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기본 ③ – 존중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유독 '어려운 팀'을 많이 맡았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내가 맡았던 팀들은 늘 위태로웠다.
쓰러져가는 팀의 잔류 인원을 흡수하거나,
다른 팀에서 적응하지 못한 이들이 내 밑으로 모였다.
그들은 이미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였고,
기술적인 지도보다 정서적인 케어가 더 시급했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업무 기강을 잡는 것도 내 마음 같지 않았다.
나 역시 내 일로 바빴기에 일일이 통제할 여유는 없었다.
그저 무언가를 하려면 구구절절 설명하고 독려하는 게 일상이었다.
이 일이 어떤 의미인지, 왜 당신이 해야만 하는지.
그러던 중, 한 직원과의 면담에서 나는 내 오만의 바닥을 보았다.
그날도 나는 자기계발서에서 배운 대화 기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칭찬으로 말문을 열고, 충격적인 화두로 주의를 끈 뒤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정석적인 루틴.
그때 그 직원이 내 말을 툭 끊으며 말했다.
“그런 건 다 아니까, 본론만 말씀하시죠.”
'어디서 함부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뒤통수가 얼얼했다.
아, 이런 책은 나만 읽는 게 아니었구나.
나만 공부하는 게 아니었어.
사람들이 설렁설렁 사는 것 같아도 다들 자기 생각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당연한 소리 같겠지만, 내게는 꽤나 충격적인 깨달음이었다.
성경에는 ‘남을 나보다 낫게 여겨라’라는 말이 있다.
가슴에 새기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던 말이다.
내가 대화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당연한 소리를 지독하게 늘어놓는 사람들을 견디는 게
내게는 고문이었기 때문이다.
한 문장이면 될 일을
10분 넘게 늘어지는 장황한 예시로 설명하는 사람을 대할 때면
정말 치가 떨렸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말을 걸 때, 우리 직원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도대체 이 사람 말은 언제 끝나나.
중간에 끊으면 나에게 불이익이 올까.
이미 결론은 다 난 것 같은데 왜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나.
생각해 보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때 이후로 나는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것’의 본질에 조금 더 다가섰다.
이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직위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태도의 문제다.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의 능력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그만의 시스템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내 프로세스를 강요하지 않는 ‘여백’을 두는 일이다.
대화의 기저에 이 존중이 없으면 반드시 티가 난다.
상대는 결코 어리석지 않다.
눈치가 보통 빠른 게 아니다.
척하면 착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낮춰보면 큰코다친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꼰대들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시각이 있다.
애초에 우리가 관심조차 두지 않는 지점에서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본다.
그런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조차 요즘 사람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동료가 생각 없이 노는 것 같아 보이는가?
나보다 더한 꼰대 상사 때문에 고통스러운가?
그럼에도 존중해라.
자라온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사고방식에 있어 거대한 간극을 만든다.
나의 상식이 타인의 상식일 수는 없다.
내 잣대를 상대에게 들이대지 마라.
내가 그를 ‘어리다’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가 가진 놀라운 시각은 내 안에서 ‘에러’로 분류되어 삭제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서 포커스를 거둬라.
대신 나보다 나은 그 사람만의 강점에 초점을 맞춰라.
그는 당신의 매뉴얼 안에 갇히기엔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한 세계를 가진 사람이다.
진짜다.
예전엔 30분쯤 말하던 걸,
요즘은 28분 정도로 줄인 거 같다.
장족의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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