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차. 롱 타임 노 씨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헬스장

by 자몽맛탄산수

얼마 전에 만난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세상 가장 초라해 보이는 건, 오래된 내 것이라고.


오래된 내 것이 초라해 보이는 건지 진짜 초라해진 건지 알 기 위해선 일종의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던 등잔 밑을 벗어나 등잔이 밝히고 있는 어두운 방을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거리. 그 거리는 때때로 정말 물리적인 거리일 때도 있고, 시간적 거리일 수도 있고, 마음의 거리일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의도치 않게 많은 것들과 거리를 두게 되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치부하며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들을 돌아보게 된다. 오죽하면 회사 사람들이 보고 싶어 질 만큼, 사람이 그립고 애틋해진다.


정부 권고로 잠시 문을 닫았던 헬스장을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았다. 개인 피티 회원들에게만 임시적으로 문을 연단다. 헬스장을 가는 게 이렇게 설렌 일이었었나. 운동화에 발을 힘 있게 구겨 넣고 문을 나섰다.


건물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문이 열리고, 경쾌한 배경음이 문틈 새로 가장 먼저 흘러나온다. 여느 때와 같이 똑같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 피티 선생님이 보인다. 눈인사를 한다. 모니터에 비밀번호를 눌러 출석체크를 한다. 탈의실로 들어간다. 차가운 공기, 소독 향. 그래 이 냄새였지. 락커를 연다. 일주일 안 왔다고 그새 비밀번호 설정하는 법이 가물가물하다. 겉옷과 헤드셋을 차곡히 넣어두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잡는다. 거울에 비친 탈의실을 360도 빙 둘러본다. 익숙한 듯 새로운 이 공간. 오랜만이야.


피티 선생님과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으며 그간의 근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별 일 없이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건강하셔서 참 다행이에요, 살짝 오버스러운 말은 마음으로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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