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믿되, 판단은 미루지 않는다
나는 생각보다 긍정적인 사람이다.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열려 있는 편이고,
사람은 언제든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쪽이다.
그런 나를 조금 이상하게 만든 친구가 있었다.
내가 창업을 했을 때,
C++ 프로그래머 K가 입사했다.
나는 K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스템 구성과 맥락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K도 처음에는 나름대로 성실하게 분석해 나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내가 작업하면 몇 줄이면 끝날 일을,
분석하는 김에 직접 경험해 보라며
내 개발 업무를 전부 미뤄두고
두 시간 넘게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거의 답을 떠먹여 주는 수준이었다.
K는 잘 알겠다고 했고,
추가 질문도 없이
“잘 해보겠다”고 답했다.
시간이 지나도 별 말이 없길래
다 끝내고 다른 분석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틀이 지난 뒤,
K가 와서 말했다.
“대표님,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당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면서
그사이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래도 다시 설명했다.
이번에는 웃으면서
“이제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다시 말했다.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알았다.
아,
이 친구는 이 일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구나.
내가 과도하게 설명했을 수도 있고,
중간 체크를 소홀히 한 내 책임도 있다.
하지만 K는 사람이 참 좋았고,
성실했다.
그리고 바로 그 ‘성실함’이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한 우물을 파다 보면
뒤늦게 잠재력이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사회는 그 가능성을 무작정 기다려 주지 않는다.
기다림을 얻으려면
잠재력을 말이 아니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내가 어떤 직업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맞지 않는다면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아쉬워하지 마라.
시간을 아낀 것이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택이다.
그래도
반드시 해내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있다면
공부를 더 해라.
포텐은 언젠가 터진다.
다만 코피 터지도록 노력해서
그 시간을 스스로 줄여야 한다.
지금은 기본이 너무 부족하다.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능숙함이 있어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을 방치하면 안 된다.
계속 챙기고,
계속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 냉정한 평가를
조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장려하는 것,
그것이 서로에게 윈윈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석·박사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일도 있고,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 일도 널려 있다.
아쉬워하지 마라.
그만두는 것도
엄청난 용기이고,
분명한 투자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어볼 때는
그냥 “잘 모르겠다”가 아니라,
어디까지 알고 있고 어디서 막혔는지를
명확히 말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도 그 지점에 맞춰
설명해 줄 수 있다.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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