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북>
두 번째 영화: <노트북>
감독: 닉 카사베티스
원작: 니콜라스 스파크스
선정자: K
J: 영화 다들 어떠셨나요
S: 서브남을 밀었는데 어째서죠! (포효)
N: 저도요. 왜 제임스 마스던을 버리고 라이언 고슬링을.....혹시 고슬링 팬분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E: 저도 미리 죄송해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웃음)
N: 노동계급 남자의 건실함에 매료되는 아가씨라는 판타지를 노린 것 같거든요
E: 뭘 노린 건지 알 것 같아서 더 열받았어요. 그리고 수염을 좀 이상하게 길렀어.
K: 제 기억 속 이 영화는 오랜 부부가 과거의 뜨겁고 열정적인 시절을 그리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보기가 좀 힘들었어요. 향유할 수 있는 나이대도 있고 시대상도 반영된 거 같아요.
K: <노트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을 만들고 그 소설을 영화화한 거거든요.
일동: 아 정말요?
K: 그래서 그 당시 로맨스 법칙을 따라서 관람차 장면같이 자극적인 부분이 들어가있긴 하지만, 실화 자체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집을 지은 사람 이야기예요.
N: 디테일은 제하고 전체적인 얼개는 굉장히 로맨틱했어요
줄거리
한 남성이 치매에 걸린 여성에게 이야기를 읽어 준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여름 동안 별장에 내려가 지내게 된 '엘리'는 그곳에서 목수 일을 하는 '노아'와 만나게 된다. 뜨거운 한여름의 첫사랑은 엘리가 떠나면서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K: 남자가 접근하는 과정부터 몹시 불쾌했어요.
T: 데이트 안 하면 죽겠다고 협박하는 거 너무 폭력적이었어요.
E: 위협적이기까지 했어요
J: 어디서 둘이 눈맞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T: 노아가 먼저 얼굴만 보고 반해서 들이대놓고는 '네가 자유로운 애인줄 알았다'며 무례하게 구는 게 싫었어요
E: 자기가 아가씨를 계몽하는 줄 알잖아요. 계속 아니라는데 맞다 하고. 도로에 누워서 길바닥에 안 눕는다고 그게 네 문제야 하는 장면도 싫었어요. 길에 눕는 건 누구나 싫어해.....
J: 2004년도 영화 속 여주인공도 어머니에게서 자유롭지 못했던 부분을 주목했던 건 좋았어요. 자기 경험을 보여주면 뭐해요. 결국 자기 선택을 은근하게 강요하고 가스라이팅하는거잖아요. 어머니가 순간적인 사랑을 택하지 않고 지금의 남편을 택함으로써 갖게된 것들, 후회하는 마음. 그런 걸 부모 마음대로 움직여왔던 엘리에게 말을 꺼내고 눈물을 보이면 엘리가 자기가 누리고 싶은 인생을 마음껏 살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의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요.
E: 저는 그걸 어머니가 '너도 후회하지 말고 가서 잡아라'는 말로 받아들였어요
S: 수준 안 맞는 사람이랑 만난다고 반대하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편지 숨긴 것도요. 그래놓고 모아놓긴 왜 모아놓는거야.
T: 저는 그 여자주인공 부모님이 여자주인공한테 하는 말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새벽 두시에 들어왔다고 '애나 싸지르겠지'라니
E: 엘리 부모님이 심한 말을 안했으면 그냥 한여름밤의 추억으로 놀다 헤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역경과 고난때문에 이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왠지 헤어지면 지는 것 같고
J: 애들이 어리긴 어렸어요
S: 진짜 놀랐어요. 스무 살은 된 줄 알았는데 17살이래
E: 엄마가 무슨 사랑을 알아! 엄마는 아빠랑 포옹도 안 하고 키스도 안 하고 눈도 안 마주치잖아! 그러고 노아한테 헤어져 헤어져! 하더니 우리 진짜 헤어지는 거 아니지?
J: 애들은 심각한데 이 사람들은 웃고 있어
T: 집 다 지으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 거 완전 광기가 느껴진다고요. 외로움 때문에 밤마다 과부 부른 것도 별로였어요.
E: 확실하게 관계에 선을 긋는 것도 아니고 눈 똑바로 보면서 '널 위해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어'라니 뭘 어쩌자는 건지. 게다가 좀 폭력적이에요
T: 조금만 수틀리면 발로 차버리고.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면 안 되는데.
E: 서로 밀치면서 싸우는데 억지로 뽀뽀하려는 거 보고....싸우는데 그러면 되게 정 떨어지지 않아요? 자기 뽀뽀가 그렇게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N: 그걸 또 엘리가 받아줘요. 1940년대 남녀 가치관이 진짜 현대인 기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일동: 레이첼 맥아담스 너무 사랑스러워요
E: 전형적인 상류층 아가씨잖아요. 나이브하다 싶을 정도로 해맑은데 그래서 더 귀여웠던 것 같아요. 뉴욕 간다고 했을 때 노아한테 '같이 가자! 내 옆에 있어줘!' 하는 거 보고 아이고 두야.....
(노아: 내가 거기서 뭘 할 수 있는데)
E: 노아 만나고 다시 약혼자 보러 돌아와서는 퐁퐁 울면서 머리에 실삔 꽂는데 너무 귀여웠어요
N: 해맑고 좀 멍청한 부잣집 아가씨가 데이트 거절당하고 엉엉 울면서 입에 립스틱 바르는 클리셰도 생각나고요
E: 레이첼 맥아담스가 배우하기 전에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했는데 일을 너무 못했대요. 근데 너무 귀엽게 생겨서 아무도 뭐라 못했다고
J: 레이첼이 웃는데 어떻게 컴플레인을 걸어요
N: 나까지 바보처럼 웃을 것 같아요
S: 아무리 서브남을 밀었지만 간호사한테 플러팅하는 거 너무 싫었어요
E: 오늘내일하는 몰골로 저러는 걸 보니 굳이 간호 안 해줘도 되겠고요.
N: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생각났어요. 실제 전쟁에서도 간호사들한테 성희롱하는 남자들 있었잖아요. 그나마 얘는 좀 나은 편이구나
S: 나중에 웬 훤칠한 남자가 '나와서 '데이트 얘길 할까요?'라기에 누구지 싶더라구요.
J: 치매 환자라고 하면 격리되거나 병균으로 취급되거나, 우리나라는 그런 게 있잖아요. 엘리를 초반 장면부터 건강하게 묘사해줘서 신선했어요
E: 맞아요. 요양원 좋아보이더라고요
N: 그 요양원이 노아가 고친 집이에요
(일동 충격)
E: 젊은이들 나올 때보다 나이 든 커플 나올 때가 따뜻하고 더 좋았어요.
T: 저도요.
E: 보통 동양권의 치매 소재 영화는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가 주 스토리가 되고 서양은 부부의 로맨스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보호자 시선에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래요.
J: <나빌레라>라는 웹툰이 있는데, 주인공 할아버지가 치매를 판정받고도 발레리노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에요.
S: 여기선 주인공에게 포커스를 맞췄네요.
N: 사실 노트북도 노아의 시점에서 묘사한 엘리와 본인 얘기죠
S: 책은 엘리가 쓴 것이었고요.
J: 노아네 가족들이 돌아오라고 하는데도 '나한텐 평생의 사랑이 엘리고 엘리 곁에 있겠다'고 한 걸 보면 가족 정서가 한국과는 다르구나 싶었어요.
오래된 영화인만큼 지금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론이 엘리를 보내주는 장면만큼은 S의 마음에 쏙 들었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엘리가 떠나리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건 정상이라는 말이 경험담 같기도 하다. 사랑하지만 보내주는, 혹은 사랑하니까 보내 주는 결말. 엘리와 노아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눈감은 것처럼 그도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