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의에서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까

약점을 공유한 리더가 가장 먼저 다치는 이유

by 데브 마인드

회의에서 약점을 말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실수’였다


“이 시간에 차라리 코드를 한 줄 더 짰으면 뭐 하나는 더 했을 텐데.”


회의가 끝나고 나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이 든다는 건, 그 회의가 이미 문제 해결의 자격을 잃었다는 신호다.


리더들이 모이는 회의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각 팀은 앞으로 나아가야 했고, 현장에는 해결해야 할 결함이 산적해 있었다.

하지만 회의실 안에서 그 이야기는 늘 금기어였다.


대신 트렌드 분석이나 무난한 지표 보고처럼,

듣고 있으면 맞는 말 같지만

당장 내일의 실행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공허한 말들만 오갔다.


회의는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제가 없는 척을 누가 더 자연스럽게 해내는지를 겨루는

연습장처럼 보였다.


나는 그 침묵이 싫었다.

문제가 있으면 드러내고,

막히는 지점은 함께 고민해야

조직이 앞으로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먼저 우리 팀의 약점을 꺼냈다.


“현재 우리 팀의 이 모듈은 구조적인 결함이 있고,

이대로 가면 연말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먼저 패를 까면,

다른 이들도 각자의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며

건설적인 대화가 시작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고, 대화는 뚝 끊겼다.

누군가는 말없이 눈빛으로 이렇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저 팀은 능력이 없어서 문제가 터졌구나.”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비슷한 시도를 했다.

결과는 같았다.


문제를 투명하게 공유한 나는

‘리스크가 있는 리더’로 분류되며 점수를 잃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팀들은

‘관리 잘 되는 팀’으로 포장되어 자리를 지켰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게임의 규칙을 모른 채

혼자만 다른 종목의 경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솔직함이 중립적인 가치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조직에서 솔직함은 언제나

맥락을 가진 행위였다.


“솔직한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이 명제는 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 하나가 생략돼 있다.


그 솔직함이 시스템적으로 보호받을 때만.


나는 한때

약점을 드러내는 용기가 조직을 살린다고 믿었다.

부모님 댁 냉장고를 열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끄집어내듯,

조직의 썩은 부분도 일단 꺼내놓아야

청소가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사람들은 썩은 음식을 치우는 것보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새어 나오는

악취를 견디는 일을 더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냉장고를 청소한 사람보다,

냉장고 문을 연 사람을 먼저 싫어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음식이 썩었느냐가 아니라,

지금 내 코가 편안하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약점은

‘개선의 과정’이 아니라

‘무능의 상태’로 해석된다.


“이걸 고치고 있다”는 의지보다

“아직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먼저 기록된다.


그래서 약점을 드러낸 사람은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불안 요소가 된다.


문제를 외면한 팀들은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하나둘 사라졌다.

약점을 마주하고 개선해 나간 나는

계속 살아남아 더 큰 역할을 맡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은

‘평판의 상처’는

오롯이 내 몫이었다.


조직에서 약점을 말하려면

먼저 세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

그 약점이 공격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합의.


둘,

문제 제기와 대응이

분리되지 않는 문화.


셋,

솔직함이 손해로 기록되지 않는

평가 구조.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솔직함은 미덕이 아니라

단순한 자기 노출일 뿐이다.


준비되지 않은 조직에 던지는 진실은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과녁 위에 올려두는 행위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이제

회의에서 약점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내부적으로

이미 통제 가능한 상태를 만든 뒤,

선별된 리소스를 가진 이들에게만 공유한다.


어느 찬송가 가사처럼,

야심 차게 바다로 나아갔다가

작은 파도에 쫄아서 멈춰 설 필요는 없다.


다만,

망망대해로 나가기 위해

배의 결함을 수리하는 일은

‘공개 회의장’이 아니라

‘독크(Dock)’에서

조용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쫄지 말자.


다만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쫄지 말되,

아무 데서나 진심을 낭비하지는 말자.


조직은 진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진실을 밀어낸다.


버그를 코드가 아니라

시스템에서 먼저 찾는 것.


그것 역시

개발자의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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