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기본 ①
‘기본’이라는 것.
참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지켜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직장생활에서 기본은 에티켓과 같다.
단어의 정의는 다르지만, 현실에서 이 둘은 늘 같은 궤적을 그린다.
기본이 지켜져야 미래가 있다.
삶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 요량이라면 기본 따위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성장을 꿈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직장생활에서 ‘기본 중의 기본’은 무엇일까.
나는 단연 시간 엄수를 꼽는다.
출근과 퇴근, 점심시간, 그리고 근무 시간.
주어진 시간을 지키는 것.
사실 제시간에 업무를 완수하는 것은 ‘역량’의 문제지만,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은 ‘마음가짐’의 문제다.
그런데 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약속이 참 어렵다.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회사에서 먼 사람들은 오히려 시간을 잘 지킨다.
조금만 늦어져도 도착 시간이 30분, 1시간씩 밀려버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예 일찍 움직이는 쪽을 택한다.
반면 회사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출근 시간을 자주 어긴다.
대부분의 지각은 ‘정각’에 맞춰 오려는 시도에서 시작된다.
±5분의 오차로 움직이면 지각은 필연이다.
지하철 연착, 사고, 버스를 놓치는 일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약속 시간 30분 전 도착을 기본으로 배웠다.
30분 일찍 움직이면 예기치 못한 변수의 90% 이상은 소거된다.
“내가 왜 그래야 하죠?”
맞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기본’의 영역일 뿐이다.
게다가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이 범주에 포함되니
적당히 묻어가기도 좋다.
간당간당하게 출근해서
화장실 다녀오고, 컵 씻고, 커피 한 잔 사 오면
30분은 금방 흐른다.
“내 할 일만 시간 내에 끝내면 되는 것 아닌가요?”
“내가 대표인데 좀 늦어도 되지 않나요?”
맞는 말이다. 문제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저 ‘기본’에 관한 이야기다.
지각하지 않는다는 건 시계를 잘 보는 문제가 아니다.
밤늦게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게임을 하고, 웹툰을 보다
아침을 망치지 않는 것.
즉, 자기 삶을 통제하는 ‘생활의 프로’가 되는 문제다.
일찍 자는 습관이야말로 시간 엄수의 진짜 기본이다.
퇴근 시간은 또 어떤가.
30분 전부터 짐을 싸고,
1분 전부터 로그아웃 버튼에 손을 올리고 대기하다
정각이 되자마자 튀어 나가는 모습.
나름의 미학이 있을지 모르겠다.
점심시간도 다르지 않다.
시간이 다 끝난 뒤에야 양치를 하러 가고,
놀다가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자리로 돌아온다.
근무 시간 중 말없이 병원이나 은행에 다녀오고,
담배를 피우며 한참 동안 복귀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리더들의 모습은 더 가관일 때가 많다.
어디 가는지 말도 없이 나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한참 늦게 돌아온다.
“일 얘기하느라 늦었다”는 말로 유도리를 발휘한다.
하지만 리더의 그 유도리는
직원들에게는 가혹한 불확실성이 된다.
덧붙이자면, 리더가 예측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이유는
그들을 더 아껴서도,
시간을 지키는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겨서도 아니다.
예측 불가능을 그대로 두면,
그 지점에서 조직의 모든 흐름이 멈춘다.
조직은 늘 가장 불안정한 요소를 기준으로 속도가 결정된다.
그래서 리더는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쪽을 먼저 붙잡는다.
이건 애정의 분배가 아니라, 처절한 리스크 관리다.
그 결과, 이미 약속을 잘 지켜온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공정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공정하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직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방식을 택한다.
그게 가장 싸고, 가장 빠르게 ‘지금’을 넘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반복될 때다.
예측 가능한 사람은 계속 인내만 요구받고,
예측 불가능한 사람은 끝내 그 상태로 남는다.
조직은 안정되는 게 아니라
불안정에 적응해 버린다.
성실함은 기준이 되지 못하고,
그저 조용히 소비되는 자원이 된다.
작은 약속을 지킬 줄 알아야 큰 약속도 지킬 수 있다.
회사에서의 기본을 지키는 사람은
가정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기본을 지킨다.
나는 시간을 지키는 사람들을 신뢰한다.
그들이 특별히 착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주는 예측 가능성 덕분에
다음 수를 계산할 수 있고,
그 계산 위에서 조직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당장은 그 성실함이 묻혀
나만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누군가는 요란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누군가는 그 문제를 수습하며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건 늘 같다.
약속을 지킨 사람,
시간을 지킨 사람,
그리고 그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던 시스템이다.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진부함을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이야말로
어디서든 환영받고,
결국 더 멀리 가게 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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