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말 2 : 선언(Declare)이 만드는 세계

오늘, 무엇을 창조하시겠습니까?

by 데브 마인드

내 어렸을 적 꿈은 게임 개발자였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은 성경 전체를 게임으로 만드는 거였다

어렸을 때 했던, 그 허접했던 성경 관련 게임들은

미안하지만, 플레이를 하는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였다


성경을 게임으로 만든다는 건 참 멋진 생각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도 실력의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좀 다른 거 같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해야 하는 문제’였다


일단 게임으로 나오려면 시각화가 돼야 한다

성경의 제일 처음에 창세기가 나오고, 그 창세기의 제일 처음에 천지 창조가 나온다

성경에는 신이 말로 6일 동안 창조하고, 7일째 쉬었다고 되어 있다

이 천지 창조는 게임 플레이 내용에 포함되는 내용이 아니었다

단순한 오프닝이었는데, 이게 너무 어려웠다


첫째 날,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라고 되어 있는데

이 빛(광원)이 있을 곳을 렌더링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태양은 더 뒤에 나왔기 때문이다

빅뱅으로 그려볼까라고도 생각해 봤는데, 그건 기획 의도와 맞지 않는 하드코딩이었다

그리고 종류별로 식물이나 동물을 만드는데

그냥 딱 한마디였다

여러 문장도 있지만, 결국 “종류대로 생겨나라”였다

‘이게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런 세포가 형성되고, 그 복잡한 혈관들이 흐르고,

서로 먹고 먹히며, 소화를 하고, 성장하고,

세대를 형성하며, 자손을 계속 만들어 번식하는 것이 그냥 말 한마디로?

참 허무하지만, 여기서 더 이상 진도를 내지 못하고, 계류 상태가 되었다


그러고 한 20년쯤 더 지나서인가?

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깨달았다

1 서클 초보 마법사가 가장 기초적인 파이어볼 마법을 쓸 때

주문을 외운다

대지가 어쩌고 저쩌고, 용암이, 불길이 이런 주문은

풋내기 마법사의 상상을 자극해, 파이어볼을 이미지화하는 것을 돕는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마나를 이미지화해, 한 지점에 집중시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가, 제일 마지막에 ‘파이어볼!’ 하면

불공이 만들어져서 앞으로 날아가는 거다

정말 머리를 두드려 맞은 거 같았다


신은 눈을 감고(?), 이 모든 것이 되어지는 것을 상상했던 거다

수조 개의 물리 엔진과 생물학적 로직이 갖춰지며, 컴파일이 된다

마지막 빌드 타임에 최종적인 형상이 한곳에 집중이 된다

세상이 일렁인다, 말 그대로 되리라는 강력한 확신 속에

마지막 시동어를 외친다

생겨나라!


성경에 사람은 신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신의 형상에 대해 딱히 언급하는 게 없다

있다면 오직 하나,

'말로 천지를 창조했다'는 사실뿐이다

신이 말로 세상을 창조한 것처럼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사람은

자신의 주위를 말로 창조해 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내 말로 가족 간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내 말로 동료와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며

내 커리어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다


오늘 한번 해보지 않겠나?

전화로 부모님에게 '좋은 기분'이라는 상태값을 창조해 보라


물론 나는 아직도 성경 게임을 시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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