해준 2시간 후에 정확히 올라갈 생각으로 입원실에서 잠자코 기다렸다고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ISTJ...)       

  




사진ⓒpexels



목마름이 제왕절개 통증을 이겨


수술 당일에는 꼼짝없이 누워서 지냈던 기억만 난다. 그래도 다행인 건, 10cm 이상 절개한 수술 부위는 다량의 진통제 덕분인지 별다른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3,4시간 뒤 하반신 마취가 풀렸을 때에야 조금씩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마저도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배에 꽂는 진통제)가 있어서일지 생각만큼의 큰 통증은 느끼지 못했다.      


정작 수술 통증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엄청난 갈증이었다. 수술 전날부터 물을 포함 8시간 금식이었는데, 수술 후에도 하루종일 물을 마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파 죽겠는데 뭐 목이 그리 마를까 생각했지만 아니. 목마름이 아픔을 이길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새벽 2시. 결국 목마름으로 잠들지 못한 나는 간호사님을 찾아 수면제로 재워주시면 안 되겠느냐 구걸을 해야 했다. 간호사님은 단호하게 “그런 약은 못 드리고요”라고 말했다.      


대신 금식 중에도 마실 수 있는 의료용 음료수가 있는데 드시겠냐며 김 빠진 데미소다 맛이 나는 음료수를 가져다주셨는데, (아아니, 그런 게 있는데 왜 진작 안 주시는 건가요!) 그것도 원 없이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새벽부터 아침까지 아주 조금씩 아껴마시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사진ⓒpexels



생각보단 안아팠지만 아프긴 아프네


이튿날 아침. 드디어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고, 식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하반신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소변줄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또 다른 난관이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화장실 가기’라는 숙제였다. 소변줄이 없으니 침대에서 일어나 직접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누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제왕절개 산모들에게 입원기간 중 최대 미션으로 통한다.     


우선 누운 자세에서 똑바로 일어나 앉는 것 자체가 고난이다. 그동안 사람이 앉고 일어날 때 그렇게 배 힘이 필요한지 몰랐는데,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배에 엄청난 압박이 느껴졌다.     

 

앉는 것까지 성공했다면 이제는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서야하는데, 거기서 2차 고난이 시작된다. 대부분 혼자서는 못 일어나기 때문에 남편이 일으켜줘야 하는데, 그마저도 호흡이 맞기가 쉽지 않고 통증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배에 붙어있던 오장육부들이 갑자기 아래로 확 쏟아지는 느낌이랄까. 덕분에 일어나는 데에만 5분 남짓이 소요되었다. 그 후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돌잡이 아기처럼 한 발 한 발 무겁게 떼내어 겨우 1미터 거리의 화장실을 가는데 또 5분 남짓이 소요된다.      


화장실 한 번 가는 게 이런 거북이 수준인데, 설상가상. 이때부터 의료진은 빨리 걸어 다니라며 환자를 재촉을 하기 시작한다. 몸속의 장기들이 유착되지 않으려면 한시 빨리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나약한 환자의 마음은 마구 급해졌다.      


과연 나는 조기보행에 성공해 빠르게 회복하는 산모가 될 수 있을까?!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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