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생각
계속 써도 더 이상 마음이 아리지 않은 마우스였다. 일 년 전인가, 여러 물건을 단숨에 정리하고도 이 마우스만큼은 버리지 않았고 그 후에도 똑같은 마우스를 재구매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무소음 블루투스 마우스 중에 가장 가성비가 좋은 녀석이었을 뿐. 일 년 정도 굴리고 나면 은근슬쩍 고장나버리는게 유일한 흠이었다.
언제부턴가 스크롤이 잘 먹지 않아 페이지가 버벅거렸다. 같은 녀석을 하나 더 살까 둘러보다가, 2019년엔 새로운 마우스나 써볼까 싶어 조금 더 비싸고 평이 좋은 다른 녀석을 구매했다. 연말 연초는 참 써먹기 좋은 핑계인 것이다. 로켓을 타고 날아온 새 마우스는 너무나 빠릿빠릿해, 오버를 조금 더해서 마치 노트북 사양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게 할 정도다.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거창한 이유나 위대한 목표 없이도, 변화가 필요하다 느끼면 그냥 변하면 된다. 이게 당기지 않으면 저걸 해보면 된다. 어느새 커져버린 익숙함의 정 때문에 엉덩이가 무거워질 필요는 없다. 2019년은 익숙함의 정과 새로움의 설렘 사이에서 후자에 더 무게를 싣는 한 해가 되길.
별생각 없이 한 일인데 돌이켜보면 그걸 했던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픈 일이 종종 있다.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본 것이 가장 최근의 사례. 남양주 집에서 엄마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은, 2018년을 채 하루 남겨놓고 아직 한 해의 적당한 마무리를 찾지 못한 시점에서 갑자기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은, 어쩌면 나의 무의식이 시킨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망치듯 시골로 돌아와 농사일로 하루하루를 때우는 혜원에게, 재하는 무심코 한마디를 던진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그러게.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2018년 내내 아등바등 뭐라도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제 풀에 지쳐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많았다. 가장 중요한 질문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당장 머리와 손을 바삐 움직일 거리만 찾아다닌 건 아니었을까. 2019년엔 바쁘게만 살지 말고, 해결하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