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을 정의하는 방법
* 이 글은 개인적인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소소한 깨달음을 적은 글입니다.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겐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저 어떤 26살 처자가 사랑해나가는 이야기구나, 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오랜만에 세 살 많은 언니와 마주앉아 치킨을 뜯었습니다. 각별한 자매 사이는 아닌터라, 쉽게 있는 자리는 아니었죠. 언니가 저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 아직도 걔랑 사귐?
- ㅇㅇ
- 안 헤어져?
- 왜 헤어져?
- 졸업하면 헤어진다는데. 원래 누구 하나가 취업하거나 졸업하면 헤어짐.
네, 사실 저는 한 달 전에 졸업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남의 연애를 함부로 단정지어서는 안되죠. 하지만 당당하게 우리 아직 잘 만나고 있다고 선뜻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불과 전 날 밤까지 변했다고 느껴지는 남자친구와 우리 사이를 고민하며 베갯잇을 축축히 적시던 저였거든요. 언니의 말이 현실이 될까 그 앞에선 애써 부정했지만, 찜찜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버렸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서야 느껴지네요.
남자친구는 학교 안 기숙사, 저는 정문 근처의 자취방에 살았습니다. 우리는 학과, 동아리가 같아 학교에서의 동선과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겹쳤고 함께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설레고 즐겁고 좋기만 했었죠.
솔직히 말하면,
연인 관계에 있어 어려움을 털어놓는 주변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너희 커플들은 이런 문제가 없냐며, 다투는 경우가 없냐며 물어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지만 저는 그저 멋쩍은 웃음만 지었죠.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도대체 그런 문제로 왜 싸우는거지? 역시 우린 정말 잘 맞는 커플인가봐♥
남자친구는 여전히 학교 안 기숙사, 저는 해가 바뀌면서 학교와는 먼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됐습니다. 저는 인턴을 하게 되었고, 남자친구는 동아리에서 팀장을 맡게 되면서 무척이나 바빠졌습니다. 예전에는 평일에 5번 주말에 2번 만났다면, 이제는 주말에 1~2번 보게 된거죠. 평일에도 카톡과 전화로 연락을 주고받긴 하지만 대부분의 대화는...
- 일어났어? 응
- 밥 먹었어? 응
- 끝났어? 응
- 자? 이제 자려고
사실 예전엔, 저렇게 대화가 끝나도 몇 시간만 지나면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기에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밖에 얼굴을 볼 수 없는, 그리고 그마저도 카페에서 마주앉아 노트북만 두드리는 시간이 많아진 상황에서 저런 식의 랜선 연애는 남자친구에겐 의무감을, 저에겐 되레 공허함을 가져다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지나가던 연인만 봐도 눈물이 핑 돌던 저의 (청승맞은) 일주일의 원인이 된 바로 그 사건이 펑- 하고 터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