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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빚는 영양사
Dec 05. 2024
꿈을 꾸었다.
여의도에 다녀오는 꿈
3일 밤은 이상하게도 일찍부터 잠이 쏟아졌다.
평소 새벽 2~3시까지 TV를 보다 잠들었는데. 밤 10시부터 급격히 밀려오는 잠을 이길 수 없었다.
'소파에서 조금만 자다 방으로 들어가야지.'
남편도 평소와 다르게 일찍 졸려워한다며 의아해했다.
그리곤 꿈결같이 들려오는 TV소리를 들으며 아득한 꿈 속으로 의식이 빨려들어갔다.
갑자기 뉴스 속보가 나왔고 대통령의 담화가 이어졌다.
'계엄'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 했다.
'꿈인가?' 난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계엄이라니.
역사책에서만 보던 계엄이 2024년 대한미국의 현실에 도래했을 때, 꿈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출입을 차단하는 경찰들을 보면서,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에 군인들이 난입하고, 헬기가 내려 앉고.
여의도로 가는 꿈
빨리
국회에
민의가
모여져서
비상계엄을
해제시키길
바라는
긴박한
순간.
'국회의원들은 왜 빨리 안 오는 거지? 길이 막혀있나? 경찰이 체포했나?'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해버리면 끝인데. 본회장으로 들어가서 투표를 못 하게 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비상계엄을 저지시키기 위한 시민들의 몸부림을 보면서.
국회의원들이 무사히 표결을 마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군인들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더 많은 헬기가 오고
군인들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국회의사당 곳곳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최소한
표결이
끝날
때만이라도
시간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남편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집밖으로 나왔다.
그때부터 여의도로 가는 꿈을 꾸었다.
가는 중에 다행히도 국회 표결이 통과되었지만 대통령의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없었다.
행정부 수장인 '그'분께서 이 모든 사태를 종결시켜야 마무리 되는 것.
비상계엄 선포 6시간만에 공식적인 철회 담화가 나왔다. 그분은 6시간 동안 어떤 꿈을 꾸셨을까?
난 여의도에 다녀오는 꿈을 꿨다.
'무슨 일이야 있겠어? 국민들이 다 알게 된 마당에.'
날 안심시키려는 남편의 말에도 혹여 제2의 비상계엄 선포가 있진 않을까?
그땐 정말 심각한 무력을 사용하진 않을까?
비상계엄도 선포한 마당에 더 이상한 도발을 하진 않을까? 북한도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덕분에 매일을 초조하게 보내고 있다.
밤을 꼴딱세우고 동틀녘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뉴스특보를 보다 잠들고.
그마저도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 불안하고 무섭다.
나는 이제 대통령이 무섭다.
군부독재로 돌아갈까 무섭다. 군인들의 총뿌리와 군홧발이 국민들을 향할까봐 무섭다.
출판과 언론의 자유가 없어질까봐 두렵다.
내가 이 자그마한 공간에서 생각에 제한을 두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건 '자유' 덕분이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글감이 무심코 튀어나올 때 글을 쓸 수 있다.
난 자유가 없으면 글을 쓰지 못 한다.
생각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상상하고 마음에 둔 것 모두 글로 쓰고 말할 자유.
난 유명 작가도 아니고 일개 가정주부지만 자유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그것은 또다른 상상을 낳고, 새로운 글을 쓰게 만든다.
모든 것의 원동력은 자유다.
무심코 평범한 일상을 유지해왔던 '자유'의 소중함을 잃을까 무섭다.
공기처럼 늘 주위에 있어 존재감을 느끼지 못 했지만 자유가 없으면 생각은 숨쉬지 못 한다.
죽은 시체처럼
생각이 없이 좀비같은 삶을 살긴 싫다.
그리고 그 생각을 표현할 자유도 갖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유를 뺏길까
무섭고 두렵다. 삶의 가치를 잃을까봐 두렵다.
빨리 사태가 잘 마무리 되길 바라지만
오늘 티비를 보면서 국방위 현안 질문에
답변하는
국무위원들의
태도를
봤을
땐
장기전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그분이
잠에서 깰 때까지 이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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