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차. 굳은, 살이 생겼다

by 자몽맛탄산수

굳은살 기억 하나.


초등학생 때 집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손에서 연필을 놓지 못한 채 헐레벌떡 문을 열었다. 앞 집에 사는 친구였다. 다음 날 그 친구는 다른 아이들에게 "OO이는 집에서도 연필을 안 놔"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연필을 오래 잡은 탓인지 잘못 잡은 탓인지, 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의 손톱 왼쪽 아랫 편엔 커다란 굳은살이 있다. 대학생 이후로 손필기가 확연히 줄은 탓에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왼손과 비교했을 땐 여전히 불룩한 굳은살이 티가 난다.


처음 굳은살이 생길 즈음엔 무척 쓰라렸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할 수는 없는지라, 연필을 잡고 또 잡다 보니 고통이 점점 무뎌져서 나중엔 오히려 연필을 지지하는 받침대로 쓰기에 이르렀다. 다 쓴 삼색 펜을 휴지통에 골인시키며 소소한 통쾌함을 느끼던 그때 그 시절처럼 단순 무식하게 치열했던 때가 내 인생에 또 있을 수 있을까.


굳은살 기억 둘.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행 자금을 모으는 심심한 휴학생이었던 나는 기타를 배워보기로 했다. 홍대역 3번 출구 근처에서 거의 무료에 가까운 저렴한 강습을 들었다. 자주 쓰이는 코드 위주로 하나씩 익혀가면서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같은 곡들을 배웠다. 물론, 다소, 버퍼링이, 심했고, 지금은, 다, 까먹었다.


한 달 정도 배우고 나니 검지와 중지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홍대 건축과였는지 경영학과였는지 가물가물한데, 쨌든 나와 같은 휴학생 처지였던 기타 선생님은 그럴 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쳐서 그 살을 더 딱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저도 해봐서 아는데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손은 너무 아팠다. 기타 줄을 튕기는 건 단순히 글씨를 쓰기 위해 받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 게다가 나는 손이 작은 편인데, 때마침 F 코드를 배우고 있어서 손가락도 쫙쫙 찢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세상이 핑크빛이어야 할 휴학 라이프에 고통이 웬 말이냐. 나는 결국 F 코드 잡는 법 조차 익히기 전에 기타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게다가 지금 생각하면 한창 때지만 그땐 어휴 웬 아저씨라고 생각했던 나이, 서른셋의 한 남자 수강생이 여기저기 추파를 던지고 다녀서 이래저래 그만두게 됐다.


그때 조금 더 참고 버텼다면 <멜로는 체질>의 진주가 범수 앞에서 능청맞게 기타를 치며 흥얼거렸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를 능청맞게 따라하면서 거봐, 이름만 똑같은 게 아니라니까?라고 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세 번째, 굳은살.


컨벤셔널 데드리프트의 마지막 세트를 마무리하고 사인을 하러 가는데 손가락 마디 아랫부분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검지와 중지가 손바닥과 이어지는 마디 부분이 붉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아니 이건! 굳은살? 어쩐지 스미스를 잡는 게 유난히 아프다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하얀 각질이 올라와 손바닥 실선 무늬를 도드라지게 하고 있었다. 우와. 뿌듯해. 기분 좋아. 이 실선 무늬가 몇 번은 더 까져야 진짜 굳은 살이 될테지만, 일단은 헬스 고수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며 김칫국을 마셔본다.


물렁해서 아직 쓰라린 이 굳은살이 단단하게 무던해져서, 내 몸과 마음의 받침대가 된다면 참 좋겠다.


폼롤러로 복근 운동 하기

1. 폼롤러 위에서 팔은 머리 위로 쭉 펴고, 발은 바닥을 지지한다. 그다음 한쪽 무릎을 접어서 가슴 쪽으로 가져오는 동시에, 반대 편 팔로 무릎을 터치한다. 배를 앞으로 내밀면서 힘주지 말고, 안으로 누르면서 힘을 줘야 동작할 때 자극이 더 잘 온다. 무릎 접는 발은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안 닿아야 한다. 허리는 늘 그렇듯 꼿꼿하게. 리드미컬하게 해야 한다. 움직이지 않는 발과 손바닥으로 중심 잘 지지해야 한다.


2. 폼롤러 위에 발목을 올린 뒤 엎드린다. 힙 브리지 거꾸로 한다는 느낌으로 상체를 접어서 산을 만든다. 이때 꼬리뼈는 계속 안으로 말아줘야 한다.


3. 벤치에 기대서 하는 데드리프트: 날개뼈를 벤치에 걸치고 손은 뒤통수에 모은다. 데드리프트 하듯이 골반 접어서 아래로 내려갔다가(이때 엉덩이와 뒷허벅지 자극) 다시 올라오는데, 올라올 때는 배를 편평하게 만들어야 하고 허리가 위로 휘면 안 된다. 딱 일직선. 다리도 바닥에서부터 90도가 되도록 유지한다. 데드리프트를 누워서 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 무게를 더하려면 바벨에 스펀지를 달아서 골반쪽에 놓고 잡고 하면 된다.



4.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


5.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땅에서 위로 들어 올리는 것. 발 정 중앙에 스미스나 바벨이 오도록 한다. 스미스를 바닥에서 들어 올릴 때는 천천히 올라오는데, 이때 스미스가 무릎을 스치듯 올라와야 한다. 반대로 내려갈 때는 허벅지~무릎 위를 스미스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느낌. 스미스가 무릎을 지나갈 때까지만 무릎을 굽혀야 한다. 거기서 더 굽히면 안 됨. 그리고 그 상태면 아마 허리가 굽혀졌을 것인데, 그때 스미스를 잡는 힘을 좀 풀어서 탁-하고 놓아도 된다. 물론 올라갈 때는 힘 빠지면 안 되고. 리드미컬하게 해야 하는데, 이거 은근히 어렵다. 그리고 어깨 으쓱하지 말고. 가슴 쫙 펴고 등 근육 힘주면서 유지해줘야 등 운동도 같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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