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객 S Jun 09. 2023

3.5x3.5의 세상에서 우주로

영화 <룸>

2020.04.05~21.01.27까지 활동한 영화 소모임 "영차영차"의 기록을 여기에 옮깁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모임으로, 멤버들의 이름은 알파벳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첫 번째 영화: 룸
감독: 레니 에이브러함슨
선정자: J

[E, J, K, S님께서 채팅방에 입장하셨습니다]


J: 영화 어땠나요

E: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S: 브리 연기력이 쩔었어요!!!!!

(웃음)

J: 브리가 이거 찍으려고 한달인가 집에 스스로 갇히는 걸 자처해서 연기도 익히고....(최애 주접)

J: 잭 관점에서 전개되는 영화니까 조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철저히 잭의 입장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단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이게 영화를 덜 폭력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E: 조이도 생각해보면 7년간 계속 룸에서만 살았으니까 사실상 자아가 17살에 멈춰있는거잖아요. 지금 24살밖에 안 됐고. 그런 애가 밖으로 나와서 감당해야할 게 너무 많으니까.

J: 거기 진짜 슬펐어요 겨우 룸을 탈출했는데 잭은 자꾸 조이만 찾으니까. 조이는 또 조이대로 감정 격앙돼서 부모랑 싸울 때 자기가 잡혀가고 싶어서 잡혀갔냐고....


줄거리

납치를 당해 7년동안 '룸'에 갇혀 살아온 조이. 그곳에서 아이까지 낳게 된다. 아이 '잭'은 룸이 세상의 전부인줄 알고 살아간다. 어느 날 조이는 탈출을 계획하고.....


#출산

J: 저는....그 룸에서 출산을 어떻게 했을까....

E: 닉이 병원엔 안 보내줬을 텐데.

J: 하물며 그 나쁜놈 자식인데 그 아이를 어떻게 자기 자식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나....

J: 식스틴이라고, 거기 여주인공이 싱글맘으로 나오는데 아빠가 가정폭력범에 가스라이팅하는 놈이었거든요. 근데 임신이 된 걸 알고 여주 엄마가 지우라고 해요. 인생 창창한데 못할 게 뭐 있냐고. 근데 여주가 그래도 얘는 내 절반이라고 절반이지만 내가 섞인 애라고 그 인간 피도 있지만 나를 봐서라도 이 애 살리자고 한 그게 갑자기 조이랑 겹쳐보이더라고요.

E: 인터뷰할 때 조이가 완전 단호하게 이 애는 오롯이 내 아이라고 하잖아요. 조이가 임신기간 동안 자연 유산하려는 시도 안해봤을까?

J: 아무래도 임신 기간의 얘기나 출산 얘기가 없으니까 그 때 조이가 어떻게 버텼을지는 관객이 상상해봐야 하는 거잖아요.

S: 잭은 끔찍한 기억의 산물인 동시에 조이의 희망이었잖아요. 룸에서도 내가 얘 때문에라도 건강하게 살아남아야겠구나. 애랑 같이 운동도 하고.

J: 처음엔 의무감으로 잭을 보듬으려다 점점 아이에게서 희망을 봤을 것 같아요

K: 인터뷰에서도 아이 아빠는 닉이 아니라고 부정하잖아요. 저는 그 인터뷰어가 그래도 물리적인 아빠는 그 사람 아니냐고 물었을때 너무 화가 났어요. 자극적으로 꼭 그렇게 되짚어줘야하는지....

J: 그 직후에 자살기도 한 거잖아요.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인데 굳이!

K: 조이가 대단한게 24살짜리가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침착하게 자기 할 일을 하고 책임감이 있는 친구인거 같았어요. 사실 멀쩡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아이 방치하는 부모들도 많잖아요. 조이는 그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거거든요.

E: 그 상황치고는 애를 잘 키운 것 같아요. 나름 거기 있는 걸 최대한 이용해서.

S: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가 봐. 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말 좋은 엄마였어요.


#탈출

E: 조이가 잭한테 세상에 대해서 알려주자고 마음먹자마자 일이 갑자기 너무 빠르게 진행되잖아요. 사실상 제대로 나가야겠다 싶은 거면 더 계획을 철저하게 짜고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조이가 그만큼 너무너무 나가고 싶어 했고. 잭한테 알려주자마자 그때부터 희망이 딱 생기니까 맘을 주체를 못하고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잭도 약간 몰아붙이고.

J: 자기의 선택을 강요했단 느낌도 있죠. 어떻게든 이 룸에서 탈출해야한다는.

S: 그때 써먹은 방법 7년동안 계속 고민해왔던 방법들인 것 같기도 해요

J: 거의.....최후의 수단에 가까웠죠.

E: 저는 사실 잭 버리고 트럭 타고 갈 때 돌아가서 조이 죽일 줄 알았어요.

J, S: 저도요ㅠㅠ


#도움의 손길

J: 여자 경찰분 진짜 대박이지 않나요. 패닉 온 잭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차근차근 정보를 모으는 거.

S: 개 데리고 있던 행인도 좋았어요. 이상한 것 같으니까 경찰 부르겠다면서.

E: 사실 미국이라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한데

(웃음)

S: 아동실종 같은 거 발생하면 비상방송 같은 거 하잖아요.

E: 미국은 특히나 아동 대상 범죄에 예민하고. 뭔가 사회 구성원들이 그런 가능성을 이미 전제에 깔고 있는 것 같아요.

사진: Daum 영화

#다시 룸

J: 저는 룸이 조이 어머니네 집으로 확장되고 '다시 룸이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마음껏 나가지도 못하고. 인터뷰 오는 것들은 잭의 인생을 생각해라 이러고.

E: 다시 돌아온 룸도 사실 17살 때에 멈춰 있잖아요. 특히 이런 특수한 케이스의 성범죄에서 피해자가 다시 사회로 돌아왔을 때 제도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J: <김지은입니다>이 책도 생각났어요. 김지은이란 이름이 흔한 편이잖아요. 그런데 안희정 사건이랑 연루되면서 김지은이란 이름이 불리는 게 너무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E: 조이 집이 미국 중산층 정도 되잖아요. 만약 그 사이에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가정형편이 그 정도가 안됐으면 병원비나 재사회화같은 건 어떻게 했을까 싶어요.


#룸과의 작별

J: 마지막에 룸 다시 가보자 할때.....

E: 전반부에서 봤던 룸은 좁긴 했어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해야하나. 고시원 사이즈라는 느낌이었는데 카메라가 진짜 세상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니까 너무너무 좁은 거예요.

S: 룸이 작아졌네?그런 대사 있었던 것 같아요.

E: 조이랑 잭도 그렇게 느꼈을 거잖아요. 다시 룸에 찾아간 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과거를 좀 직면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J: 좋은 매듭짓기였다고 생각해요. 물리적인 탈출은 조이가 잭한테 하라고 시킨 거지만 심리적인 탈출은 잭이 주체적으로 한 것 같아요. 조이가 자살 기도한 뒤로 머리를 잘라서 엄마한테 보내달라 한 걸 보고.....잭은 어린 나이고 의사 말처럼 탄력성이 있으니까.

E: 잭도 그 짧은 시간에 많이 성장했죠.

J: 오히려 조이가 룸을 심적으로 탈출하는데 오래 걸렸다는 부분이 마음 아팠어요.

K: 잭에게는 룸이 세상이었고 조이한테는 감옥이었을 테니까요. 바깥 생활과 자유에 대해 알고 있는 조이였기 때문에 잭에게 룸이 세계로 남는 걸 더 기피했을 것 같아요.

E: 그래서 조이가 잭한테 네가 엄마를 두 번이나 살렸다고.

K: 그냥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잭이 있어서 조이도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치유

K: 저는 룸을 나와서 했던 대화 중에 인상 깊었던 게 '엄마가 나를 이렇게 착하게 자라게 해서 개가 아프다는 남자를 따라갔어' 하고 원망하는 장면 있었는데. 잠깐의 호의가 인생을 바꾼거잖아요. 저는 누굴 원망하지도 못하고 그렇게나마 속내를 드러내는 조이가 너무 마음 아팠어요. 조이 엄마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E: 듣는 조이 엄마도 힘들었을것 같아요.

K: 좀 더 조심하도록 하게 할걸, 그렇게 착하게 기르지 말 걸 하고 자기원망 했을 것 같아요. 잘못한건 닉인데 남겨진 사람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너무 큰거 같아서 맘이 아팠어요.

J: 단순히 닉에게서 벗어났다 거기까지만 나오는 영화였으면 어떨지 몰라도 그 이후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잘 말해줬어요.

E: 결국에는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범죄 이후 생존자의 삶에 대해서요. 갇혀있던 잭에게 친구가 생기고 보낸 머리카락을 보고 힘을 얻어 집을 떠난 조이가 돌아오고. 7년을 생략하고 탈출도 꽤 간결하게 하고.

K: 가족의 일상이 점점 돌아오고 피해자가 아픔을 극복하는 모습에서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고요. 단지 룸에서 탈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이 점점 회복되는 것을 보여주면서요. 자극적이지 않게 치유의 과정을 그려내서 이 영화가 더 좋았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