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가 사장이라면 나는 입사할까?

합리적인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

by 데브 마인드

예전에 애들과 함께 '원피스'를 봤다. 보다가 중도 하차하긴 했는데, 그림 한 장 띄워놓고 입술도 안 움직이는데 카메라 워킹만으로 5분 이상을 끄는 애니는 처음 본 것 같다.


그걸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로, 나미, 상디 같은 애들이 있는데, 왜 하필 루피가 리더일까? "만약 루피가 사장이라면, 나는 그 회사에 다닐까?" 조로, 나미, 상디는 도대체 왜 루피를 따를까?


나는 그때, 루피가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합리적인 생각은 행동을 주저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고 사회의 풍파를 겪을수록 사람은 더 합리적이게 된다. 안 되는 이유가 먼저 보이니까. 하지만 리더는 더 큰 꿈을 위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바보 같이 밀어붙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소년 같은 무모함이 사람을 움직인다.


내가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리더의 자질'은 이렇다.


1. 대의(大義)가 서야 한다

누구보다 더 큰 대의가 있어야 사람들이 믿고 따른다. "우리가 왜 이걸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돈, 성과, 성장 이전에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이게 없으면 조직은 그냥 용병 집단이 되고, 조금만 흔들려도 흩어진다.


2.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대신, 실패의 최종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월급 주고, 내 돈 나가는 것이 최종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많다. "왜 이렇게 했어?", "누가 이랬어?", "어떻게 책임질 거야?"*라고 묻는 사람이 과연 리더일까? 그건 그냥 관리자다.


3. 직원의 성장에 진심이어야 한다

대의는 조직 전체를 위한 것이고, 그 대의는 사람이 성장해야 실현된다. 리더가 직원의 성장에 진심이 없으면 그 조직은 소모품 공장이다. 능력을 써먹는 리더와 능력을 키워주는 리더는 전혀 다르다.


4. 뱉은 말은 손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지킨다

말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 이건 리더의 신뢰 자본이다. 시간이 지나면 말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상황이 바뀌었다며 아전인수 격으로 말을 바꾸는 걸 너무 많이 봤다.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리더의 말은 스스로에게 계약서보다 더 강력해야 한다.


5. 웬만해선 자르지 않는다 - 고쳐 쓴다

사람을 쉽게 자르는 리더는 사람을 쉽게 쓰는 리더다. 조직원은 그걸 안다. 그래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보수적으로 변하고, 책임을 회피한다. 고쳐 쓰려는 리더 밑에서는 사람이 성장하고, 실수해도 다시 도전한다.

세상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합리적이지 못한 점' 때문에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합리적이지 않다는 건, 멍청하다는 뜻이 아니다. 손익 계산보다 먼저 책임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가능성보다 먼저 사람을 믿는다는 뜻이다.


이 다섯 가지를 한 줄로 줄이면 이거다.


"리더는 결과를 소유하지 않고, 사람과 약속을 소유하는 사람이다."


원피스로 치면 이 다섯 가지를 전부 만족시키는 캐릭터가 딱 둘 있다.

흰 수염, 그리고 루피.

그래서 둘 다 '왕'이 아니라 "아버지""선장"으로 불린다. 권력을 쥔 사람은 많지만, 책임을 짊어지는 사람은 적으니까.


사실 루피가 꽤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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