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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맛탄산수 Jan 01. 2019

2019를 시작하는 문턱에서

두 가지 생각

마우스를 바꿨다.

계속 써도 더 이상 마음이 아리지 않은 마우스였다. 일 년 전인가, 여러 물건을 단숨에 정리하고도 이 마우스만큼은 버리지 않았고 그 후에도 똑같은 마우스를 재구매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무소음 블루투스 마우스 중에 가장 가성비가 좋은 녀석이었을 뿐. 일 년 정도 굴리고 나면 은근슬쩍 고장나버리는게 유일한 흠이었다.


언제부턴가 스크롤이 잘 먹지 않아 페이지가 버벅거렸다. 같은 녀석을 하나 더 살까 둘러보다가, 2019년엔 새로운 마우스나 써볼까 싶어 조금 더 비싸고 평이 좋은 다른 녀석을 구매했다. 연말 연초는 참 써먹기 좋은 핑계인 것이다. 로켓을 타고 날아온 새 마우스는 너무나 빠릿빠릿해, 오버를 조금 더해서 마치 노트북 사양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게 할 정도다.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거창한 이유나 위대한 목표 없이도, 변화가 필요하다 느끼면 그냥 변하면 된다. 이게 당기지 않으면 저걸 해보면 된다. 어느새 커져버린 익숙함의 정 때문에 엉덩이가 무거워질 필요는 없다. 2019년은 익숙함의 정과 새로움의 설렘 사이에서 후자에 더 무게를 싣는 한 해가 되길.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봤다.

별생각 없이 한 일인데 돌이켜보면 그걸 했던 과거의 나를 칭찬해주고픈 일이 종종 있다.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본 것이 가장 최근의 사례. 남양주 집에서 엄마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은, 2018년을 채 하루 남겨놓고 아직 한 해의 적당한 마무리를 찾지 못한 시점에서 갑자기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은, 어쩌면 나의 무의식이 시킨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망치듯 시골로 돌아와 농사일로 하루하루를 때우는 혜원에게, 재하는 무심코 한마디를 던진다.


사진 출처 - 맥스무비 <‘리틀 포레스트’ 명대사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그러게.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2018년 내내 아등바등 뭐라도 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제 풀에 지쳐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많았다. 가장 중요한 질문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당장 머리와 손을 바삐 움직일 거리만 찾아다닌 건 아니었을까. 2019년엔 바쁘게 살지 말고, 해결하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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