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관객 S Jun 09. 2023

영원이 된 첫사랑

영화 <노트북>

두 번째 영화: <노트북>
감독: 닉 카사베티스
원작: 니콜라스 스파크스
선정자: K

J: 영화 다들 어떠셨나요

S: 서브남을 밀었는데 어째서죠! (포효)

N: 저도요. 왜 제임스 마스던을 버리고 라이언 고슬링을.....혹시 고슬링 팬분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E: 저도 미리 죄송해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웃음)

N: 노동계급 남자의 건실함에 매료되는 아가씨라는 판타지를 노린 것 같거든요

E: 뭘 노린 건지 알 것 같아서 더 열받았어요. 그리고 수염을 좀 이상하게 길렀어.

K: 제 기억 속 이 영화는 오랜 부부가 과거의 뜨겁고 열정적인 시절을 그리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보기가 좀 힘들었어요. 향유할 수 있는 나이대도 있고 시대상도 반영된 거 같아요.

K: <노트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만들고 그 소설을 영화화한 거거든요.

일동: 아 정말요?

K: 그래서 그 당시 로맨스 법칙을 따라서 관람차 장면같이 자극적인 부분이 들어가있긴 하지만, 실화 자체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집을 지은 사람 이야기예요.

N: 디테일은 제하고 전체적인 얼개는 굉장히 로맨틱했어요


줄거리

한 남성이 치매에 걸린 여성에게 이야기를 읽어 준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여름 동안 별장에 내려가 지내게 된 '엘리'는 그곳에서 목수 일을 하는 '노아'와 만나게 된다. 뜨거운 한여름의 첫사랑은 엘리가 떠나면서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첫만남

K: 남자가 접근하는 과정부터 몹시 불쾌했어요.

T: 데이트 안 하면 죽겠다고 협박하는 거 너무 폭력적이었어요.

E: 위협적이기까지 했어요

J: 어디서 둘이 눈맞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T: 노아가 먼저 얼굴만 보고 반해서 들이대놓고는 '네가 자유로운 애인줄 알았다'며 무례하게 구는 게 싫었어요

E: 자기가 아가씨를 계몽하는 줄 알잖아요. 계속 아니라는데 맞다 하고. 도로에 누워서 길바닥에 안 눕는다고 그게 네 문제야 하는 장면도 싫었어요. 길에 눕는 건 누구나 싫어해.....


#로미오와 줄리엣

J: 2004년도 영화 속 여주인공도 어머니에게서 자유롭지 못했던 부분을 주목했던 건 좋았어요. 자기 경험을 보여주면 뭐해요. 결국 자기 선택을 은근하게 강요하고 가스라이팅하는거잖아요. 어머니가 순간적인 사랑을 택하지 않고 지금의 남편을 택함으로써 갖게된 것들, 후회하는 마음. 그런 걸 부모 마음대로 움직여왔던 엘리에게 말을 꺼내고 눈물을 보이면 엘리가 자기가 누리고 싶은 인생을 마음껏 살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요.

E: 저는 그걸 어머니가 '너도 후회하지 말고 가서 잡아라'는 말로 받아들였어요

S: 수준 안 맞는 사람이랑 만난다고 반대하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편지 숨긴 것도요. 그래놓고 모아놓긴 왜 모아놓는거야.

T: 저는 그 여자주인공 부모님이 여자주인공한테 하는 말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새벽 두시에 들어왔다고 '애나 싸지르겠지'라니

E: 엘리 부모님이 심한 말을 안했으면 그냥 한여름밤의 추억으로 놀다 헤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역경과 고난때문에 이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왠지 헤어지면 지는 것 같고

J: 애들이 어리긴 어렸어요

S: 진짜 놀랐어요. 스무 살은 된 줄 알았는데 17살이래

E: 엄마가 무슨 사랑을 알아! 엄마는 아빠랑 포옹도 안 하고 키스도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치잖아! 그러고 노아한테 헤어져 헤어져! 하더니 우리 진짜 헤어지는 거 아니지?

J: 애들은 심각한데 이 사람들은 웃고 있어


#노아 말인데

T: 집 다 지으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 거 완전 광기가 느껴진다고요. 외로움 때문에 밤마다 과부 부른 것도 별로였어요.

E: 확실하게 관계에 선을 긋는 것도 아니고 눈 똑바로 보면서 '널 위해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어'라니 뭘 어쩌자는 건지. 게다가 좀 폭력적이에요

T: 조금만 수틀리면 발로 차버리고.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되는데.

E: 서로 밀치면서 싸우는데 억지로 뽀뽀하려는 거 보고....싸우는데 그러면 되게 정 떨어지지 않아요? 자기 뽀뽀가 그렇게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N: 그걸 또 엘리가 받아줘요. 1940년대 남녀 가치관이 진짜 현대인 기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사랑스러워

일동: 레이첼 맥아담스 너무 사랑스러워요

E: 전형적인 상류층 아가씨잖아요. 나이브하다 싶을 정도로 해맑은데 그래서 더 귀여웠던 것 같아요. 뉴욕 간다고 했을 때 노아한테 '같이 가자! 내 옆에 있어줘!' 하는 거 보고 아이고 두야.....

(노아: 내가 거기서 뭘 할 수 있는데)

E: 노아 만나고 다시 약혼자 보러 돌아와서는 퐁퐁 울면서 머리에 실삔 꽂는데 너무 귀여웠어요

N: 해맑고 좀 멍청한 부잣집 아가씨가 데이트 거절당하고 엉엉 울면서 입에 립스틱 바르는 클리셰도 생각나고요

E: 레이첼 맥아담스가 배우하기 전에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했는데 일을 너무 못했대요. 근데 너무 귀엽게 생겨서 아무도 뭐라 못했다고

J: 레이첼이 웃는데 어떻게 컴플레인을 걸어요

N: 나까지 바보처럼 웃을 것 같아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S: 아무리 서브남을 밀었지만 간호사한테 플러팅하는 거 너무 싫었어요

E: 오늘내일하는 몰골로 저러는 걸 보니 굳이 간호 안 해줘도 되겠고요.

N: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생각났어요. 실제 전쟁에서도 간호사들한테 성희롱하는 남자들 있었잖아요. 그나마 얘는 좀 나은 편이구나

S: 나중에 웬 훤칠한 남자가 '나와서 '데이트 얘길 할까요?'라기에 누구지 싶더라구요.

S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브남

#치매

J: 치매 환자라고 하면 격리되거나 병균으로 취급되거나, 우리나라는 그런 게 있잖아요. 엘리를 초반 장면부터 건강하게 묘사해줘서 신선했어요

E: 맞아요. 요양원 좋아보이더라고요

N: 그 요양원이 노아가 고친 집이에요

(일동 충격)

E: 젊은이들 나올 때보다 나이 든 커플 나올 때가 따뜻하고 더 좋았어요.

T: 저도요.

E: 보통 동양권의 치매 소재 영화는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가 주 스토리가 되고 서양은 부부의 로맨스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보호자 시선에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래요.

J: <나빌레라>라는 웹툰이 있는데, 주인공 할아버지가 치매를 판정받고도 발레리노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에요.

S: 여기선 주인공에게 포커스를 맞췄네요.

N: 사실 노트북도 노아의 시점에서 묘사한 엘리와 본인 얘기죠

S: 책은 엘리가 쓴 것이었고요.

J: 노아네 가족들이 돌아오라고 하는데도 '나한텐 평생의 사랑이 엘리고 엘리 곁에 있겠다'고 한 걸 보면 가족 정서가 한국과는 다르구나 싶었어요.


#첫사랑은 무덤까지 가져가는 거야

오래된 영화인만큼 지금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론이 엘리를 보내주는 장면만큼은 S의 마음에 쏙 들었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엘리가 떠나리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건 정상이라는 말이 경험담 같기도 하다. 사랑하지만 보내주는, 혹은 사랑하니까 보내 주는 결말. 엘리와 노아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눈감은 것처럼 그도 행복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3.5x3.5의 세상에서 우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