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기본에 대해 ② – 인사
인사는 일종의 습관과도 같다.
만나면 “안녕하세요.”
헤어질 때는 “안녕히 가세요.”
커피나 밥을 사면 “잘 마시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별것 아닌 말들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말들이 자동으로 나오느냐,
아니면 의식해야 겨우 나오느냐는 꽤 큰 차이다.
보통 이게 안 나올 때는,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예전에 자회사 쪽에 투입된 적이 있다.
그곳에는 재무팀이 따로 없어서,
본사 재무 인력이 주 1회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곤 했다.
그때 유난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그 직원은 사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아주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회사 전체가 울릴 만큼 우렁찼다.
무슨 말을 더 덧붙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인사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내가 그 자리에 투입됐다는 건 이미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재무 담당자라면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텐데,
그 친구는 늘 같은 톤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면 그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아는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가며 인사를 건넸다.
대부분은 대꾸도 안 했다.
보통은 몇 번 무시당하면 머쓱해서라도 인사를 줄이기 마련인데,
그 친구는 그렇지 않았다.
나도 혼자 투입된 터라 사람들과의 관계가 참 애매한 상태였는데,
그는 나를 보자마자 아는 체하며 인사를 했다.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인사는 그 싸한 분위기의 회사에 혼자 투입된 나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았다.
그때 알았다.
인사는 감정을 나누는 행위라기보다,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에 가깝다는 걸.
개발자라 그런지 나는 이런 정서적인 교류에 서툴다.
아니, 사실 우리 업계 자체가 좀 그런 편이다.
생각해 보면 비슷한 경험이 하나 더 있다.
게임 개발 쪽은 악수를 잘 안 한다.
사람들이 내향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악수라는 문화 자체가 거의 없다.
그러다 정부 부처 관계자나 교수들을 만나면 거의 무조건 악수부터 하게 된다.
처음엔 참 신기했다. 뭘 이런 걸 다 하나 싶었다.
그런데 자꾸 하다 보니 묘한 감각이 생긴다.
악수를 하다가 여의치 않아 한두 명을 건너뛰게 되면,
이상하게 서운하다. 결국 다시 돌아와서라도 손을 잡게 된다.
그 시기에는 내가 태어나서 한 모든 악수보다
훨씬 더 많은 악수를 했던 것 같다.
개발자라 그런지 악수를 한다고 해서
단단한 신뢰나 대단한 동료애가 느껴지진 않았다.
대신 딱 두 가지는 분명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확인, 그리고 안 하면 서운하다는 감각.
큰 소리로 모두에게 던지는 인사도 있지만,
이렇게 한 사람을 특정해 건네는 인사도 있다.
인사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상태’에서 꺼내주는 행위다.
그를 존재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그 자리에 참여시킨다.
그래서 인사는 아무 일 없을 때는 공기처럼 당연하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요즘은 아침에 사람들이 출근해도 인사를 잘 안 한다.
하긴 하는데 목소리가 작다.
상대가 받아줄 거라는 기대도 없다.
퇴근할 때도 가방 싸서 조용히, 그냥 슥 나간다.
쿨하다. 시대의 트렌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게 나에게는 전혀 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사를 받겠다는 게 아니다.
감사를 강요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인사다.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이 작은 습관 하나가 팀의 분위기를 전부 바꿔주지는 못한다.
활력의 100%를 책임질 수도 없다.
하지만 촉매제는 될 수 있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 감사하고, 축하하자.
호응받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라.
그리고 누군가 인사하면 힘 있게 받아줘라.
처음엔 멋쩍다.
하지만 하다 보면 묘한 안정감이 생긴다.
결국 인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를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인사한다고 욕할 사람은 없다.
물론, 인사도 결국 상황 판단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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