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자만

자신감이 무너지는 순간, 비로소 성장이 시작된다

by 데브 마인드

이 개발자의 사고방식 #5


나는 상용화한 게임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10개국이 넘는 나라를 직접 다니며 서비스를 오픈시켰다. 지금과는 인프라도, 환경도 전혀 다르던 시절이라 그땐 몸으로 부딪히는 게 당연했다. 오픈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조치를 취하며 서비스를 굴렸다.


그 과정에서 태국에 여러 번 갔고, 현지 회사의 한국인 이사님과도 인연이 생겼다. 시간이 흘러 나는 다른 MMORPG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고, 그 이사님이 투자할 만한 게임을 찾으러 우리 회사에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


나는 자신 있게 내가 맡고 있는 게임을 추천했다.

“이거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그 말에는 책임감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꽤 많은 자만이 섞여 있었다. 시간이 지나 그 프로젝트는 잘 되지 않았고, 나의 호언장담은 오답이 되었다.


누구나 자기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는 시기가 있다. 나는 정말 똑똑하고,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나는 잘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못해서 일이 안 된다고 한탄한다. 그 말이 전부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어느 정도는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언젠가 반드시 꺾이게 되어 있다. 이건 저주도 아니고 불행도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승승장구가 영원히 지속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많은 개발자가 더 이상 공부하고 익힐 게 없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 내에서는 전혀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보다 대충 놀고 있는 내가 더 퀄리티 있게 개발하는 것 같다. 이미 다 알고 있고,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뻔한 소리들뿐이다.


이 상태가 되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착각에 빠진다.

‘나는 천재다. 세상이 나를 못 알아본다.’


하지만 그건 천재라서가 아니라, 당신이 사는 우물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가? 축하한다. 당신은 지금 우물 안에서 아주 안락하게 죽어가고 있다. 그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신 노릇 하는 것에 취하지 마라. 고인 물속에서 신은 오래 살지 못한다.


그 감각이 들면, 주저하지 말고 빠져나와야 한다. 성향이니 적성이니 따질 때가 아니다. 이건 커리어 관리가 아니라 생존이다.


그러니 신속하게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부딪혀라. 깨지고, 다시 무능해지는 것만이 당신의 수명을 연장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곳을 벗어나면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공부할 게 없던 상태에서, 공부할 게 너무 많아 도무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때 비로소 나의 길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른 누구의 길도 아닌, 내가 직접 개척해야 할 나만의 길이 열린다.


두려워하지 말고 뛰쳐나와라.

다시 작아져라.

다시 배워라.

그게 살아 있는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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