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브 엘라 Aug 15. 2022

2주간의 여름방학을 마치며

오랜만에 백수 해보니 참 좋더라

학교 선생님이 아닌 이상 직장인이 2주 이상의 휴식기를 갖기는 어렵다. 하지만 방학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퇴사'를 하는 것이다. 


나와 더 맞는 곳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다니던 회사와 작별인사를 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내가 퇴사함에 따라 아예 접을지 말지 고민하던 서비스를 접자고 이야기가 나왔고, 2주 동안 회사 생활과 함께 서비스 운영까지 마무리했다. 


원래 퇴사 이야기도 브런치에 적어볼까 했는데, 퇴사 이야기는 회사 이름을 오픈하든 하지 않든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퇴사는 시시비비를 가리며 끝내는 결과가 아니라, 그저 더 좋은 상대와 함께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입장만을 공개적으로 꺼내는 것은 지양하고자 한다.


나의 이번 퇴사도 그랬다. 회사나 나의 탓이 아닌 서로가 필요한 전략을 취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도 나도 서로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기분 좋게 작별을 할 수 있었다. 



여행은 안 가?


퇴사했다고 하니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어디든 떠나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에서 완전히 안전하다고 하기 어렵기도 하고, 8월 초중순은 휴가 피크 기간이기에 어딜 가나 비싸고 어딜 가나 붐빌 거였다. 


물론 당일치기로 춘천에 슬쩍 다녀오긴 했지만 제주 한 달 살기라든가, 해외여행은 가지 않았다. (역사적인 엄청난 폭우가 내려 어쩌다 보니 집순이 생활이 가장 안전하기도 했다) 그 돈을 모아 적금 하나를 더 들었다. 분명 이 시기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훌쩍 떠나기 좋은 시기기도한데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퇴사한 다음 날과 다다음 날은 그냥 연차를 쓴 날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유튜브와 넷플릭스, 책을 줄기차게 봤다.


그리고 미리 리스트업 해두었던 '퇴사 후 할 일 목록'에 따라 이직 준비하느라 고생한 나 자신에게 보상으로 평소 사고 싶었던 것들을 사거나, 평소 시간 보내기 어려운 사람과 진득하게 붙어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따라 해 보고 싶었던 레시피대로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해보기도 하고, 콘텐츠 정주행이나 정리정돈 등을 했다. 


누군가 입사 전에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편하게 쉬었다고 답할 것 같다. 어쩌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일 테지만 무엇보다 일 생각이나 아무 압박 없이 아주 편하게 쉬었다고 이야기할 것 같다. 


생각해보니 이전에 6개월간의 갭이어(Gap year)를 가졌을 때도 비슷한 일상을 보냈던 것 같다. 그때도 지금도 자랑할만하거나 화려한 휴가를 보내지 않아도 충분히 풍요로운 시간을 보냈다.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선수에 가까워 번아웃이 자주 오는 나에게 이렇게 아무 목표나 압박 없이 쉬는 시간을 주는 것도 참 좋은 것 같다. 


자, 이제 다시 달려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배송이 완료되었을 때 어떤 메시지를 보내면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