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프로불편러
나는 뭐가 불편했을까? 어제 나혼자산다 (2023.06.02일자) 방송을 보면서 요리하는 전현무씨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불편을 넘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얼마전 건강검진을 받은 뒤 '전당뇨' 판정을 받고 건강을 위해 채소를 챙겨먹던 모습.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다. 바질, 루꼴라 등 건강식으로 먹을 수 있는 여러 채소 모종을 들여 놓고 실내 텃밭을 가꾸던 전현무씨.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당뇨 직전인 일명 '전당뇨' 상태인 자신의 건강을 챙겨 보겠다며 '건강식'이라는 레시피를 선보이는데 정말, 아주 가관이었다.
건강식이라며 전현무씨가 만들었던 일종의 딸기치즈요리, 무라타베리. 생딸기, 크림치즈, 올리브유, 소금, 후추를 갈아 넣어 거의 과즙처럼 만든 다음 또 여기에 부라타치즈를 찢어 올려서 먹는 일종을 딸기치즈드레싱(?) 같은 요리였다.
전당뇨나 당뇨 환자가 즐겨먹어야할 엽채류나 채소들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오로지 딸기와 치즈, 약간의 양념 뿐이었다. 전당뇨 상태라면 아무리 딸기라도 과당이 들어 있는 식품이라 양을 조절해서 먹어야하는데...딸기를 꽤 많이 갈아넣던데?
건강한 사람들이 먹어도 저러면 안 될 것 같은데...올리브유는 4바퀴였나? 저게 전당뇨 건강식이라고? 크림치즈에 또 부라타치즈? 열량은 얼마나 되는 거지? 해도해도 너무하다. 아무리 예능 방송이라도 적당히 했어야지. 정말 보는 내내 심장이 아주 쫄깃쫄깃했다. 어쩌면 이건 건강식이 아니라 '이렇게 먹으면 전당뇨인 전현무씨처럼 됩니다.'라는 방증이기도 했다.
특히나 수분과 식이섬유를 그대로 섭취해서 당흡수를 천천히 해도 모자랄 판에 믹서로 갈아서 후르륵 마셔버리다니! 게다가 크림치즈는 그렇다쳐도 부라타치즈를 또 넣고, 우유 성분 중 단백질과 지방이 한대 어우러져 덩어리를 이룬 것이 치즈인데 당뇨 환자에겐 지방도 많이 먹어서는 안 될 영양소인 것을. 전당뇨 건강식이라는 건 누구생각이죠?
전현무씨는 셰프님을 찾아가기 전에 영양사 선생님을 먼저 찾아갔어야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고급 양식요리가 마치 전당뇨 환자가 먹을 수 있는 건강식으로 둔갑하는 순간. 이 요리도 셰프님이 정성껏 개발한 레시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아무리 고급스러운 요리도 전당뇨나 당뇨 환자들에겐 건강식이 아닐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메인요리로 넘어가서 아스파라거스 스테이크를 하겠다며 올리브유를 조금이 아니라 왕창 프라이팬에 들이 붓는 모습. 이건 뭐 건강식이 아니라 거의 튀김요리다. "식물성 기름이라 괜찮아!"라고 패널들 사이에서 떠들던 전현무씨의 목소리는 더 가관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건강식이라는 말을 하지 말던가.
식물성기름도 기름이고 전당뇨 상태에서는 이것도 적당히 먹어야 한다는 걸. 기본적인 계량도 없었고, 적당히 선을 지켜 먹어야할 식재료들은 엄청 많이 들어갔다. 기본적으로 열량 체크는 하고 드시는 건가요? 전현무님?
뭘 드시든 당신의 자유지만 미디어의 힘은 강해서 당뇨에 관한 지식이 없거나 자신도 모르게 전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것이 건강식이다'라는 옳지 못 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뭘 먹든 그건 자유다. 전현무씨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는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잘못 된 정보가 마치 올바른 정보인냥 미디어에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고 웃음요소에 희석되 버리기에는 당뇨라는 병이 결코 가볍지 않은 병임을 잘 알고 있다.
특히나 가족 중에 누군가가 당뇨를 앓고 있고, 당뇨로 발생될 수 있는 여러 복합성 질환 (모세혈관 파괴, 신장질환, 괴사, 시력상실 등등)을 알고 있다면 웃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그 병이 결코 가볍지 않은 병이란 걸 아는 입장에서 여러 건강레시피를 내놓지만 대형미디어에 묻혀서 그동안의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코로나시대를 지나오면서 기저질환과 평상시 면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이에 대한 정보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코로나 같은 감염병 질환이 변이를 거듭하며 앞으로도 더 자주 발생할 것임을 이미 많은 학자들이 예견하고 있다.
당뇨환자들은 특히나 이런 병들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기저질환자다. 전당뇨는 이런 상태로 가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주위를 기울여야하는 상태인데 혹시라도 잘못 된 정보를 접한다면? 그리고 미디어가 이런 현상에 대해 가벼운 인식을 심어준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20, 30대에서 젊은 당뇨, 젊은 기저질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마다 많은 세금을 들여 보건지소, 보건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이다. 막대한 국민들의 세금과 젊은 사람들의 건강, 앞으로 미래 감염병에 대한 예방의 차원에서 예능을 예능으로만 보기에는 우리들의 삶이 너무나도 다큐처럼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